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양당 체제로 퇴행하면 안 된다

민주당-혁신당은 합당보다 지방선거제도 개혁을

등록 2026.01.29 15:56수정 2026.01.2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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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남소연

토지보유세는 시장경제에 가장 충실한 세금인 동시에 부동산 투기와 집값 폭등을 잡는 명약이다. 그런데도 보유세 강화를 정책 당국이 외면해왔다. 그 배경에는 고위 공직자의 '부동산 사랑'과 거대 양당 체제의 폐해가 있다. 그 해법은 고위 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와 정치 생태계 다양화이며, 이 글에서는 후자에 대해서만 다루기로 한다.

호텔링 모델: 거대 양당은 닮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2년 20대 대선에서, 국토보유세를 신설하여 그 재원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한다는 공약을 내세웠었는데, 최근에는 보유세에 대한 태도가 모호해졌다. 보유세에 관한 한 국민의힘과 비슷해지고 있다. 거대 양당의 정책이 서로 비슷해지는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통계학자였던 해롤드 호텔링(Harold Hotelling, 1895~1973)이 제시한 '호텔링 모델'이 있다.

이 모델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해변의 아이스크림 가게'의 비유를 보자. 해변에 아이스크림 가게가 둘만 있을 때 각 가게는 해변의 어느 위치에 자리를 잡을까? 사회적으로는 두 가게가 해변의 양 끝에서 각기 4분의 1의 지점에 있는 게 좋다. 그래야 해수욕객이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는 평균 거리가 제일 짧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가게는 4분의 1보다 좀 더 가운데 쪽으로 이동하고 싶어 한다. 다른 가게에 갈 손님을 그만큼 더 끌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자가보유율이 60%가 약간 넘는 우리나라에서는 '정치 해변'의 중간 지대에 1주택을 소유하는 평범한 직장인 또는 자영업자 가구가 있다. 가계 자산 중 부동산의 비중이 70% 전후이므로, 이들은 부동산 가격이나 세금에 매우 민감하다. 더구나 노무현 정부 때부터 거대 언론이 보유세를 '세금 폭탄'이라고 매도해온 결과 우리 사회에는 보유세 공포증이 형성되어 있다. 그래서 거대 양당은 중간 집단이 불안해하는 보유세 강화 정책을 다 같이 기피한다. 해변의 두 아이스크림 가게처럼 정책 좌표가 중앙으로 접근하게 된다.

보유세 공포증을 해소하는 방법이 있다

사실, 보유세를 강화하면서도 중간 집단의 거부감을 없애는 방법이 있다. 세제 개편을 통해, 보유세 세수가 늘어나는 만큼 다른 세금을 감면하여 중간층을 포함한 대다수 국민이 감세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또 늘어나는 보유세 수입으로 복지 혜택을 늘리는 방안도 좋다. 2022년 20대 대선 때 이재명 후보가 내걸었던 국토보유세 공약이 한 예다. 이 공약대로 하면 내는 보유세액보다 받는 기본소득 금액이 더 많은 국민이 90% 정도 된다.


그래도, 세금 낼 현금 소득이 없는 부동산 소유자는 보유세가 오르면 어떻게 하느냐는 딴지를 걸지도 모른다. 이것도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과세는 하되, 당사자가 희망하면 납부를 연기해주었다가 부동산 처분 시에 이자를 붙여 징수하면 된다. 이런 여러 해법이 있는데도 고위 공직자의 이해관계와 호텔링 모델이 결합해서 거대 양당은 외면해왔다. 더불어민주당은 노무현, 문재인 두 정부가 부동산 직격탄을 맞고 정권을 내준 쓰라린 과거가 있기 때문에 집값 폭등은 막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데도, 보유세 강화는 뒤로 미루면서 집값 잡기 대책으로 대출 규제와 공급 확대에만 기댄다.

그런데 서로 떨어져 있던 두 아이스크림 가게가 해변의 중앙으로 이동하려면 자신들이 떠난 자리에 새로운 가게가 들어서지 않는다는 조건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조국혁신당처럼 만만치 않은 제3의 가게(정당)가 있다면 그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월 22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제안했다. 그 배경에는 6월 지방선거 전략과 함께, '중도 확장'에 따른 불안감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조국혁신당은 혁신의 '쇄빙선', 정치 생태계의 '메기' 역할을

조국혁신당은 '정치개혁과 개헌', '사회권 선진국 실현', '토지공개념 입법화' 등 더불어민주당이 외면하거나 미적거리는 진보적 미래 과제들을 독자적으로 추구하는 정당이라고 자부한다. 그러므로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자신이 비우는 '정치 해변'을 조국혁신당이 차지할까 염려하게 된다. 또 기본소득당의 용혜인 대표도 지난해 11월에, 토지보유세를 강화하고 이를 재원으로 토지배당(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처럼 기본소득당도 빈자리 일부를 차지할 수 있다.

국민으로서는 다양한 정당이 경합해야 진정한 선택을 할 수 있고 그래야만 나라의 주인이 된다. 그런데 거대 양당 체제에서는 많은 국민이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 투표가 아니라 다른 정당을 '저지'하는 투표를 하고 있다. 프랑스 정치학자 모리스 뒤베르제(Maurice Duverger, 1917~2014)는 소선구제 같은 단순다수대표제가 거대 양당 체제를 낳는다는 '뒤베르제의 법칙'을 제시했다. 정치 생태계를 다양화하려면 소선거구제를 버리고, 득표율에 비례하여 당선자 수를 정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조국혁신당은 더불어민주당과 합당하지 말고 제3당으로 남아서, 스스로 다짐해온 것처럼 혁신의 '쇄빙선', 정치 생태계의 '메기' 역할을 계속 맡아 주기 바란다. 조국 대표가 1월 26일 토지공개념 3법과 개발이익 환수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다시 확인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더불어민주당에도 권고한다. 6월 지방선거에서 범여권 내의 경쟁 때문에 국민의힘이 어부지리를 챙길까 염려된다면, 과정이 복잡하고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합당보다는 공직선거법을 2월 중에 개정하여 결선투표제 또는 선호투표제를 도입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대구지역 인터넷 매체 <평화뉴스>에도 실립니다.
#거대양당 #민주혁신합당 #호텔링모델 #결선투표제 #부동산보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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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행정학부 명예교수. 사회정의/토지정책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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