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 출신이 주도한 검찰 개혁 방안이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치자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대검찰청.
이정민
검찰개혁이 다시 화두다. 민정수석을 비롯한 검찰 출신이 주도한 정부의 검찰개혁 방안이 국민의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치자, 개혁의 대상이 개혁의 내용을 만드는 모순적인 상황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판에 법무부와 검찰은 늘 그랬듯 국민을 위한 제도를 고민해야 한다고 그럴듯한 명분을 제시하지만 결국 주장의 핵심은 검찰이 지금의 권한을 그대로 가져야 한다는 것으로 끝난다. 국민이 하지 말라고 명하는데, 국민을 위한다며 국민의 뜻을 저버리는 행동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국민을 무시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지나친 자기 확신 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국민주권을 제1조에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다.
기득권의 집요한 방해를 뚫고 정말 어렵게 생긴 이번 기회에 검찰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개혁내용에 다음의 세 가지가 꼭 들어가야 한다.
첫째, 국가수사위원회 설치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손에 움켜쥐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검찰의 권한을 나누어 그간의 폐해를 바로잡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수사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보완수사권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남기려고 하지만, 국민 여론에 비춰볼 때 이는 성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는 보완수사권을 얻지 못하면 검찰은 국민을 위해서 수사기관에 대한 적절한 감독과 통제가 필요하다며 수사에 관여하려고 들 것이다. 국가수사위원회는 바로 이러한 시도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장치다.
공소청으로서 공소 제기와 공소 유지에 집중해야 할 검찰이 수사에 관여할 수 있는 명분은 수사가 잘못된 점은 없는지 누군가 감시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 역할을 담당할 국가수사위원회가 생기면 검찰의 명분이 설 곳을 잃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은 작년에 국가수사위원회 설치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었다. 그러나 검찰을 비롯한 보수 언론의 집중견제를 받자 이 방안을 포기했다. 당시 보수 언론들이 얼마나 국가수사위원회를 싫어했는지는 다음의 기사 제목들이 잘 보여준다.
'검수완박'도 모자라… 국가수사위원회로 '여수완장' 나선 민주 – 조선일보(2025. 6. 13.)
中 국가감찰위와 이름도 비슷 '국가수사위' … 무소불위 권력기관 '新 공안통치' 예고 – 뉴데일리(2025. 6. 12.)
"檢보다 더 무서운 기관 된다"…檢개혁 새 뇌관된 국가수사위 – 중앙일보(2025. 8. 8.)
검찰과 함께 기득권 카르텔을 형성하는 보수 언론이 이토록 강하게 반대한 걸 보면 국가수사위원회가 애초 검찰개혁의 목표인 검찰 권한 분산에 꼭 필요한 조직임을 알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여당인 민주당이 국가수사위원회 설치라는 애초의 방안을 강하게 추진해야 한다.
두 번째는 재수사를 전담하는 '특별수사청' 신설이다.
어느 수사기관이 수사했든 그 수사가 잘못됐다면 재수사를 통해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러나 경찰, 공수처, (신설예정인)중수청 등, 어떤 수사기관이든 자신들이 했던 수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재수사 지시가 있을 때 이를 성실하게 수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기존에는 다른 수사기관이 상호수사하게 하는 방안이 논의되었다. 그러나 이 방식은 각 수사기관이 다른 수사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수단으로 재수사를 악용하거나 최악의 경우 침묵의 카르텔처럼 수사기관끼리 서로 봐주기 수사를 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가장 좋은 것은 재수사만을 전담하는 별도의 '특별수사청'을 신설하는 것이다. '특별수사청'은 1차 수사기관의 수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을 때만 수사를 할 수 있기에 소위 말하는 기획 수사나 표적 수사를 통해 조직의 권한을 확대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잘못된 1차 수사를 바로잡아 제대로 수사하는 데 역량을 기울일 수밖에 없고, 이는 1차 수사기관에게는 경각심으로 작용해 결과적으로 부실 수사나 과잉 수사와 같은 잘못된 수사를 근절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법원의 재정신청제도를 대폭 강화하고 국민참여적 요소를 도입하는 것이다.
범죄의 피해자가 경찰이나 검찰에 고소했는데 사건 수사 후에 검찰에서 기소하지 않으면 피해자는 정말 큰 절망과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다. 이때 그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 바로 법원에 재정신청을 하는 것이다. 검찰이 기소를 안 한 게 잘못이니 법원이 다시 판단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검찰의 집요한 방해와 법원의 무관심으로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제대로 된 기록검토도 없이 서류만을 보고 결론을 내리는 게 일반적인데 인력을 늘려서 관련 사건을 좀 더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또 기소 여부에 관한 판단에 국민참여재판방식을 도입해 국민의 상식과 법감정에 부합하는 결론이 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검찰개혁은 정말 어렵다. 기득권을 놓지 않기 위해 말 그대로 사활을 걸고 밤낮으로 오로지 그 고민만을 하는 강력한 집단을 상대로 그 권한을 뺏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국민을 위해서다', '사회적 혼란이 우려된다'. '좀 더 신중하고 차분하게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수십 년 동안 검찰이 개혁을 막으며 했던 말이며 제시했던 명분이다. 그리고 반대는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주권자는 지금, 오늘, 바로 이 순간 확실한 검찰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국민적 요구에 응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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