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해부터 뜨거운 국가적 쟁점으로 떠오른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의 이전을 두고 이재명 대통령이 중요한 언급을 추가해 향후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용인 국가산단의 이전을 설명한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대통령은 일단 "이미 정부 방침으로 정해서 결정해 놓은 걸 지금 와서 (어떻게) 뒤집나. 이게 쉽지 않다"며 지금까지 대통령실의 공식적인 입장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어서 "용인 반도체에 지금 13기가와트 전력 필요한데, 그러려면 원전 10개 있어야 한다. 그 전력을 어디서 해결할 건가", "남부에서 송전망을 만들어서 이리로 다 대주면 남부에서 가만 있겠나", "한강 수계 용수 다 쓰면, 수량 부족해지면 수도권 주민들 식수는 어떻게 할 건가"를 반문하면서, 용인 산단이 내재적으로 지니는 문제점을 대통령이 분명히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기존 전문가들이나 정치권과 달리, 대통령이 문제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은 일단 상당히 긍정적이다.
문제는 다음부터다. 대통령은 정부가 설득이나 유도를 할 수는 있지만, 이전을 '정치적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기업은 돈이 되면 부모가 말려도 한다. 돈이 안 되면 아들이 부탁해도, 딸내미가 부탁해도 안 한다"며 기업이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게 우선인 것처럼 덧붙였다.
용인 산단은 처음부터 정치적 결정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은 문제의 순서를 잘못 짚었다. 용인 산단 결정은 처음부터 기업의 '자율적 선택'이 아니라, '정부의 정치적 결정과 보증'의 결과였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자. 대통령도 지적한 것처럼, 용인은 용수와 전력 여건을 고려하면 처음부터 대규모 파운드리 공장의 입지 조건이 아니었다. SK나 삼성이 이를 모를리 없다.
그런데 어째서 기업들은 물과 전력이 막대하게 필요한 대규모 반도체 제조단지를 하필 용인에 구축하는 결정을 내렸나? 그들 주장처럼 인재가 수도권 안에만 머물러서?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물과 전력을 끌어오더라도 돈이 되어서? 아니다. 사실 평택시 용인 부지는 인근 상수원보호구역 영향으로 인해 원래 공장 설립 불가 지역이었다. 그걸 정부가 풀어 줬다. 환경영향평가도 정부가 조기에 완료시켜 줬다. 모두 윤석열 정부가 내린 정치적 결정이다.
여기에 더해 결정적으로, 환경부를 동원해 약 107만 톤의 통합용수 공급을 보장하고, 산업부는 10GW 이상의 전력을 공급해 주기로 약속했다. 그제야 기업은 '부모가 말려도' 돈이 된다고 생각하여 적극 참여하게 된 것이다. 심지어 정부는 2024년 11월 '반도체 생태계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 적시 조성을 위해 기업이 부담하는 송전선로 지중화 비용의 60%"를 정부가 분담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결국 내란 여파가 계속되던 2025년 4월, 다시 10%를 보태서 70%를 국비 지원하는 걸로 확정했다.
이쯤 되면 용인 반도체 산단을 과연 기업들이 '이익을 좇아' 자발적으로 움직인 결과이고, 이걸 정부가 정치적으로 막거나 거부할 수 없다고 주장한 대통령의 발언이 타당하다고 볼 수 있나? 대통령의 논리대로라면, 정부가 용인 산단을 위해 기업에게 약속했던 '정치적인 결정'을 모두 철회하고도 기업들이 스스로 용수도 자비로 해결하고, 전력 송전과 지중화 비용도 스스로 투자해서 해결하라고 얘기해야 맞지 않나? 아니면 용인 반도체 산단의 비수도권 이전도 결국은 정치적으로 '결단'해야만 한다. 대통령의 권한으로.
정치권 갈등, 지역 갈등으로 확전되는 걸 막아야
대통령이 뒤에서 설득하고 유도할 게 아니고 앞에서 적극 문제를 풀어야 할 이유는 또 있다. 현재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의 향방을 두고 여야는 물론이고 여당 안에서도 경기, 용인 지역의 정치인들과 전북을 중심으로 한 비수도권 정치인들의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갈등 양상으로 번지는 중이다.
비수도권으로 이전하면 어디로 할 것인가를 두고 논쟁하는가 하면, 국가 산업 경쟁력을 들먹이며 경기 용인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단체장, 지역 언론까지 총동원되어서 대립하는 상황을 도대체 누가 조정할 것인가? 여당 지도부조차 사실상 조정 능력을 잃어버린 것처럼 보이는데, 그렇다면 대통령과 중앙정부가 적극적으로 문제를 풀려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특히 2023년 추가로 발표된 용인 산단은 고작 지난 연말부터 토지 보상에 막 들어갔을 뿐, 아직 벽돌 한 장 놓은 것이 없으므로, 대체 부지가 결정되어야 산단 조성을 취소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먼저 용인 산단 추진을 멈추고 나서 비수도권 어디로 이전할지, 심지어 꼭 한곳으로 몰아서 이전해야 하는지 등등을 제대로 절차를 밟아 다시 고려해 볼 수 있다. 이 또한 누가 결정을 할 수 있을까?
요약해 보자.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은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이 전력과 용수 등 내재적 문제이든 균형발전과 같은 사회적 과제와의 충돌이든 명백히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기업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해법은 전혀 타당하지 않다.
용인 산단은 처음부터 무리하게 '정치적으로' 산단 인프라 국비 지원을 약속했기에 사업적으로 고려된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문제를 두고 여당 안에서조차 지역 대립이 격화되는 상황인 마당에 이를 조정해야 할 난제까지 불거졌다. 결국 대통령이 뒤가 아니라 앞에 나서야 하는 시점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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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이다. (사)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 서울혁신센터장, 정의정책연구소장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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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대통령이 나서야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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