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해군기지가 준공되던 2016년 2월 26일 마을 주민들은 기지 준공을 규탄하며 생명평화마을 선포식을 가졌다.
강정친구들
당시 대한민국의 상황은 세월호 진상규명 갈등과 이른바 '통일 대박'으로부터 시작된 남북 갈등, 격렬해진 노사갈등, 세대 갈등, 남녀 갈등, 양극화 등 다양한 갈등들이 불거져 고조되고 있었고, 제주 사회에는 제2공항 갈등이 급격히 떠올랐다. 시민사회 역량은 부도덕한 박근혜 정권 심판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촛불혁명에 의해 교체된 문재인 정권은 강정마을에 해군의 공식적인 반성과 사과도 없이 2018년 10월에 국제 관함식을 추진했다. 이미 갈라진 공동체를 또 한 번 찢어 놓은 사건이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추진된 공동체 회복 사업은 돈 잔치에 불과했다. 주민 모두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는 사업을 해야 한다는 원칙도 무너졌다. 더더구나 이 사건의 원흉인 해군과 손을 잡아야 국가적 지원이 커진다는 기대에 강정마을회는 해군과 상생을 약속해 버렸다. 그 바람에 규모는 외형적으로 커졌지만, 내용은 속 빈 강정이 된 사업이 되었다.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 사업은 거의 9천억 원대 규모로 진행되었다고 언론에는 나온다. 강정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의 수가 2300명에 불과하기에 1인당 3억 원이 넘는 액수다. 그렇다면 그만한 혜택이 각 주민에게 돌아갔을까? 그나마 마을주민에게 골고루 돌아간 사업은 장학사업과 주택 태양광 사업에 불과하다는 게 주된 평가다. 두 사업 합쳐도 총예산이 200억 원이 채 안 되는 사업이다. 나머지는 추석맞이 노래자랑이나 체육대회 등에서 나눠주는 경품이 늘어난 정도 외에는 체감상 느껴지는 혜택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결국 도로 확장이나 해군기지 체육 및 종교시설, 크루즈 터미널의 부대시설 중 상업시설, 마을 공동묘지를 이용한 태양광 시설, 임대 아파트, 마을 커뮤니티센터 등 시설과 토목 사업이 대부분이다. 설령 수익사업이라고 추진한 공유지 태양광 사업과 임대 아파트, 공동체 생산 시설과 상업시설에서 나오는 실제 수익이 어떤 규모이며 어떻게 재분배되는지 주민들은 총회 회계 결산 자료만 가지고는 알 수 없게 되었다. 새로운 마을회장은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회계의 투명성을 내걸고 당선되었지만, 어떤 해명을 내놓을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무엇보다 제주 해군기지는 안보 사업임에도 지역과 정면으로 충돌하여 대립하면서 추진된 대표적인 갈등 사업이었다. 시야를 넓혀보면 냉전이 해체되고 세계질서가 미-소 대결에서 미-중 대결로 옮겨가는 것을 대비하는 미국의 전략적 선택에 가까운 사업이기도 했다. 동맹이라는 미명 하에 한국의 선택은 언제나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해 왔다. 기존의 질서를 지켜왔던 세계가 지금 크게 요동치고 있다.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치명적인 전쟁의 위협을 인류의 공동 대응으로 피해 보자고 만들었던 UN은 이제 무용지물이 되어가고 있다. 아시아의 부상과 남미와 아프리카 권리 주장에 미국의 위치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미국은 이제 자신의 이익에 맞서는 상대를 힘으로 찍어 누르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엄중한 국제질서 변동에 대한민국의 선택은 내부적인 통합을 선결과제로 삼아야 한다. 분열과 갈등의 정치도 끝내고, 힘을 앞세워 억눌러 왔던 갈등들도 해소해야만 한다.
강정마을 경우도 경제효과만을 강조하는 사업만으로는 갈등 해소가 안 된다는 것을 직시해야만 한다. 해군의 진정한 반성과 강정마을의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는 길만이 갈등 해소의 단초가 될 것이다. 말로만 추진하겠다던 역사관을 재추진하여야 한다. 강정 주민들이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해 분연히 떨쳐 일어섰던 그날을 재조명하고 정부와 제주도정, 해군의 공식적인 반성의 메시지가 담긴 역사관 건립이야말로 통합의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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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잔치로 끝나가는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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