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용주차장예정부지 숲을 이루었던 나무가 모두 사라지고 휑하니 남은 땅. 주차장이 들어오면 더 삭막할것 같다.
전미경
충북 제천시는 최근 '영천동 공영주차장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강저동 국민임대아파트 단지 정류소 뒤에 있던 소규모 녹지를 제거했다.
제천시 교통과는 주차난을 이유로 들었지만, 주민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단순히 주차 공간의 문제로만 설명되기 어렵다.
공영주차장 조성 예정지인 1단지 정류장 맞은편에는 2009년 12월 사용 승인을 받은 LH(한국주택공사) 국민 임대아파트 단지가 위치해 있다. 총 872세대이며, 주차 가능 대수는 733대(지상 499대, 지하 233대)다. 실제 등록 차량 수는 약 693대로 파악된다. 단순 수치만 보더라도 주차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보기 어렵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 역시 "(이 아파트의) 주차난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두 정거장 떨어진 곳에 위치한 '리슈빌' 아파트의 상황은 다르다. 이 단지는 LH가 2018년 10년 임대주택(리츠) 사업으로 공급되었으나, 5년이 지난 2023년부터 분양을 시작했다. 총 565세대에 주차 면수는 582대(지상 185대, 지하 397대)다. 전기차 전용 주차면 12면을 포함하고 있지만, 등록 차량 수는 약 934대로 세대당 2대에 가까운 수준이다. 주차 공간 문제가 상대적으로 심각한 편이다.
물론 '영천동 공영주차장 조성 사업'이 리슈빌 아파트 만을 위한 사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 26일 오전 제천시 교통과는 전화통화에서 "몇 년 전부터 주차장 (조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지금도 왜 빨리 (사업을 완공하지) 않냐고 독촉하는 민원도 있다"며 "통장, 시의원 등 모두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다. 정책을 결정하면서 소수 의견까지 다 들을 수는 없었다. 나무는 다른 곳에 옮겨 식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제천시는 홈페이지 공고를 통해 2025년 6월 1단지 임대아파트 경로당에서 사업 설명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사업설명회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충분한 의견 수렴의 과정이었는지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주민 A씨는 "주차장이 들어온다는 걸 전혀 몰랐다. 여기(녹지) 지날 때마다 도토리가 떨어진 걸 보면서 계절을 느끼곤 했는데, 그동안 예쁘게 조성되어 있었던 녹지가 사라져서 아쉽다. 지금이라도 다시 나무를 심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천동의 통장 B씨(70대)도 "(사업설명회는 공영주차장에 대한) 찬반을 묻는 자리가 아니었다. 설령 그렇다 해도 혼자 반대한다고 (사업 무산이) 되겠나. 저기(리슈빌) 주차난으로 사고가 많이 난다고 하는데 어떡하나"라고 말했다.
"상가를 위한 주차장이라면 골목 안에 만들어야"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공용주차장이 들어설 버스정류장 뒷편
전미경
이러한 반응에 대해 김수완 제천시의원은 28일 "녹지가 사라진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주민들이 사업을 잘 알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아쉽다"면서도 "1단지 앞 정류장 뒷편의 녹지를 제거한 것은 리슈빌 아파트 주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근처 상가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초 골목 안에 있는 공원에 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주차장 조성이) 안 되는 곳이었다. 그래서 정류장 뒤편의 녹지로 위치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근처 상가의 상인들 역시 공영주차장 조성에 공감하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상가의 상인 C씨(60대)는 분통을 터트리며 "저기(건너편 주차장 예정지)는 주차장 자리가 아니다. (상가 상인들에게는) 쓸모가 없다. 상가를 위한 주차장이라면 골목 상권 안에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상인 D씨(50대) 역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골목 상권을 위한 것이라면 (주차장 조성) 사업설명회 때 상가 주인들도 불렀어야 했다"며 "여기는 상권이 크지 않다. 보다시피 폐업한 곳도 많다. 예전에 상권이 활발했을 때는 주차장이 필요했지만, 그때는 만들어주지 않았다. 지금은 누구를 위한 주차장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도시의 작은 숲은 주차장 만큼이나 정책 결정 과정에서 고려돼야 할 중요한 공공 자산이다. 버스를 기다리며 계절을 느끼던 숲은 이제 없다. 그 자리에 들어선 주차장은 편리함을 제공할 수는 있지만, 그 편리함이 도시의 모든 가치를 대신할 수는 없다. 그곳에는 더 이상 나무 그늘도, 바람이 스치는 소리도,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풍경도 남아 있지 않다.
주민 E씨(60대)는 "리슈빌 아파트 주민이 여기(두 정거장 떨어진 공영주차장)까지 와서 주차를 하고 걸어갈까? 차라리 리슈빌 아파트에서 그 근처 부지를 사서 주차 타워를 만들어 해결하는 게 더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녹지 공원이 여름에는 그늘도 되고 좋았다. 나무들이 탄소도 흡수하고 환경에도 좋은데 기후위기 시대에 다 없애서 어떡하나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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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류장 뒤 작은 숲이 사라졌다... "왜 여기 주차장을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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