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자갈치 고봉밥 할매께, 건강히 자주 뵈입시더

남항 노동자들의 쉼터, 천막 밥집 어르신의 이야기

등록 2026.01.28 11:45수정 2026.01.2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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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린 바다 냄새와 노동의 땀 사이, 자갈치 노동자의 밥집 이분이 어르신의 시간이 있었고, 그 시간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란다(고봉밥).
비린 바다 냄새와 노동의 땀 사이, 자갈치 노동자의 밥집 이분이 어르신의 시간이 있었고, 그 시간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란다(고봉밥). 정남준

보기만 해도 겨울 아랫목처럼 사람 속을 데우는 이가 있다. 아주 오래전 기억 하나. 자기보다 더 배고픈 생명을 위해 밥을 남긴다며 허름한 나무 테이블 위에 숟가락을 내려놓던 그 둔탁한 소리는, 내 심장 박동마저 부끄럽게 만들 만큼 묵직했다.

넥타이를 맨 손님은 한 번도 본 적 없다는, 자갈치 후미진 곳의 세 평 남짓 천막 밥집. 그곳은 56년 동안 자갈치 새벽의 비린 바다 냄새와 노동의 땀이 들고 나며 하루를 이어온 자리였다. 힘 빠진 몸으로 밥집 앞을 서성이던 이들을 불러 앉혀 건네던 뜨거운 고봉밥. 그 밥알 하나하나는 매일같이 공중을 떠도는 성경의 구절과 불경의 문장, 정치꾼들의 공허한 약속보다 훨씬 단단한 진실이었다.


세상의 방구석에서 쏟아지는 말과 글이 아무리 현장을 재현한다 해도, 이곳의 비린내만큼 깊고 집요하게 삶을 대변하지는 못할 것이다. 2013년 12월부터 이어진 고봉밥 인연. 그 시간은 내 지난 삶을 다시 끄집어내게 했고, 앞으로 얼마가 남았을지 모를 세상을 살아갈 줏대를 내 손에 쥐여주었다. 그분은 어느새 내게 '할머니'를 넘어 '어머니'가 되었다.

적적함을 달래려 키우시던 어미 잃은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는데, 덩치 큰 쥐에 놀라 달아나다가 고등어 배달 오토바이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셨던 지난 이야기를 들려 주시면서 어르신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규, 아무리 이쁜 짐승이라 캐도 그 꼴 보고서는 내사마 못 키우겠더라. 은자 흘릴 눈물도 없는 이 할매가… 올매나 울었따꼬…"

28일 아침 출근길에 문득 생각나 전화를 드렸더니, 자갈치 공판장 현대화 사업이 시작되며 밥집 천막 뒤 해안선 공사가 한창이라 요즘은 가게를 제대로 열지 못하신다고 했다. 손님도 줄었고, 무엇보다 건강이 많이 안 좋으시다고 했다.

어르신, 이 거친 세상에서 '사람답게 사는 법'을 말이 아니라 몸으로 보여주셨습니다. 부디 오래, 건강하게, 자주 뵈입시더.


 비린 바다 냄새와 노동의 땀 사이, 자갈치 노동자의 밥집 이분이 어르신의 시간이 있었고, 그 시간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란다.
비린 바다 냄새와 노동의 땀 사이, 자갈치 노동자의 밥집 이분이 어르신의 시간이 있었고, 그 시간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란다. 정남준

 비린 바다 냄새와 노동의 땀 사이, 자갈치 노동자의 밥집 이분이 어르신의 시간이 있었고, 그 시간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란다.
비린 바다 냄새와 노동의 땀 사이, 자갈치 노동자의 밥집 이분이 어르신의 시간이 있었고, 그 시간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란다. 정남준

 비린 바다 냄새와 노동의 땀 사이, 자갈치 노동자의 밥집 이분이 어르신의 시간이 있었고, 그 시간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란다(한 끼 고작 5천 원만 받는 노동자의 밥상).
비린 바다 냄새와 노동의 땀 사이, 자갈치 노동자의 밥집 이분이 어르신의 시간이 있었고, 그 시간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란다(한 끼 고작 5천 원만 받는 노동자의 밥상). 정남준

 비린 바다 냄새와 노동의 땀 사이, 자갈치 노동자의 밥집 이분이 어르신의 시간이 있었고, 그 시간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란다.
비린 바다 냄새와 노동의 땀 사이, 자갈치 노동자의 밥집 이분이 어르신의 시간이 있었고, 그 시간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란다. 정남준

 비린 바다 냄새와 노동의 땀 사이, 자갈치 노동자의 밥집 이분이 어르신의 시간이 있었고, 그 시간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란다.
비린 바다 냄새와 노동의 땀 사이, 자갈치 노동자의 밥집 이분이 어르신의 시간이 있었고, 그 시간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란다. 정남준
#자갈치 #자갈치정식 #비주류사진관 #자갈치공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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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실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로서, 드러나지 않은 삶과 소외된 이들의 희망을 세상에 전하고자 합니다. 사실 속에서 진실을 찾아가는 그 긴 여정에 함께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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