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오는 날, 아침출근저지투쟁 중. 해고노동자와 연대단위, 시민들이 함께 1월 19일 새벽부터 눈을 맞으며 정수유통 정문앞에서 아침출근저지투쟁을 하고 있다. 한국GM 세종물류센터 하청노동자들은 1월1일부터 아침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박지영
한국GM 세종물류센터 하청 노동자들은 일을 그만두겠다고 한 적이 없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단 하나, 계속 일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다.
세종특별자치시 연기면 한국GM 세종부품물류센터에서 일하던 노동자 120여 명 중 상당수는 10년에서 20년 이상 같은 현장에서 일해 온 장기 근속자였다. 이들은 2025년 7월, 원청인 한국GM을 상대로 ▲고용안정 ▲처우 개선 ▲교섭을 요구하기 위해서 노조를 결성했다.
노조 설립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2025년 11월 27일, 하청노동자들은 해고 통지를 받았다. 이어 12월 31일 한국GM은 하청업체였던 우진물류와의 도급계약을 해지했고, 우진물류는 폐업했다. 그 결과 관리직을 포함한 우진물류 소속 노동자 120여 명 전원이 일터에서 쫓겨났다. 노동자들은 이를 업체 변경을 이용한 집단 해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한국GM은 정수유통과 새로운 도급계약을 맺었지만, 해당 업체는 고용 승계를 거부했다.
이후 노동자들은 ▲고용승계 ▲원청 교섭을 요구하며 한국GM 세종물류센터 앞에서 신규 인력 출근을 막는 투쟁을 시작했다. 지난 8일엔 집단 해고 전 노동자들이 작업한 부품을 정수유통이 반출을 시도하다가 노조에 의해 제지 당하기도 했다. 이에 노동자들은 물량 반출을 막는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우진물류와 정수유통은 같은 세종시 연기공단 내에 위치해 있으며, 펜스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다. 앞서 언급했듯, 정수유통은 세종물류센터에서 일하던 기존 노동자의 고용승계를 거부했다. 지엠은 도급계약에 고용승계 조항이 없다는 입장이다. 노동자들은 "현장은 그대로인데, 노조를 만든 사람만 배제됐다"고 말한다.
지난 17일 정수유통 앞 아침 출근저지투쟁 현장에서 조진선씨를 만났다. 그는 지난 2011년 우진물류에 입사해, 2025년 12월 31일 해고 통보를 받기까지 15년 동안 이 현장에서 일해왔다.
"고정 지출은 그대로인데 수입은 줄어들었다"
조진선씨는 1월 내내 세종물류센터 현장으로 매일 아침 출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조합원 다 같이 (투쟁을 시작)할 때부터 여기 있었다"고 말했다. 집이 가까운 편이라면서도 쉬기 위해, 집을 오가기 보다는 "현장을 떠나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혼자 살거든요. 집에 강아지 두 마리가 있는데, 아침저녁으로 밥만 주고 현장으로 돌아옵니다."
조씨는 투쟁 과정을 떠올리며 "노조 안에서도 작은 트러블이 없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투쟁이 길어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어느 순간부터는 서로 할 얘기는 하고,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양보하면서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지금은 노조원들의 사이가 더 좋아졌어요. 힘들어도 즐기면서 하자. 그렇게 마음을 맞췄죠."
조씨에게 최근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월급날이었다. 그는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는데, 막상 월급봉투를 받아 들었을 때는 마음이 좀 무거워졌다. 우울하더라. 그냥 눈물이 날 뻔했다. 고정 지출은 그대로인데, 수입은 줄어든 상황이니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나마 (15800원 모금) 연대에서 보탬을 주셔서 걱정을 좀 덜었다. 되게 고마웠다. 연대 아니었으면 우리가 이렇게 힘을 내서 (투쟁을) 할 수 있었을까 싶다. 우리끼리만 했으면 못했을 것 같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1만5800원의 연대는 삶을 잇는다

▲15800원 기금연대에 대한 공대위 감사인사 15800원 기금연대가 끝나고 공동대책위에서 감사인사를 전했다.
공대위제공
조진선씨가 말한 '연대의 보탬'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한국GM 세종물류센터 투쟁 현장에서는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15,800원 연대 모금'이 진행됐다. 최현욱 금속노조 GM부품물류지회 사무장은 "월급날이 15일이라, 그 전날까지라도 연대를 모아 보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15,800원은 해고 이전 조합원들의 월 기본급이었던 158만 원에서 따온 금액이다.
모금은 1월 14일까지 이어졌고, 기존 조합 연대기금까지 더해 약 6천만 원 가량이 마련됐다. 이를 바탕으로 조합원 1인당 약 70만 원이 긴급 지원됐다. 노동자들은 "생계를 대신할 수는 없지만, 당장 하루를 버티는 데는 분명한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공동대책위원회는 "물량 반출을 막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온 동지들, 커피와 어묵으로 손을 내민 시민들, 함께 기금을 모아 연대한 노동자들이 있었기에 혹한 속에서도 현장을 지킬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비정규직 노동자 역시 존엄을 보장받아야 할 존재"라며 "반드시 현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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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사람의 이야기로 기록해 온 글쓴이입니다. 장애인 권리, 비정규직 노동, 지역 갈등 현장을 직접 찾아가 당사자의 목소리를 인터뷰로 담아왔습니다. 사실 전달을 넘어 왜 사람들이 광장에 설 수밖에 없는지, 그 맥락을 기록하는 글을 쓰고자 합니다. 지역에서 벌어지는 노동·시민의 이야기를 꾸준히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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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고용승계 투쟁 중 첫 월급... 눈물 날 뻔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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