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서류 흠집 잡기, 중임자 허용... 대구 아파트 선거 공정성 논란

수성구 A아파트, 후보 자격 심사 기준 달리 적용하고 행정지도도 무시... 구청 "선출하더라도 반려나 불수리 할 것"

등록 2026.01.16 10:14수정 2026.01.16 10:14
0
원고료로 응원
 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동별 대표를 뽑는 선거를 놓고 불공정 시비가 불거지면서 주민들 간 내홍을 겪고 있다.
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동별 대표를 뽑는 선거를 놓고 불공정 시비가 불거지면서 주민들 간 내홍을 겪고 있다. 조정훈

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입주자 대표를 선출하면서 일부 후보의 서류 흠결을 이유로 등록을 거부하고 중임 제한에 놓인 후보가 다시 동 대표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불공정 선거관리로 내홍을 앓고 있다. 해당 구청은 여러 차례의 행정지도에도 개선이 되지 않자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대구 수성구 A아파트 선관위는 지난해 10월 말 2년 임기의 동별 대표 선거를 실시하기로 하고 18개 선거구에서 후보자 선출 공고에 들어갔다.

문제는 17선거구에 출마한 B씨가 제출한 서류 중 신청서에 붙인 사진이 흐리다며 '서류 미비' 흠결로 탈락시키면서 시작됐다.

이후 2차 선출공고를 하기 전 입주자대표회의를 열고 관리규약을 개정해 '겸임금지' 조항을 의결하면서 아파트 주민들이 모인 테니스회 회원들의 동별대표자 후보등록 신청 자격을 제한했다.

선관위는 11월 6일부터 5일간 2차 후보등록 공고를 냈고 테니스회원인 C씨가 후보로 등록했다. 하지만 테니스회원이고 후보등록 신청서에 '직인 및 서명'으로 돼 있으나 서명만 있다는 이유로 후보자격을 박탈했다.

선관위가 다시 3차 후보 등록 공고를 내자 C씨의 부인 D씨가 동별 대표자 후보로 등록했으나 선관위는 1세대 1인 등록만 가능하다며 다시 후보 등록을 무효로 하고 다시 후보 등록을 받기로 했다.

문제는 17선거구에서 중임한 대표자가 다시 출마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13조 2항은 '동별 대표자는 한 번만 중임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3항은 '2회의 선출공고에도 불구하고 동별 대표자의 후보자가 없거나 선출된 사람이 없는 선거구에서 직전 선출공고일로부터 2개월 이내에 선출공고를 하는 경우에는 중임한 사람도 해당 선거구 입주자 등의 과반수의 찬성으로 다시 동별 대표자로 선출될 수 있다'는 조항을 악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해당 조항은 '후보자 중 동별 대표자를 중임하지 않은 사람이 있으면 동별 대표자를 중임한 사람은 후보자의 자격을 상실한다'도 돼 있지만 후보자의 자격을 박탈하거나 무효로 하면서 중임했던 동대표가 다시 동대표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선관위는 다시 후보 등록 공고를 냈고 3번이나 동별 대표자를 지낸 E씨가 17선거구에 단독으로 후보 등록을 했다. 동별 대표자 후보로 나섰던 C씨 등은 수성구청에 민원을 제기했고 구청은 이 아파트 선관위에 여러 차례 행정지도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같은 테니스회 회원이 다른 선거구에 출마했지만 직인이 없다며 무효로 했다가 후보자가 없다는 이유로 선관위원장이 전화로 직인을 보완할 것을 요구해 다시 후보 등록을 받아주기도 했다.

수성구청, 여러 차례 행정지도 받아들여지지 않자 과태료 부과

A아파트 선관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2차에 C씨가 후보 등록을 했고 3차에는 C씨의 부인 D씨가 후보 등록을 했다"며 "C씨는 직인을 찍지 않았고 위임장도 본인이 쓴 것으로 의심돼 후보 등록을 받아주지 않았다. D씨도 1세대 1투표권이 있기 때문에 C씨가 등록했기 때문에 2명이 등록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또 일부 후보의 직인을 보완하도록 하고 C후보에게는 알리지 않은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느냐는 지적에 "국민신문고를 통해 국토부에 질의를 해 답변을 받았다"며 "C씨 뿐만 아니라 직인을 뒤늦게 찍은 후보에 대해서도 자격을 박탈하기로 했다"고 했다.

하지만 A아파트 선관위의 질의에 수성구청이 답변한 내용은 "선관위의 구성·운영·업무에 관한 사항은 관리규약으로 정하도록 돼 있다"면서도 "선거 절차 전반이 사전에 정해진 규정에 따라 공정하고 일관되게 운영되어야 함을 전제로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귀 단지는 선관위의 후보자 심사 및 결정 과정과 관련하여 후보자 서류 처리 기준이 선거구별로 상이하게 적용된 사실이 확인된다"며 "단독 후보 선거구와 다수 후보 선거구에 다른 기준을 적용했다"고 지적해 시정을 요구했다.

이 아파트는 결국 15일부터 동별 대표자 선출을 위한 투표에 들어갔고 수성구청은 여러 차례 시정 명령에도 선거를 강행하자 해당 아파트 선관위에 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다만 선거가 실시되기 전이라는 이유로 20%를 감경한 400만 원의 과태료 사전 통지를 했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만일 선거를 강행해 입주자 대표를 확정하더라도 구청에서는 입주자 대표 변경 신청을 받아주지 않을 것"이라며 "법 규정에 맞지 않게 뽑힌 후보에 대해서는 보완을 요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반려나 불수리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래된 아파트일수록 동대표가 이권에 민감"

이처럼 아파트 입주자 대표 선출을 놓고 선관위의 월권이 계속되거나 중임 제한을 어기고 대표를 계속 하려는 이유에는 여러 이권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도형 친절한생활연구소 소장은 "오래된 아파트일수록 동대표가 이권에 민감하기 때문에 욕심을 내는 경우가 많다"며 "해당 아파트의 경우에도 수십억 원을 들여 엘리베이트 교체공사와 외벽 도색공사를 했다. 이런 일이 있게 되면 동별대표자 회장의 입김이 세게 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대부분의 아파트 입주민들은 동별 대표를 하기 싫어하는 경향이 있고 동별 대표를 여러 번 한 사람은 이권에 눈이 밝기 때문에 계속 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아파트 선관위가 제대로 구성이 되고 일관성 있는 선거 규약을 통해 주민 대표를 잘 뽑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아파트 #동대표자 #선관위 #수성구청 #행정명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주재. 오늘도 의미있고 즐거운 하루를 희망합니다. <오마이뉴스>의 10만인클럽 회원이 되어 주세요.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2년 전 800만 원이 지금 2천... 시집갈 때까지 기다릴 걸 2년 전 800만 원이 지금 2천... 시집갈 때까지 기다릴 걸
  2. 2 미국에서 온 건축가가 주차장서 벌인 일, 성수동이 뒤집어졌다 미국에서 온 건축가가 주차장서 벌인 일, 성수동이 뒤집어졌다
  3. 3 태어나보니 백기완 손주였다 태어나보니 백기완 손주였다
  4. 4 "다주택자들 못 버티게 하는 방법은 보유세밖에 없다" "다주택자들 못 버티게 하는 방법은 보유세밖에 없다"
  5. 5 "아파트 단지 통행불가? 법으로 막자" 어느 건축가의 이색 제안 "아파트 단지 통행불가? 법으로 막자" 어느 건축가의 이색 제안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