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의 게임> 촬영지에서 겪은 인생을 바꿀 뻔한 일

여행은 선택의 연속, 삶도 그렇다

등록 2026.01.23 11:06수정 2026.02.0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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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40대 부부가 동반 퇴사했습니다. 안정된 삶 대신 꿈을 선택한 은퇴 부부의 좌충우돌(左衝右突) 여정을 기록합니다.[기자말]
<왕좌의 게임>. 조지 R.R. 마틴의 소설 <불과 얼음의 노래>를 원작으로 한 HBO의 메가 히트 드라마다. 철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귀족 가문들의 음모와 전쟁, 그리고 인간을 위협하는 초자연적 존재와의 사투를 그린 이 작품은 전 세계 수많은 팬을 만들었다.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는 이 드라마 속 핵심 공간인 '킹스 랜딩(King's Landing)'의 실제 촬영지다. 민체타 요새를 다녀왔다. 성벽을 걷는 동안, 이곳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실제 역사를 품은 공간이라는 사실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두브로브니크 민체타 요새 왕좌의 게임에서 '불멸자의 집'으로 나온 장소 입니다.
▲두브로브니크 민체타 요새 왕좌의 게임에서 '불멸자의 집'으로 나온 장소 입니다. 김봉석

하지만 두브로브니크에 왔다면 반드시 가야 할 곳이 하나 더 있다. 성벽 바깥 해안 절벽 위에 우뚝 솟은 로브리예낙 요새(Fort Lovrijenac). 드라마 속 '레드 킵(The Red Keep)'으로 등장했던 장소다.
조프리 왕의 이름날 축제와 블랙워터 만 전투 장면 등 수많은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두브로브니크 로브리예낙 요새 올드타운 성벽에서 바라 본 '로브리예낙 요새' 입니다.
▲두브로브니크 로브리예낙 요새 올드타운 성벽에서 바라 본 '로브리예낙 요새' 입니다. 김봉석

올드타운 입구를 지나 골목길로 접어들자 푸른 바다와 함께 요새의 위엄이 드러났다. 바다는 마치 드래곤의 비늘처럼 빛났고, 가파른 돌계단을 오를수록 시야는 더 넓어졌다.

두브로브니크 '로브리예낙 요새' 앞바다 요새 돌계단 아래에서 바라 본 아드리아해 입니다.
▲두브로브니크 '로브리예낙 요새' 앞바다 요새 돌계단 아래에서 바라 본 아드리아해 입니다. 김봉석

입구에서 패스권을 제시하고 요새 안으로 들어섰다. 외관의 웅장함과 달리 내부는 의외로 소박했다. 층을 하나씩 오를수록 두브로브니크의 올드타운 전체가 점점 또렷해졌다.

두브로브니크 올드타운 '로브리예낙 요새'에서 바라 본 올드타운
▲두브로브니크 올드타운 '로브리예낙 요새'에서 바라 본 올드타운 김봉석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스산함이 느껴졌다. 쇠창살로 덮인 깊고 어두운 우물과 그늘진 공간들, 텅 빈 요새 안에는 수세기 전 치열했던 전쟁의 잔상이 남아 있는 듯했다. 이유 없이 온몸의 감각이 예민해졌다.

요새를 다 둘러보고 내려온 뒤, 아내가 화장실에 간 사이 주변을 조금 더 살폈다. 돌벽 사이 구멍마다 비둘기들이 둥지를 틀고 있었고 그 수가 워낙 많아 퍼덕거리는 소리에 자꾸 놀라게 됐다. 나는 비둘기를 피하려고 기둥 옆으로 몸을 붙였다.


그 순간이었다. 바로 옆에서 '쿵' 하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 너무 갑작스럽게 바로 옆에서 벌어진 일이라, 깜짝 놀라 뒤로 넘어질 뻔했다. 마대자루라도 떨어진 줄 알았다. 그런데 시선을 돌리자, 사람 몸집만 한 리트리버 한 마리가 바닥에 쓰러진 채 고통스러운 울부짖음을 내고 있었다. 두 번의 짧은 울음 뒤, 개는 얼굴을 바닥에 떨군 채 피를 토했다.

주변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관광객들이 "Oh my god"을 외쳤고, 한 남자가 달려와 개를 진정시키려 했다. 위에서 내려온 주인은 울면서 앰뷸런스를 불러 달라고 소리쳤다.


모든 일이 순식간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손과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아내가 화장실에서 나와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내 표정을 본 아내는 오히려 나를 진정시키며 내 팔을 잡고 요새를 벗어났다.

불과 50cm였다. 비둘기를 피해 기둥 아래로 들어온 지 1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 그 짧은 거리와 순간은 나의 미래를 완전히 바꿀 수도 있었다. 만약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지금의 여행은 물론 이후의 삶도 중단됐을지 모른다.

왜 그 리트리버가 아래로 떨어졌는지는 아직도 알 수 없다. 문득 스코틀랜드 오버툰 브리지에서 수십 마리의 개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뛰어내렸던 사건이 떠올랐다. 당시 전문가들은 다리 아래 서식하던 밍크의 강한 소변 냄새가 개들의 감각을 자극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 리트리버도 무언가 강렬한 끌림에 반응했던 것일까. 그날 이후 로브리예낙 요새의 스산함은 더 선명하게 기억에 남았다.

여행은 선택의 연속이다. 그리고 삶도 그렇다. 유럽을 선택했고, 크로아티아를 선택했고, 두브로브니크를 선택했고, 요새 안에서 비둘기를 피해 기둥 옆으로 몸을 피한 것 또한 나의 선택이었다.

그 선택이 옳았는지, 잘못이었는지는 늘 나중에야 알게 된다.
우리는 그 결과를 감수하며 살아간다. 그것이 여행이든, 인생이든.

앞으로의 선택도 그러하길 믿는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두브로브니크 #로브리예낙 #요새 #왕좌의게임 #촬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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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0년간의 안정된 직장 생활을 뒤로하고, 부부가 함께 은퇴 후 시작한 새로운 여정. 안정된 삶 대신 꿈을 선택한 40대 파이어족의 좌충우돌 '은퇴 후 삶'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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