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위기 인간> 표지
알에치이코리아 출판
이처럼 필자가 가르치러 갔으나, 대다수의 아이들은 이미 꽤나 깊이 있게 기후위기라는 사안을 이해하고,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사회와 여론이 조금씩 느리지만 변화하고 있고, 아이들도 정보를 얻을 매체가 다양해졌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교육을 받는 아이들의 세대와 시대가 바뀌었지만 교육의 근본적인 내용과 구성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환경교육은 여전히 필자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받았던 교육과 다르지 않다. 북극곰과 분리수거, 전기코드 뽑기 같은 1차원적이고 근시안적인, 상징성이 강한 이야기와 논의들이 가득하다.
이러한 수박 겉핥기 식의 환경교육은 이미 기후위기를 현실로 인식하며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지적으로도 큰 도움이 안 될뿐더러, 오히려 허무감과 무력감만 강화시킬 수도 있다. 기후위기는 사실상 인류의 모든 활동과 연결되어 있는 거대한 구조적인 문제이지만 이를 축소시켜 간단히 가르치기 때문이다.
현재의 환경교육에는 산업구조나 소비 체계, 글로벌 공급망 같은 구조적인 원인을 다루는 내용이 부재하며, 적응과 완화 혹은 기술 개발이라는, 기후위기 대응 시나리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도 나타나지 않는다.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는, 매연과 배기가스와 쓰레기같은 1차적인 원인들만 다루면서 결국 책임과 해결방안을 개인에게 돌려 문제를 축소시킬 뿐이다. 마치 개인들이 쓰레기를 덜 버리고, 다회용 컵을 사용하고, 대중교통을 조금 더 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학생들 개개인을 윤리와 책임의 주체로 설정해서 말하는 것은 교육을 받는 이들에 대한 기만이다.
이제 정말로 필요한 것은 인류의 모든 활동이 연결된 시스템 차원에서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이다. 연평균 기온이 얼마나 상승했고, 어느 나라에서 자연재해가 발생했는지 같은 단편적인 사실들은 개인이 뉴스를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수없이 많은 사건들을 '기후위기'라는 렌즈를 끼고 하나로 묶어서 보는 시각은 스스로 터득하기 어렵다.
사안을 구조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기른 다음에는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적용 가능한 대응책을 교육현장에서 논의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미래 세대나 동물들을 위해서가 아닌, 당장 우리 자신을 위해 알아야 하고 실천해야 하는 것으로 교육의 프레임 역시 바꾸어야 한다. 학생들을 계몽시키겠다는 단순한 서사가 아니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을 열어야 한다.
공교육 현장 또한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무시하고 있지는 않다. 2025년 10월 1일부터 '환경교육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다. 환경과 기후위기를 다루는 내용은 중학교의 '환경', 고등학교의 '생태와 환경'이라는 교과로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 공식 포함되어 있다.
2024년부터 점차 확대해 2027년에는 전 학년에 적용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이 두 교과목은 환경과 인간, 환경 체계, 환경문제와 쟁점, 기후위기와 기후행동, 지속가능성과 시민 참여의 5개 영역에 각각 중학교 20개, 고등학교 21개의 성취 기준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과학 교과에서 환경오염, 사회 교과에서 세계문제, 도덕 교과에서 생명윤리 등 교과의 핵심 개념과 연결지어 작은 소단원 한 두 개를 할애해 환경교육을 실시하던 것과 비교하면 큰 발전이라고 볼 수 있다.

▲ 고등학교 고교학점제 선택교과 목록
부산시 교육청 고교학점제 지원센터

▲ 고등학교 <생태와 환경> 교과서 표지
천재 교과서
그러나 환경, 기후 교육이 교육과정에 공식적으로 편성되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실제로 환경교육이 공교육 체계 내에서 잘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환경'은 중학교 선택교과, '생태와 환경'은 고교학점제 체계에서 교양과목으로 편성되어 있다. 어쨌거나 학교 자율에 따라 개설 여부가 결정되는데, 선택과목인데다가 입시와 직결되지 않는, '덜 학문적으로 보이는' 환경 교과가 과연 얼마나 많은 교사와 학생들에게 선택을 받아 개설되고 학교 현장에서 가르쳐질지는 의문이다. 교육은 시험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를 학생들이 준비할 수 있는 과정이 되어야 하지만, 대한민국의 모든 교육이 입시에 종속되어 돌아간다. 그리고 이는 하루 이틀 몇 명의 사람들에 의해서만 제기된 문제가 아니다.
설령 교과가 개설되더라고 하더라도 위에서 언급한 과학, 사회, 도덕 윤리 같은 대표적인 탐구 교과의 교사들이 이를 상치교과로 가르칠 확률이 높다. 그럴 경우 빈번한 상치 수업 진행이 항상 비판받아오듯, 수업의 전문성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환경재단에서 영그린리더로 활동하며 알게 된 한 분은 '환경교육과'에 재학 중이셨는데, 대한민국에서는 국립공주대학교, 국립목포대학교, 국립순천대학교, 그리고 한국교원대학교 네 군데에 환경교육과가 개설되어 있다. 그러나 반복되는 학생 수 감소와 교원 수 감축, 애초에 적은 '환경교육과'출신 교사의 수와 환경 교과 교사에 대한 적은 수요 등이 맞물려, 환경교과는 학교 현장에서 독립 교과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다른 교과들에 비해 낮은 위상을 유지하며 주변화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교육학 용어 중 하나인 '영 교육과정'에는 교육적 가치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공식적 교육과정 펴성에 포함되지 않은 교과지식뿐만 아니라, 공식적으로는 포함되었지만 여러 가지 원인들로 인해 실제 학생들에게 전달되지 않는 지식들까지 포함된다. 이 관점에서 보면 대한민국에서 환경교육은 영 교육과정에 속한다. 제도적인 존재가 실질적인 영향력과 직결되지는 않는 법이다.
주제가 무엇이든 아이들은 학습과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전제는 깨지고 있다. 오늘날의 청소년들은 더 이상 환경문제에 대해 무지하지 않다. 더 많이 알게 하는 교육이 아니라 제대로 이해하게 하는 교육, 지식을 삶에서 실천하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이끌어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현재의 청소년들은 이미 몇십 년 전 과거의 현시대 사람들이 지구 온난화를 이야기할 때 끌어오던 '미래세대'다. 그리고 과거의 미래세대이던 이 청소년들은 이미 기후 불안 세대로 분류되는 당사자성을 겪고 있다. 이들은 지식을 자신의 손에 쥐고 활용할 줄 아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환경문제와 기후위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것만큼 이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와 직결된 문제는 흔치 않다. 따라서 환경 교육이 역량 중심의 미래교육과 세계시민교육의 핵심 중 하나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어쩌면 아이들은 준비가 되어있지만 아이들이 배울 교육을 결정하고 정하는 어른들이 기후위기와 환경문제를 더 진지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