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중부 후쿠이현 쓰루가시에 위치한 '쓰루가 화력발전소' 앞에 석탄이 쌓여 있는 모습. 사진은 2011년 7월 촬영된 모습으로, 당시 새로 정비된 외항 항만시설을 통해 연료 하역과 물류가 이뤄지는 구조를 보여준다.
Joel Abroad, Flickr
AZEC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일본의 해외 공적금융 역시 화석연료가 중심인 구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흘러왔다. 지난 10년 간 일본의 해외 금융지원 중 석유·가스 투자 규모는 930억 달러(약 137조 원)에 이른다. 같은기간 재생에너지 투자 규모인 90억 달러(약 13조 원)의 10배를 넘는다.
이러한 행보는 일본이 국제적으로 기후 리더십을 강조하는 태도와 상반된다. 데이터 기반 미디어 플랫폼 에너지 트래커 아시아(ETA) 역시 일본이 동남아 여러 국가의 에너지 계획 수립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석탄·LNG 중심의 경로를 2050년 이후까지 이어가도록 구조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이 자국의 발전·가스·플랜트 산업에 유리한 공급망을 유지하려는 금융 전략이 병행된 것으로 읽힐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일본이 전환금융을 기반으로 '전환 기술'이라 홍보해 온 암모니아 혼소와 CCUS 또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영역이다. 암모니아 혼소는 기존 석탄발전소에서 석탄과 함께 암모니아를 섞어 연료로 태우는 방식이다. 따라서 사실상 화석연료를 계속 쓸 수밖에 없는 구조를 고착화하는 것이다.
독일 기후 싱크탱크인 뉴클라이밋연구소는 암모니아 혼소는 비용 대비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낮고 실질적으로 석탄화력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또한 암모니아 혼소만으로는 충분한 감축효과나 시장 참여 유인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CCUS 역시 비용 부담과 기술적 불확실성이 큰 만큼, 대규모 감축에 기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회의적 평가가 많다.
'전환'의 이름을 단 화석연료 중심 전략에 대한 이러한 국제적 평가와 이론적 우려는 일본 현장에서 일정 부분 확인됐다.
먼저 일본 발전사들은 LNG와 석탄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현행 설비의 수명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암모니아·수소 혼소 실증을 확대하고 있었다는 점이 실제로 확인됐다. 연구소가 찾은 한 발전사는 LNG 외에 암모니아 혼소 실증을 병행하며 중장기적 대체 구조를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화석연료 인프라를 활용하면서 새로운 기술 도입 가능성을 탐색하는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접근이 실질적인 대체로 이어질지, 혹은 기존 체계의 점진적 보완에 그칠지는 향후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금융 분야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관찰되었다. 전환금융이 석탄화력발전소의 조기 폐쇄보다는 단계적 전환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또 전환금융을 활용해 화석발전소를 닫지 않고 운영을 지속할 수 있다는 논리 역시 제기됐다.
투자자들 역시 암모니아 혼소의 비용 부담과 감축효과의 한계를 인지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경제성 문제는 일본 내에서도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러한 기술들이 전환 전략의 한 축으로 계속 검토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식 전환 기술 접근이 실제 감축효과와 경제적 현실 사이에서 일정한 긴장과 제약을 갖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K-전환금융 성패 돈 흐름 아닌 설계에 달려… 모방 아닌 '선별적 수용' 필요

▲ 일본 도쿄에서 진행된 전환금융 관련 인터뷰 및 면담 현장. 녹색전환연구소는 금융기관과 투자자 등 현지 이해관계자들을 여럿 만나 일본 전환금융의 설계 방식과 투자 기준, 실제 자금 운용 구조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녹색전환연구소
현재 한국은 전환금융 가이드라인과 산업 전환 정책을 설계하는 중요한 시기에 있다. 정부는 올해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일본의 GX 추진전략과 전환금융 모델이 자주 참고되지만, 이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일본이 겪은 구조적 한계가 반복될 수 있다.
일본에서 만난 한 학계 관계자는 연구소가 전환금융을 연구하기 위해 일본을 찾은 배경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본 전환금융은 발행 규모와 정책 스토리텔링면에서는 크지만, 임계값이나 전생애주기(LCA) 기준 부재 등으로 신뢰도나 자금유입 면에서 한계가 크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한국이 일본식 느슨한 기준과 기술 로드맵 중심의 모델을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업 전환은 산업 구조와 자금 흐름, 기술 선택을 실질적 감축목표에 맞게 재편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제도로 구현하는 단계에서는 전환 기준의 명확성, 검증체계의 독립성, 산업계 로드맵의 한계 등 구조적 쟁점이 필연적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본 사례는 선언적 목표보다 자금과 기술 선택을 어떻게 구조화하느냐가 전환정책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한국은 특정 기술 중심의 접근이 아니라 명확한 기준 설정과 검증, 지속적 이행 점검을 중심에 둔 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전환의 핵심은 새로운 용어의 도입이 아니라 기존 구조를 실제로 변화시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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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전환, 속으로는 화석연료 연장… 일본 '전환금융'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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