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대학 교육을 좀먹고 있다고? 교육자들의 대응법은

서울과학기술대 논리적 글쓰기 'ChatGPT 뒤에 숨은 학생들, 그 앞에 선 교수들' 콜로키엄 참관기

등록 2026.01.21 11:09수정 2026.01.2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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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서울과학기술대 논리적 글쓰기 콜로키엄 포스터 2026년 1월 20일 서울과학기술대에서 열린 제1회 서울과학기술대 논리적 글쓰기 콜로키엄 'ChatGPT 뒤에 숨은 학생들, 그 앞에 선 교수들'
▲제1회 서울과학기술대 논리적 글쓰기 콜로키엄 포스터 2026년 1월 20일 서울과학기술대에서 열린 제1회 서울과학기술대 논리적 글쓰기 콜로키엄 'ChatGPT 뒤에 숨은 학생들, 그 앞에 선 교수들' 서울과학기술대 교양대학

"생산성과 효율성의 상징인 AI가 대학 교육을 좀먹고 있다고들 말한다. 더 이상 교수와 학생 모두가 AI 술래잡기나 사냥놀이에만 소모돼선 안된다."

2026년 1월 20일에 열린 서울과학기술대 논리적 글쓰기 콜로키엄을 라이브로 참관했다. 'ChatGPT 뒤에 숨은 학생들, 그 앞에 선 교수들'이라는 주제였는데, 무려 전국의 교육자 900명이 사전에 참석을 신청했단다. 줌과 유튜브 동시 송출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실시간으로 500~600명이 들어와 있었다. 그만큼 대학을 비롯한 학교 현장에서 AI의 영향력이 엄청나고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지난 3년간 교육 현장에서 초점화된 제일 큰 화두는 AI였다. AI 때문에 선생의 교육자 역할이나 학생의 학습 수행 방식이 모두 완전하게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고 읽기와 글쓰기를 통해 수업을 진행하는데, 어느 순간 거의 모든 학생이 AI를 활용해 텍스트를 요약한 정보를 습득하고, LLM(대형언어모델)을 사용해 글쓰기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다. AI를 활용하되 보조적인 수단으로만 사용하길 권하고, 주체적인 해석과 창의적인 글쓰기라는 저마다의 능력을 보여주길 기대한다는 하나마나한 충고를 했던 것 같다.

불과 3년 전 챗GPT가 처음 상용화 됐을 때, 대학 당국이 내놓은 대책이란 시험과 과제에 AI를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겠다는 것이었다. 불과 얼마 전에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같은 최상위권 대학들도 시험 평가 중에 많은 학생들이 AI 치팅을 했다는 사실이 적발돼 일파만파 논란이 됐다. 아직도 대학은 LLM의 발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첫 번째 발표자 안서현(홍익대) 교수는 추상적인 윤리적 가이드라인만으로는 교육 현장에 범람하는 AI 사태가 정리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생성형 AI는 사용자의 의도나 윤리 의식과는 상관없이 처음부터 교수자와 학습간 간의 의심을 유도하는 설계에 가깝다고 말한다. 교수와 학생이 AI 사용여부를 확인하며 소모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다. 직접 제작한 적정기술형 앱 '노할루'를 소개하면서, 이는 단순히 AI 사용 여부를 적발하는 장치가 아니라 교수자가 교육 현장의 규칙 설계자이자 도구 제작자로서 기능할 수 있는 교보재라 밝히기도 했다.

노연숙(서울대) 교수는 AI 시대에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은 쓰기에 대한 곤란을 겪는 게 아니라 이미 읽기가 무너진 교육 환경 때문에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읽기가 붕괴한 상황에서 생성형 AI가 만들어낸 문장들은 의미도 불분명하고 맥락도 느슨할 수밖에 없다. 읽기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텍스트의 문장과 챕터 사이에 코멘트와 주석을 공동으로 직접 달면서 서로가 협력하고 공감하는 읽기 문화를 재건하는 훈련을 거치자 학생들의 읽기와 쓰기 능력이 함께 개선됐다고 보고했다.

박숙자(서강대) 교수는 생성형 AI가 만능 쓰기 장치가 되는 분위기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생은 애초에 처음으로 자신의 생각을 글쓰기를 통해 드러내는 초심자이기 때문에 글쓰기를 개인적인 동시에 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활동으로 각인시키고 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쓰기 과정에서 협업을 통해 피드백을 주고 받는 게 글쓰기 능력을 향상하는 방법이라고 제안하며, AI의 사용을 무조건 제한하기 보다 사용시점과 이용과정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원칙을 장착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각 개인이 AI를 조종하는 것보다, 공동체 내부의 토론과 의견 교환을 통해 훨씬 생산성이 높고 가치 높은 글쓰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은수(서울대) 교수는 읽고 쓰는 문제를 AI에 외주화하면 결국 교육이 실패한다고 주장했다. 읽기와 쓰기는 인문학의 본령이며, 그 안에 어떤 인간적 가치가 들어가야 하는지를 교육 현장에서 직접 발명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읽기의 과정에서 서로 간의 연결을 가능하게 해주는 '세미콜론'이라는 플랫폼을 만들어 활용한다고 밝혔다. 서로 간의 탐색과 연결뿐만 아니라 개인의 여백과 흔적을 남겨 자신의 읽기 과정을 복합적으로 사유할 수 있게 만들었다. AI를 탐지하는 적발 기술의 개발보다 시급한 것은 읽기의 페르소나를 회복하고, 능동적 읽기를 바탕으로 쓸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콜로키움은 교육현장에서 AI로 인해 겪는 여러 곤란과 좌충우돌을 공유하고, AI의 습격에 대응하는 교육자들의 고군분투 경험을 나누는 자리였다. 명민한 선생들은 AI 사용을 적발하는 프로그램을 스스로 개발하거나, 결과물이 아닌 문제 해결 과정 자체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또 누군가는 이제 서술형 리포트나 보고서는 평가 대상이 될 수 없으며, 구술 평가와 현장 토론을 중심으로 평가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다만 대학 교육에 있어 AI가 무엇인지, 읽기와 글쓰기라는 근본적인 학습행위는 AI와 어떻게 병존할 수 있는지, 아직 누구도 구체적으로 확언하지는 않았다. 두려움 속에서 혹은 기대감 속에서 조금씩 변화를 받아들이고 대응하는 모습이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점은 AI의 발전을 교육과 학습의 붕괴로만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변화의 과정으로 수용하면서, 그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교육자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학생들의 빛나는 창의력과 새로운 발상을 이끌어 내기 위해 인간의 고유성과 특별함을 부각시켜야 한다는 말씀들이 인상적이었다. 인간만의 고유함이 그저 철 지난 명제가 아니라 구체적인 모양과 쓸모로 드러날 수 있도록 대학이 앞장서 변화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챗GPT #AI #교육 #읽기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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