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지방에 있는데, 금융은 왜 수도권으로만 흐르나

[진짜 금융을 찾아서 ⑥] 핵심은 지속가능성이다

등록 2026.01.16 11:22수정 2026.01.1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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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 인구 1400만 명, 가상자산 투자자 1000만 명 시대다. 우리 국민 3명 중 1명이 주식과 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정부도 투자를 권장한다. 투자도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법. 이들 상당수가 빚을 얻어 투자금을 마련한다. 주식과 코인에 뛰어드는 사람이 늘어나면 경제가 살아나고 서민들 삶이 나아질까. 금융이 사회에 도움이 되려면 어떻게 작동되어야 할까. 이글은 우리 시대 참 금융의 모습을 고찰하기 위해 기획되었다.[기자말]

지역총생산(GRDP)은 일정 기간 동안 특정 지역 안에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를 합한 것으로, 해당 지역의 경제 규모와 생산 활동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2023년 기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지역총생산 비중은 약 52대 48이다. 2015년 수도권이 비수도권을 앞지른 이후, 그 격차는 해마다 벌어지고 있다.

2025.6월 기준, 민간 금융회사 여신(가계, 기업) 공급 현황 (단위 : %) 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하는 지방 우대 금융 활성화 방안 (2025.10, 금융위) / 기자 재편집
▲2025.6월 기준, 민간 금융회사 여신(가계, 기업) 공급 현황 (단위 : %) 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하는 지방 우대 금융 활성화 방안 (2025.10, 금융위) / 기자 재편집 문진수

민간 금융, 자금은 수도권으로 쏠린다

이 그림은 민간 금융회사의 자금 공급 현황을 나타낸 것이다. 파란색은 수도권, 빨간색은 비수도권이다. 일반은행, 즉 6개 시중은행이 비수도권에 공급하는 자금은 약 3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전체 자금의 70%가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다는 뜻이다. 저축은행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비수도권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곳은 5개 지방은행과 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 기관이다. 주목할 점은 지방에 뿌리를 둔 지방은행조차 자금의 약 20%를 수도권에 할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일반은행과의 경쟁 심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영업권역을 확장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지방은행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전체 평균을 보면 수도권 비중은 58.3%, 비수도권은 41.7%다. 수도권에 대한 금융 공급이 비수도권보다 훨씬 높다. 지역총생산 비중(52대 48)을 따른다면, 비수도권의 금융 공급 비중은 최소 6%포인트 이상 높아야 균형에 가깝다. 금융 공급량이 반드시 지역총생산과 일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두 지표 간 괴리가 지나치게 크다.

공적 금융기관은 어떨까. 아래 그림은 정책 금융기관의 자금 공급 현황을 보여준다. 파란색이 수도권, 빨간색이 비수도권이다. 4개 기관 모두 수도권 비중이 비수도권보다 높다. 평균치는 수도권 60.0%, 비수도권 40.0%로, 민간 금융회사 평균보다 편중 현상이 더욱 심하다.

2025년, 정책 금융기관 자금 공급 현황 (잠정) (단위 : %) 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하는 지방 우대 금융 활성화 방안 (2025.10, 금융위) / 기자 재편집
▲2025년, 정책 금융기관 자금 공급 현황 (잠정) (단위 : %) 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하는 지방 우대 금융 활성화 방안 (2025.10, 금융위) / 기자 재편집 문진수

결론적으로, 지방에 할당되는 금융 규모가 경제 규모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금융이 지역 경제를 견인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를 완화하는 마중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공급 체계 전반을 혁신해 지방으로 자금이 지속적으로 흘러갈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아래 표는 지방 금융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제도 개선 방안을 정리한 것이다. 정책 금융과 민간 금융 영역에서 각각 네 가지 추진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정책 금융은 지원 체계를 대폭 손질하고, 민간 금융은 지역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방 우대금융 추진 방안 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하는 지방 우대 금융 활성화 방안 (2025.10, 금융위) / 기자 재편집
▲지방 우대금융 추진 방안 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하는 지방 우대 금융 활성화 방안 (2025.10, 금융위) / 기자 재편집 문진수

"근본적 해소는 어렵다"는 전문가들


이 과제가 달성되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금융 격차가 근본적으로 해소될까. 전문가들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제시된 방안들은 혁신(innovation)이라기보다 개선(improvement)에 가깝고, 법·제도적 개혁이 수반되지 않은 정책이기 때문에 정권이나 정책 기조가 바뀔 경우 언제든 원점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역재투자평가제'를 들 수 있다. 이 제도는 상업은행이 여신(與信)의 일부를 낙후 지역에 의무적으로 할당하도록 강제하는 미국의 지역재투자법(Community Reinvestment Act)을 참고해 도입됐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지역재투자평가제는 성과가 우수한 은행에 혜택(incentive)을 제공할 뿐, 실적이 부진한 은행에 불이익(penalty)을 부과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의 경영실태평가나 지자체·지방교육청 금고 선정 과정에서 가점을 주는 수준에 그친다. 강제 규정이 아닌 권고 사항에 가깝다.

개선안에 담긴 내용은 지자체 금고 선정 기준에 지역재투자평가 결과를 의무적으로 반영하고, 평가 결과에 따라 은행의 법정출연금을 가산 또는 감액하는 조치를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는 것이다. 몸통은 그대로 두고 깃털만 흔드는 격이다. '지역 금융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혁신하겠다'라는 포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미국 지역재투자법 vs 한국 지역재투자평가제 비교표 내용을 살펴보면, 접근방법의 차이를 알 수 있음
▲미국 지역재투자법 vs 한국 지역재투자평가제 비교표 내용을 살펴보면, 접근방법의 차이를 알 수 있음 문진수

입법은 여전히 제자리걸음

십수 년에 걸쳐 이 제도의 도입 필요성은 여러 차례 개진돼 왔다. 그러나 금융자본주의의 종주국인 미국에서조차 해당 제도가 시장의 효율적 자원 배분을 저해하고, 금융의 자율성을 해친다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와 국회는 입법화에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반은행은 정부의 과보호 속에 금융시장을 과점하며 매년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고, 지방은행은 생존의 위협을 느끼며 자신들의 터전을 이탈하고 있고, 상호금융은 담보 중심 영업에 치중하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적색경보가 들어온 조합이 속출하고 있다. 은행 질서 전반에 대한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혁신(innovation)이란 기성의 틀을 깨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점진적 개선이 아니라 창조적 파괴에 가깝다. 경제학자 슘페터(Schumpeter)는 혁신을 '자본주의의 심장'이라고 비유한다. 자본주의는 창조적 파괴를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는 체제라는 뜻이다.

철로의 표준 궤간(軌間)이 변하지 않는 것처럼, 금융은 과거의 관행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경로의존성이 강하게 작동되는 영역이다. 하던 대로 열심히 하자는 활동적 타성(active Inertia)은 금융 격차를 해소하기는커녕 더 심화시킬 따름이다. 공공재인 금융이 국민 다수의 편익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새 길을 열어가야 한다.

침몰하는 배 위에서 탁자를 정리하는 일만큼 어리석은 건 없다.
덧붙이는 글 문진수 기자는 사회적금융연구원장입니다
#금융격차 #금융위원회 #지방우대금융 #지역재투자평가제 #지역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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