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엔 책이랑' 독서모임 사진 '수요일엔 책이랑' 독서모임원들이 독서모임을 하고 있다.
박경애
- 책은 누가 고르고, 기준은 무엇인가요?
"2013년 말에 독서모임을 열었기 때문에 올해로 13년 차에 접어드는데요. 저희 독서모임에는 모임장과 운영진이 있습니다. 주로 운영진이 돌아가면서 진행을 합니다. 그리고 일 년에 몇 번은 회원들이 진행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책은 주로 진행자가 다른 운영진들과 상의해서 정합니다. 책은 장르나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읽습니다. 당시 시대적인 상황이나 이슈가 되는 것들과 관련된 책들을 고르고 있습니다. 또, 그 책이 함께 나눌 이야기가 충분한가도 살피고요."
- 모임에 100명 정도 있다고 했는데, 실제 독서모임 진행시에는 전부가 오지는 못할 텐데요.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 건가요?
"실제 독서 모임은 10~12명으로 인원을 설정해 두고 있고요. 게시판에 오픈 공지를 올리고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습니다. 항상 몇 분 안에 금방 마감됩니다. 경쟁이 치열한 편인데요. 이렇게 신청에 성공해서 꾸준히 나오시는 분들이 30명 정도 됩니다.
참가비를 3천 원 정도 받고 있고요. 저희는 꼭 후기를 남기는데 참여하시는 분들이 돌아가면서 후기를 쓰도록 하고, 후기를 쓴 분께는 참가비를 면제해 드리고 있습니다."
- 이렇게 오래 운영될 줄 알았나요? 비결이 무엇인가요?
"독서모임은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모임에 함께 하는 회원들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모임 초창기 때부터 있던 멤버들이 많고요. 오랫동안 활동한 멤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독서모임이니만큼 책이 우선인 것도 큰 거 같아요.
매번 정해진 시간에 독서모임을 해 왔어요. 가장 기본적으로 독서모임 하는 것을 잘 지켰고요. 독서모임 회원들과 가끔 나들이를 가거나 번개 모임을 하는 등 친목의 시간도 적절히 가졌습니다. 결국은 독서모임이니만큼 독서모임을 꾸준히 하는 것과, 좋아하는 사람들이 '독서모임'에 애정을 같고 함께하는 것이 가장 큰 비결이 아닐까 싶어요."
- 앞서 싸이월드에서 활동했던 독서모임의 경우 흐지부지됐었는데, 지금 운영하는 독서모임은 이렇게 길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차이가 무엇일까요?
"예전에 싸이월드에서 했던 독서모임의 경우 모임장을 중심으로 운영되었는데, 그렇다 보니 그분이 유학을 가면서 흐지부지되었어요. 그런데 저희는 저를 비롯해서 특정한 사람 1명을 중심으로 운영하지 않고, 운영진을 두고 있어요. 처음 독서모임을 열었을 때 6분이 오셨는데요. 제가 그분들에게 운영진을 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운영진 체계가 만들어지니, 제가 개인적인 일로 바빠지거나 여유가 없어지더라도 모임이 운영되더라고요. 실제로 제가 결혼할 때는 한동안 거의 활동을 못 했는데, 당시 모임장과 운영진들이 계속 잘 이끌어주었어요.
제가 모임장을 계속 안 하고 일부러 모임 같이 운영하는 사람들도 만들고 모임장도 넘긴 이유도 이런 점 때문이에요. 제가 혼자 계속하면 저 혼자 감당해야 되고 부담이 되지만 여러 명이 같이 감당하면서 부담을 덜 수 있으니까요."
- 그런데 그러면 처음 의도나 방향과 다르게 독서모임이 운영될 수도 있지 않나요? 그런 걱정은 없으셨나요?
"제가 모임과 관련하여 정해놓은 규칙들이 있는데, 운영진들에게 웬만하면 그 규칙에서 벗어나지 않게 운영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중단 없이 모임을 꾸준히 운영하는 것과 항상 책이 중심이어야 한다는 것이에요. 코로나 때도 줌으로 모임을 진행했고, 한 번도 책모임을 중단한 적이 없습니다.
