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석헌
함석헌기념사업회
어느 날 부처님이 '가시굴 산'에서 정사(精舍)로 돌아오시다 길에 떨어져 있는 묵은 종이를 보시고, 비구를 시켜 그것을 줍게 하시고, 그것은 어떤 종이냐고 물으셨다.
비구는 아뢰었다. "이것은 향을 쌌던 종이입니다. 향기가 아직 남아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부처님은 다시 나아가시다가 다시 길에 떨어져 있는 새끼를 보시고 그것을 줍게 하여 그것은 어떤 새끼냐? 물으셨다. 제자는 다시 여쭈었다. "이것은 생선을 꿰었던 것입니다. 비린내가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알 수 있습니다." 부처님은 이에 말씀하였다. "사람은 원래 깨끗한 것이지만, 모두 인연을 따라 죄와 복을 부르는 것이다. 저 종이는 향을 가까이 해서 향기가 나고, 저 새끼는 생선을 꿰어 비린내가 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사람은 다 조금씩 물들어 그것을 익히지마는 스스로 그렇게 되는 줄을 모를 뿐이다."(<법구경>, '쌍서품')
사람은 누구나 사람과 인연을 맺고 산다. 선연도 있고 악연도 있다. 진정한 만남이 있고 허위도 있다. 우리 현대사의 우뚝한 인물 함석헌은 1947년 7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를 지었다. 이 시문은 서울 대학로의 시비에 새겨져 있다.
만리길 나서는 날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탓던 배 깨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 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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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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