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 어떻게 자라는가 살펴보아라. 그것들은 수고도 하지 않고 길쌈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온갖 영화를 누린 솔로몬도 이 꽃 한 송이만큼 화려하게 차려 입지 못하였다. - <신약성서> 마태복음.
꽃은 하느님이 지으신 가장 아름다운 것인데 영혼을 넣어 주실 것을 깜빡 잊으셨다. - H. W. 비체, <일생을 두고 하는 생각>.
꽃이 시들어 버리면 그냥 내버리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우주를 사색하는 사람은 꽃이 시들 때 비로소 꽃의 아름다움을 본다. - 이어령,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우리 꽃문화 답사기>를 쓴 이상희는 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경북 성주에서 태어나 고려대학 법학과를 졸업하고 고등고시 행정과에 합격, 진주시장·산림청장·대구직할시장·경북지사·내무부장관·한국토지개발공사사장·건설부장관 등 행정 관료를 지내고 <꽃으로 보는 한국문화>(전3권)와 1999년 화제를 모은 <우리 꽃문화 답사기>를 펴냈다. 꽃을 좋아하는 국민답게 꽃에 관해 쓴 글은 차고 넘친다. 이상희는 권두에 헌사 '꽃에 바치는 노래'를 붙였다.
밤새 피었다가 또 밤새 지는
네 수줍은 몸짓, 소리도 없다.
비바람 불고 눈서리 내려도
때가 되면 어김없이 피워내는
비판한 미소, 천년을 한결같다
사랑의 기쁨,
이별의 슬픔,
희망의 노래,
그 아득한 전설로 피어나
고단한 삶을 위로하는
네 고운 영원은
끝없이 다시 피어나는 불같은
네 그리움에 차라리 눈을 감는다.
'꽃은 그냥 꽃이 아니라'는 제목을 단 책 머리글을 소개한다.(앞부분이다.)
꽃은 '아름다움'이다
'꽃'은 흔히 '아름다움'의 대명사로 일컬어진다. 그 형형색색의 빛깔과 자태는 과연 신이 빚은 최고 걸작품이다.
우리는 아름다운 사물이나 사람을 지칭할 때 흔히 '꽃 화(花)'자를 그 앞에 붙였다. 날아갈 듯 화사한 미인의 자태를 '화월용태(花月容態)'라 하고, 꽃같이 아름다운 얼굴을 '화안(花顔)' 또는 '화검(花瞼)'이라 한다. 아름답고 화려한 옷을 '화의(花衣)', 아름다운 족두리를 '화관(花冠)', 신부가 혼례 때 타는 아름다운 색과 자태, 그리고 그윽한 향기로 인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즐겁게 할 뿐만 아니라 삶의 정취를 더욱 깊게 해준다.
고려의 문호 이규보는 "아름다운 꽃을 보게 되면 너무 좋아 정신이 몽롱해지네"라고 노래했는가 하면, 매천 황현은, "꽃은 천 번을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또 화암은 꽃 속에서 사는 심경을, "모든 기쁨·성냄·걱정·즐거움과, 앉고 눕고 하는 것을 이 병군에 붙여 자아를 잊고, 늙음이 다가오는 것도 잊어버리는 경지에 이르러 갈 뿐"이라고 하고 있다.
현대인도 꽃에 매료되기는 마찬가지이다. 문인 노자영은 그의 정원에 핀 꽃을 바라보고, "수많은 명현들에게서 명훈과 금언을 듣느니보다 나는 이 꽃 한 송이를 바라보는 것이 더 마음이 정화되고 아름다워지는 듯하였다"고 하였는가 하면, 시인 조지훈은, "국화가 나에게 한갓 슬픔을 더해 준다기로소니 영혼과 육신이 함께 목마른 지금의 나에게 국화가 없으면 낙엽이 창살을 휘몰아치는 기나긴 가을밤을 어떻게 견디랴"고 했다.
또 문인 김동리(金東里)는 그에게 아름다운 것을 들라면 첫째는 꽃이요, 둘째는 소녀요, 셋째는 달이라고 했다.
꽃과 소녀와 달은 보는 순간 가슴이 찔금하거나 설레거나 형언할 수 없는 설움 같은 것을 안겨 준다.
그것은 보다 더 순수하게 보다 더 날카롭게 우리의 미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이 아닐까?... 도대체 나는 왜 꽃이라고 하면 언제나 이렇게 몸이 후끈 달아 오를까...
그렇다. 내가 꽃을 보고 그렇게 충격을 받는 것은 거기서 곧 신의 얼굴을 보기 때문이 아닐까. - (꽃과 소녀와 달과)
이처럼 꽃은 사람들의 마음 깊숙이 위안과 설렘과 경탄과 사랑으로 피어나곤 했다.
신라의 수로부인은 천애절벽에 피어 있는 철쭉꽃을 꺾어 달라고 시종에게 졸랐고, 고려의 문신 곽예는 비가 오는데도 맨발로 연꽃을 감상하러 연못을 찾아갔다. 이퇴계는 추위에 얼어 죽어가는 매화 화분을 안고 하늘을 우러러 매화를 살려달라고 읍소했고, 서거정은 매화가 있는 시간이 짧은 것을 아쉬워하며 "피는 것을 빨리 하고 지는 것을 더디게 해 달라"고 조물주에게 애원했을 정도였다.
꽃의 가장 보편적인 상징은 한마디로 '아름다움'이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으로부터 파생한 꽃의 의미는 참으로 다양하다. 즉 번영과 풍요, 존경과 기원의 매개물, 사랑·미인·재생·명예 등 더 높은 미적인 존재로 의미의 확산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꽃은 마침내 인간 생활의 또 다른 '언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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