너무 친목 위주로 가지 않도록 주의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모임 후에 뒤풀이도 하는데, 모임이 9시 반에 끝나면 뒤풀이를 하더라도 11시에는 무조건 종료했습니다. 물론 어쩌다 한 번씩 전부가 흥이 오른 날은 더 늦게까지 놀 때도 있지만 1년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합니다. 그래서 첫 모임 오면 저희 모임이 책 중심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연애나 노는 것을 목적으로 온 사람들은 이후에 잘 안 나오는 식으로 걸러집니다."
'식구'가 된 독서모임 사람들

▲'수요일엔 책이랑' 운영진 12주년 송년회 때이다. '수요일엔 책이랑'은 매해 송년회를 열고 있다. 항상 20명 이상 참여할 만큼 탄탄한 모임이다.
박경애
- 10년이면, 모임원들의 대소사까지 모두 볼 수 있는 기간인데요. 서로가 나아가고 성장하는 모습을 모두 지켜보았겠어요. 서로 애정이 남다를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저희는 이제 '식구'라고 불러요. 결혼식, 장례식은 물론이고 아이들 커가지는 것들도 다 지켜보았습니다. 제가 처음 이 모임을 열었을 때가 30대 초중반이었는데요. 이제 저희 모임 연령대가 40대 중후반에서 50대 초반이 되었어요. 그래서 저희끼리는 농담 비슷하게 나중에 땅 사서 모여 살자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노후를 같이 하자고요. 그리고 20년, 30년에도 꾸준히 독서모임 하자고 말하고 있습니다. 머리가 희끗희끗해져서 독서모임 한다고 생각하면 너무 웃겨요. (웃음)"
- 힘들 때는 없었나요?
"물론 중간중간 위기가 있었습니다. 특히 운영진들이 고생을 많이 하니까요. 사실 모임을 운영하다 보면 신경 쓸 것도 많고, 자기 시간을 쪼개서 해야 하다 보니 지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모임 회원들 중에 자기와 의견이 다르거나, 운영 방식에 불만을 가진 경우도 종종 있어서 그럴 때 저나 운영진들이 많이 지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모임의 운영 방식의 기준점을 흔들림 없이 가져갔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그 위기를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있으면 의견을 들어주고 수용할 건 수용하고, 안 되는 것들은 안 된다고 명확하게 이야기하면 됩니다. 다행히 대체로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지금까지 잘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 독서모임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혼자 읽는 것과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혼자 읽을 때는 제 생각에서만 그치는데요. 독서모임을 하고 나면 제가 했던 생각과 전혀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도 종종 있고, 토론을 통해 제 생각이 깨지거나 확장되는 경험을 합니다. 그때 희열을 느낍니다. 그로 인해 사고가 유연해지는 점도 좋습니다. 제 생각이나 의견만 맞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수용할 줄 알게 되고, 책을 읽을 때 다양한 관점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수요일엔 책이랑' 가이드북 지난해 관악구 지원사업으로 가이드북을 만들었다. 독서모임 규칙과 그간 읽은 책 목록, 참가자들의 후기 등을 기록했다.
박경애
- 이전에 책방도 운영하기도 했고, 현재 출판사도 운영하는 등 책과 관련된 많은 것들을 해오셨어요. 스스로에게 책이란 무엇인가요?
"나를 성장하게 하는 존재랄까. 조금 과장하면 책을 통해 내가 만들어졌다고도 생각합니다. 책을 통해 배우고, 변화하고, 나를 돌이켜 보고,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독서모임 운영이나 참여를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혼자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독서모임을 통해 함께 책을 읽으면 내가 깨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토론을 통해 독서를 더 깊이 읽게 되고, 평소 내가 읽지 않은 다양한 책들을 경험함으로써 더 넓은 독서를 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내가 깨지는 경험은 꽤 즐겁습니다. 그 즐거움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장기 모임 운영의 비결은 역시 책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중단 없이 꾸준히 모임을 여는 것이었다. 그리고 운영진을 두고, 참가자들이 후기를 쓰도록 능동성을 부여하는 등 특정한 사람 중심의 운영이 아닌 모두가 조금씩 모임 운영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도 눈에 띈다. 독서모임으로 시작했지만, 노후에 함께 사는 공동체를 꿈꿀 만큼의 사회적 가족이나 다름없는 모임이 될 수 있는 것도 놀랍다. 새해 독서를 목표로 둔 사람, 독서모임을 운영해 보고 싶은 분들에게 유용한 조언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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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가는 독서모임의 '뒤풀이' 원칙... 잘 되는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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