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드뮤지컬 공연장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극장 밖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찍었다.
이정미
이번 겨울에는 계 모임 친구들과 뮤지컬 공연을 보기로 했다. 마침 뮤지컬 '위키드' 부산 내한 공연이 있었다. 모임을 앞두고 친구 한 명이 제안했는데 우리는 두말할 것도 없이 좋다고 했다. 오십 고개 중턱을 넘고 있는 지금, 나의 신조 중 하나는 누군가 제안하면 '좋다'고 응하는 것이다. '불러줄 때 가자', '가자고 할 때 가자', '하자고 할 때 해보자' 하며 점점 '예스녀'가 되어 있는 나를 발견한다.
공연 당일, 같이 출발하기로 한 친구에게서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점심 약속에 맞춰 11시 부산행 버스를 탈 계획이었는데 표가 모두 매진되어 가장 빠른 것이 12시란다.(친구는 터미널에서 나는 그 버스가 지나는 길목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기로 약속했었다.) 1시간을 기다린 뒤에야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친구는 집에서 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시내버스를 탔는데 잘못 타서 다시 내려 택시를 탔다며, 오늘 일진이 안 좋다고 했다. 다른 두 친구는 부산에 오는 1시간 20분 동안 서서 왔고, 또 다른 친구는 기차가 연착되어 고생했다. 주말에 부산에 가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그렇게 생쇼(?)를 한 후 극장에 도착했다. 여섯 명이 함께 관람하기 위해 3층 R석을 구했다. 무대와 거리가 멀어 제대로 관람할 수 있을지, 한글 자막을 제대로 읽을 수 있을지 걱정을 나누고 있는 사이 막이 올랐다. 화려하고 신비로움이 가득한 무대, 배우들의 역동적인 춤과 돋보이는 가창력,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노래 가사들과 감동적인 이야기가 눈 앞에 펼쳐졌다.
뮤지컬 '위키드'는 2003년에 초연됐다. 그러니까 20년 넘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뮤지컬이다. '오즈의 마법사'를 재해석 했다기에 막연하게 어린이 대상 뮤지컬인가 생각했는데 전달하는 메시지가 깊었다. 어린이도 어른들도 모두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이었다.
이 작품은 '선과 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외모 지상주의와 편견', '다른 눈으로 본다는 것' 등 여러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체제에 순응하면 '선'이 되고 체제의 불의에 반하면 '악'이 되는 일은 다반사로 일어난다.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지난한 삶에서 알 수 있듯이, '선'을 선택했는데 '고통'이 시작되는 경우도 많다.
관계적 동물인 인간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람'이라는 걸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아름답게도, 추하게도 변화할 수 있는 생명이 우리 '취약한' 인간이 아닐까. 그렇기에 뮤지컬 속 주인공 '엘파바'와 '글린다'처럼 서로를 더욱 아름답게 완성하는 존재를 만난다는 건 큰 행운이다.
"우리, 꼭 방학이 아니더라도 좋은 공연 있으면 자주 같이 보러 가자."
"같이 공연 보는 거 너무 좋아. 모두, 같이 보고 싶은 공연이나 전시 발견하면 카톡에 올려주기."
공연을 보고 친구들과 나눈 대화다. 30년 넘게 서로의 좋은 일은 축하하고 슬픈 일은 함께 울며, 이렇게 공연을 같이 보고 함께 밥을 먹으며 소소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어 감사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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