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기 크림 판촉물 - 호주 정부가 지원하는 핫라인 목록이 잘 정리되어 있다.
김도희
무엇보다도 상담은 막연한 조언이 아니라 우리 아이의 월령과 발달 단계를 기준으로 진행됐다. 이 점이 인터넷 정보와 가장 달랐다. 통역 서비스를 통해 한국어 상담이 가능한 경우도 있어 이민자 부모로서 심리적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었다.
모유수유, '권장'이 아니라 '지원'일 때 가능해진다
호주는 모유수유를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나라다. 그러나 내가 체감한 차이는 그 권장이 실제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원이 함께 제공된다는 점이었다. 출산 직후부터 모유수유를 시작했지만 초반 1~2주는 자세도 어렵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모유수유 유선 컨설팅을 받았다. 전화 상담을 통해 아기의 수유 패턴과 반응을 설명하고, 수유 자세와 빈도, 젖 물림에 대해 구체적인 조언을 받을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모유수유는 '의지로 버티는 선택'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지속 가능한 방식이 됐다.
모유수유는 아기에게는 면역과 안정감을, 산모에게는 회복과 정서적 유대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이런 장점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공공의 지원이 있을 때 비로소 한 가정의 선택지가 된다.
출산 후의 감정도 공공의 영역이다
호주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산모의 정신 건강에 굉장히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출산 후 이유 없이 눈물이 나는 날들이 이어졌다. 호르몬의 변화,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은 분만과 출산, 곁에 가족이 없다는 서러움 등 복합적인 감정의 변화였다. 기분이 오락가락하니 육아도 아기와의 유대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첫 2주 간 우리 집에 방문한 간호사 덕분에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 담당 간호사는 나의 고충을 귀담아 들어 주었다. 그리고 출산 후 정서 변화가 매우 흔하다고 설명하며, 남편과 나의 심리 검사도 진행했다. 산모 뿐만 아니라 남편의 감정 변화까지 신경 써주는 것이다.
간호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우울감은 거의 없어졌다. 하지만 나는 추가적으로 상담을 진행하고 싶었고, 간호사는 우리 지역에서 무료로 상담을 진행할 수 있는 서비스를 소개해 주었다. 아기 때문에 멀리 갈 수 없기에 영상 통화인 줌으로 진행했다. 육아 고충, 나의 기분 변화 등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었다.
출산 이후의 감정 변화 역시 개인의 인내나 성격 문제로 치부되지 않고, 공공이 함께 관리해야 할 영역으로 다뤄지고 있었다.
육아의 난이도는, 구조가 결정한다
지금도 육아는 쉽지 않다. 양가와 멀리 떨어져 남편과 둘이 감당해야 할 몫은 분명 크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나는 완전히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지는 않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창구가 있고, 연결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육아의 난이도는 크게 달라진다.
출산과 육아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그 이후를 개인에게만 맡길 것인지는 사회가 결정한다. 호주에서의 경험은 '지원이 있는 육아'가 어떤 모습인지 구체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차이는, 생각보다 훨씬 컸다. 나날이 육아가 즐거워지고 쉬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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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까지 여권도 없던 극한의 모범생에서 4개국 거주, 36개국을 여행했습니다. 영국인 남편과 함께 현재 호주에 살고 있습니다. 해외 경험은 기존에 내가 믿던 세계를 부수는 망치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국경 너머의 삶을 독자분들과 나누고, 글을 통해 교류하며 각자의 세계가 조금은 더 넓어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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