국익 위해 권리 제한?... 국회서 쏟아진 외국인고용허가제 비판

미 캐나다 EU 등 강제노동 국제규범 강화, 한국은 아직 '논의 중'

등록 2026.01.19 14:54수정 2026.01.19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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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일 국회에서열린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 국회토론회
지난 14일 국회에서열린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 국회토론회 이건희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주노동자고용허가제 국회 토론회'에서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20년 넘게 유지해 온 '사업장 변경 제한' 조항이 이주노동자 인권침해의 핵심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날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이주희 의원(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은 "이주노동자 문제는 20년 전에도 있었지만 오늘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며 "국회가 책임 있게 제도 개선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역시 "농어촌은 사실상 이주노동자가 지탱하고 있다" "정부가 이 문제를 가볍게 보지 말고 현실에 맞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제자로 나선 최정규 변호사(대한변협 프로보노지원센터장)는 "고용허가제가 사업장 변경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현재 사업장을 떠날 자유조차 없는 구조"라며 "사업장 이탈의 자유는 직업 선택의 자유 이전에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권리"라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현행 제도가 ▲사업장 변경 제한, ▲재고용 허가 문제, ▲열악한 기숙사, ▲임금체불 구조 등 노동자의 권리를 시스템상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가 단순한 제도의 불편함이 아니라 '구조적 인권 침해를 낳는 법·제도의 설계 문제'라고 규정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근로 환경이 위험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이주노동자가 스스로 사업장을 떠나기는 어렵습니다. 이탈하는 순간 미등록 이라는 위험에 직면하기 때문입니다. 설사 합법적으로 이탈을 한다고 하더라도 사업장변경 기간동안 생계비를 부담해야 하고 임금을 포기해야 합니다."

고용허가제 도입 목적인 '내국인 고용 보호', '국익'이라는 명분에 대해서도 최 변호사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한국 기업도 살아야 하고, 한국 경제도 살아야 하는데, 이주노동자 인권을 어떻게 다 보장하냐'고 하지만, 우리 경제의 상당 부분이 이미 이주노동자의 노동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국익' 만을 이유로 그들의 권리를 계속 제한 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며, "적어도 인권침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업장 이탈의 자유'는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 국회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쇼히둘 씨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 국회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쇼히둘 씨 이건희

이날 토론회에서는 방글라데시 국적의 이주노동자가 직접 발제자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쇼히둘 씨는 "공장에서 발가락 골절 사고를 당해 두 달을 입원하고도 퇴원하자마자 업무 복귀 지시를 받아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쇼히둘 씨는 사용자와 비자 연장에 합의하였지만 사업주는 일방으로 비자 신청을 취소했다. 그는 "먹고 살기 위해서 한국에 일하러 왔는데 비자 취소는 죽는 것과 같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쇼히둘 씨의 증언은 현행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의 생계와 체류권이 모두 사용자에게 주어진 구조적 문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토론자로 나선 황선기 변호사(대한변협 인권위원회 위원)는 "현행 외국인고용법은 근로 조건 악화나 부당한 노동 행위가 있는 등 근로 조건이 열악한 경우 규정 상 사업장 변경이 용이한 것처럼 하고 있지만 입증이 어렵다는 이유로 실제로는 사업장 변경이 불허된다"고 지적했다.


황 변호사는 "이에 반해 외국인고용법 시행령에서 '상해 등으로 해당 사업장에서 근무하기에 부적합한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주무관청이 재량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고용허가제 개혁이 단지 국내 인권 문제를 넘어, 수출 등 산업과 직결되는 과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은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에 대해 전면 수입금지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단순히 해당 기업 뿐만 아니라 공급망 전체에 대한 제재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미국 정부는 한국 내 태평 염전에서 생산된 천일염에 대해 '장애인 강제노동'을 사유로 미국 내 수입을 현재까지 사실상 전면 금지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정부가 더 이상 '국익'이라는 이유로 이주노동자 권리를 제한하는 정책을 유지할 수 없다고 최 변호사는 지적했다.

[관련기사]
미국 정부, 한국 태평염전 천일염 수입금지조치... "강제노동 안 돼" https://omn.kr/2cx8j
축소하기 급급한 '염전 강제노동' 문제, 정부는 무얼 하고 있나? https://omn.kr/2d8yl

한편 한은수 외국인력담당관(고용노동부)은 이날 토론회에서 고용허가제 전반에 대한 개선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며, "현재 노·사 전문가가 함께 외국인력 통합지원TF를 운영 중이고, 논의를 거쳐 3월 중 개선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이 국제 인권 기준과 공급망 규범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노동자 또는 기업의 문제를 넘어 국가 전체가 감당해야 할 문제로 확장 될 수밖에 없다.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된 건강한 노동시장이 진정한 국익이 아닐까. 국제사회가 강제노동 문제를 공급망 전반의 책임으로 확대하는 가운데, 정부가 어떤 개선안을 내놓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 #국회 #토론회 #이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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