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6.01.19 17:21수정 2026.01.19 17:23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998년경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이 난다. 그때 아버지는 70대 후반이었다. 교직에 계시다가 퇴직하시고 우리 애들을 봐주시다가 가셨다. 아버지는 퇴직 후에도 시간만 나면 영어 공부를 그리하셨다. 영어단어를 외우고 회화 문장을 외우고 하셨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푸념하셨다.
"늙어서 어따 써먹을라고 공부만 한다냐."
그래도 아버지는 어머니의 비난에 아랑곳하지 않으셨다. 아버지의 유일한 취미는 공부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78세에 돌아가셨다. 지금도 아버지가 써놓은 노트들이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30년이 되었지만, 그 노트들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난다. 아버지도 삶을 살아내시느라고 고생하셨다.
나도 70대 노인이 되었다. 내가 젊었을 때는 생각했다. 이제 70대 노인 쯤 되면 아무 걱정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나의 70대는 그게 아니었다. 나뿐만 아니라 내 주위의 70대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나이에도 고통은 따라다녔다. 내가 아파서 고통, 배우자가 아파서 고통, 자식들의 문제가 또 많은 고통을 준다.

▲ 배움을 통해 무언가 알아가는 것이 재미가 있다.
aaronburden on Unsplash
나는 이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서 저절로 공부를 시작했다. 주식 공부, 영어 공부, 미디어 공부 등 닥치는 대로 한다. 요즈음은 공부하기도 좋다.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하나씩 배운다. 배움을 통해서 뭔가 알아가는 것이 재미가 있다.
공부하는 가장 큰 목적은 나의 뇌리에 꽉 차 있는 고통, 고민의 부정적인 생각들을 잊기 위해서다. 머리를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기존에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던 고통, 고민이 잊힌다. 새로운 배움에 의해서 고민의 세력이 약화 한다. 나는 뭔가를 배우는 것으로 그 점을 노리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집은 자연스레 공부하는 집이 되었다. 내가 공부하다 보니 아내도 기독교 선교 유적지 가이드를 하며 필요한 공부를 한다. 우리 부부는 공부하는 게 취미다. 나는 내 방에서 아내는 아내 방에서 공부하며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
노후의 하루 24시간, 별로 할 일도 없다. 그 할 일 없는 시간을 어영부영 보내는 것보다는 공부로 채워 가고자 한다. 뭘 하나 익혀서 어디에 써먹겠다는 것도 아니다. 그냥 목적은 공부를 머릿속에 채워 넣음으로써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고통, 고민을 좀 잊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배움의 한 분량을 채웠을 때 중요한 일을 마친 것처럼 뿌듯함을 맛보겠다는 것이다. 나의 노후 취미는 배움이며, 앞으로도 공부하며 살아갈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저는 여행에 관한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여행싸이트에 글을 올리고 싶어 기자회원이 되고자 합니다
공유하기
70대에 영단어 외우던 아버지, 그 나이가 되어 깨달은 것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