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일교 금품수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건희 여사가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이날 자본시장법 위반 및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여사에게 징역 1년 8개월과 추징금 1천281만5천원을 선고했다. 2026.1.28 [서울중앙지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 서울중앙지법 제공
법관을 포함한 모든 공무원에게 헌법은 '공익실현의무'를 부과한다. 헌법에 따라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의 지위를 부여받아(헌법 제7조 제1항) 공익실현의무를 부담하는 공무원이 구체적으로 실행해야 하는 헌법적 의무는 '공정성'의 의무다. 특히 헌법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헌법 제27조 제1항) 재판을 담당하는 공무원인 법관에게 공정성의 의무는 특별하게 강조될 필요가 있다.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공무원인 형사법관에게 요구되는 공정성의 의무는 양형에서
① 책임과 형벌의 비례성원칙, 그리고
② 형벌체계의 균형성원칙으로 구체화된다. 이 두 가지를 준수해야 하는 헌법적 의무는 일차적으로 범죄의 구성요건과 형벌에 관한 형사법을 제정하는 입법자(의회)에게 부과된다. 그렇지만 형사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형사법관도 이 두 가지 의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헌재 2006. 4. 27. 2005헌가2 |
| 어떤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 즉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 따라서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그 범죄의 죄질 및 이에 대한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고 있다거나 그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하였다는 등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 등에 명백히 위배되는 경우가 아닌 한, 쉽사리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된다. |
무엇보다도 책임과 형벌의 비례성원칙에 따라 범죄에 대한 형벌은 범죄인에 대한 비난가능성, 즉
범죄의 죄질과
범죄자의 책임에 비례해야 한다.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고 무거운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범죄자에게 가벼운 형벌이 부과되지 않아야 하며 사소한 범죄를 저지르고 가벼운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범죄자에게 무거운 형벌이 부과될 수는 없다.
한편 평등원칙을 구체화하고 있는 형벌체계의 균형성원칙은 본질적 차이가 없는 동일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에 대해서는 모두 동등한 형벌이 부과되어야 하며, 본질적 차이가 있는 상이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에 대해서는 각각에게 서로 차등적인 형벌이 부과되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피고인 한덕수에 대한 양형에 시민들이 환호하는 이유는 국무총리의 지위를 가진 그가 내란 목적의 비상계엄이 선포된 상황에서 저지른 범죄의 죄질과 범죄자로서의 책임에 대해서 법관이 정확하게 평가하였기 때문이다. 국무총리라는 특별한 지위는 일반공무원이나 일반시민과 비교했을 때 본질적 차이가 있다. 또한 내란 목적의 비상계엄이 선포된 특별한 상황과 통상적인 상황을 비교했을 때 본질적 차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내란 목적의 비상계엄이 선포된 '특별한 상황'에서 국무총리라는 '특별한 지위'를 가진 사람이 저지른 범죄의 죄질, 범죄자로서의 책임과 통상적인 상황에서 일반공무원이나 일반시민이 저지른 범죄의 죄질, 범죄자로서의 책임은 차등적으로 취급돼야 하며, 전자에 대해서 엄중한 형벌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전직 국무총리 한덕수에 대한 23년 징역형에 대해서 시민들의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이다.
먼저 요구하지 않았다고 감경이라니, 누가 납득할까

▲ 16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 부장판사)의 체포방해 사건 선고공판에서 윤석열씨가 변호인들과 함께 판결선고 내용을 듣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윤석열과 김건희에 대한 양형이 시민들의 법감정을 충족시키지 못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피고인 윤석열은 대통령, 피고인 김건희는 대통령 배우자 지위에서 국헌문란의 내란죄와 헌법질서의 근간이 되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침해하는 국정농단의 범죄를 저질렀다.
행정부 수반이면서 국정최고책임자로서 계엄선포권과 국군통수권을 가지는 대통령의 직권남용죄는 일반공무원의 직권남용죄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대하다. 심지어 그것이 내란을 목적으로 불법적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무장한 경호처 공무원을 동원하여 법관이 정당하게 발부한 체포영장의 집행을 방해하려 한 경우 더욱 그러하다. 허위 계엄선포문을 사후에 작성하도록 하며 증거인멸을 위하여 비화폰 기록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직권남용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대통령 배우자, 특히 대통령에게 지시할 수 있는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평가되는 특별한(이른바 V0) 대통령 배우자의 알선수재죄는 일반공무원의 배우자나 일반시민이 저지른 알선수재죄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엄중하다. 오히려 대통령과의 친밀한 관계를 고려하면 알선수재죄보다 뇌물죄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대통령 배우자가 먼저 요구하지 않았다고 감경이라니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대통령의 배우자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대통령의 검사시절 그 배우자가 저지른 주가조작, 검찰총장 출신의 유력한 대통령후보 배우자가 무상으로 받은 여론조사결과가 일반시민의 주가조작이나 일반 선거후보자의 배우자가 무상으로 받은 여론조사결과와 비교될 수 있는가? 여러 증거를 통해 사실상 주가조작 전문가(선수)에 가까운데도 피고인을 짐짓 초짜 취급하고, 단지 계약서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반드시 대통령 부부에게만 제공할 목적으로 여론조사를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는데, 과연 누구를 설득시킬 수 있겠는가?
윤 부부 재판이 지닌 역사적 엄중함, 잊지 말아야
헌법이 요구하는 공정성의 의무는 절차적 공정성의 의무로도 구체화된다. 형사재판에서 재판의 공정성은 공판중심주의에 입각하여 형사법관이 당사자에게 대등한 공격과 방어의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공판에서 제시된 증거를 중립적으로 고려하도록 요구한다. 그런데 피고인 김건희의 혐의사실인 주가조작과 무상 여론조사수수와 관련하여 재판부가 원고(검사)와 피고가 제시한 증거를 중립적으로 고려했는지 의심스럽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시한 대부분의 증거를 피고인에게 유리하도록 해석하여 무죄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피고인 김건희에 대한 재판은 그의 배우자인 대통령이 벌인 내란 목적의 비상계엄과 연계돼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통령이 부인의 비리를 은폐하기 위하여 그 비리를 수사하기 위한 특검법 발의를 '입법독재' 운운하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이나 나이 등 기존의 양형기준을 도식적이고 기계적으로 적용할 수 있겠는가?
전직 대통령 부부의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모든 법관들은 유무죄나 양형을 판단할 때 해당 재판이 지닌 역사적 엄중함을 염두에 두길 바란다. 당신들은 지금 단순한 잡범에 대한 형사재판을 지휘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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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헌법학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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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부부가 범죄전력 없는 초범이라는 기막힌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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