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산 동암초등학교 5학년 최호인 학생
문수협
겨울에는 연탄을 나르고, 여름에는 수해 현장에서 삽을 든다. 계절이 바뀌어도 최호인 군의 봉사는 멈추지 않는다.
충남 서산 동암초등학교 5학년 최호인 군은 또래 친구들이 쉬는 주말마다 봉사 현장으로 향한다.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어디든 함께하는 것이 그의 일상이다.
지난 25일, 연말 어려운 이웃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한 공로를 인정받아 최호인 군은 (사)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 서산태안지부로부터 공로상을 받았다. 연탄 창고 한켠에서 만난 호인 군은 연탄 가루가 묻은 손으로 수줍게 인사를 건네며 인터뷰에 응했다.
사계절 이어지는 호인이의 봉사
호인 군은 겨울이면 아빠와 함께 연탄을 나른다. 이른 아침, 친구들이 아직 잠든 시간이다. 하지만 그는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현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몸을 풀고 묵묵히 일에 나선다. 힘든 기색 없이 어른들 틈에서 자신의 몫을 해낸다.
여름에는 수해 복구 현장으로 향한다. 진흙을 퍼내며 구슬땀을 흘리고, 우유팩 모으기와 EM 흙공 만들기 활동에도 빠지지 않는다. 봉사는 아이에게 어느새 특별한 일이 아닌 일상이 됐다.
호인 군이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아빠의 손을 잡고 처음 나선 현장은 동네 곳곳을 돌며 쓰레기를 줍는 일이었다.
작은 손으로 집게를 들고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를 하나하나 주워 담으며 '돕는 일'을 자연스럽게 배워나갔다.
봉사는 점차 연탄 나눔과 지역 봉사로 이어졌다. 그렇게 쌓인 봉사 시간은 현재까지 총 68시간 30분. 또래 친구들이 쉬는 주말과 방학을 반납하며 만들어온 시간이다.
호인 군은 해마다 용돈을 모아 연탄 기부에도 참여하고 있다. 봉사 현장에서 받은 용돈과 평소 아껴 모은 돈을 조금씩 모아 직접 기부에 나선다.
"필요한 걸 조금 덜 사면 연탄을 더 기부할 수 있어요."
작은 절약은 누군가의 겨울을 지키는 힘이 되고 있었다.
아빠에게서 배운 삶의 방식

▲ 아름다운 부자, 아빠 최재영씨와 최호인 군
최재영
이 모든 시작에는 아빠 최재영씨의 오랜 봉사 정신이 있다. 최씨는 총각 시절부터 꾸준히 봉사활동을 이어왔다.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언제든 발걸음을 옮겼다.
언젠가 온 가족이 함께 봉사에 참여하는 것이 그의 오랜 꿈이었다. 그 꿈은 이제 현실이 됐다. 아빠와 아들이 나란히 연탄을 나르는 풍경은 이제 낯설지 않다.
"처음에는 아빠 연탄 트럭을 타보고 싶어서 따라갔어요."
호인 군은 웃으며 말했다.
"게임 아이템은 나만 행복해요. 그런데 봉사를 하면 저도 행복하고, 할머니·할아버지도 행복해하세요. 그래서 봉사는 모두를 행복하게 해요."
봉사를 통해 배운 가장 큰 가르침 역시 아빠의 모습이었다.
"아빠가 열심히 하시는 걸 보고 저도 따라 하게 됐어요."
아빠는 늘 이렇게 말했다.
"게임 아이템 살 돈으로 이웃을 도우며 살아라."
그 말은 어느새 호인 군의 삶이 됐다.
요즘 아이들이 개인의 즐거움과 편의를 먼저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호인 군은 또래와는 조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자신의 만족보다 이웃의 어려움을 먼저 떠올리며 봉사를 선택했다.
꿈도, 목표도 나눔과 함께

▲ 우유팩 재활용 봉사에 참여한 최호인 학생
최재영
호인 군의 봉사는 연탄 나눔에만 머물지 않는다. 수해 복구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환경 보호 활동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봉사 현장에 설 때마다 그는 시골에 사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떠올린다.
"혼자 계시면 얼마나 힘드실까 생각하면 더 열심히 하게 돼요."
힘들 때도 있지만, 웃는 얼굴을 보면 다시 힘이 난다.
"연탄 받고 좋아하시면 다 잊어버려요."
현재 목표는 봉사 시간 100시간이다.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어요."
장래 희망은 요리사다.
"맛있는 것도 해주고, 봉사도 하고 싶어요."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장갑에 묻은 연탄 가루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그 흔적은 한 아이가 쌓아온 시간의 자취처럼 느껴졌다. 최호인 군에게 봉사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아빠와 함께하는 주말의 일상이자 삶의 일부다. 오늘도 그는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세상을 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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