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감필법, 유시민(지은이)
창비
'공감'이라는 글자에 마음이 꽂혔다. 주문하고 기다릴 시간이 없었다. 빨리 읽고 싶어 가까운 도서관에 달려가서 책을 찾았다. 이 책은 이론서가 아니다. 강연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 쉽고 친절하다. 원래 제목은 '공부와 글쓰기'였는데, 훌륭한 글은 많은 독자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작가가 고집을 피워 제목을 정했다고 했다.
작가의 고집 덕에 지금 내게 필요한 책을 만난 것 같아 무척 고마웠다. 작가는 정체성과 감정, 공감, 태도, 격려, 어휘라는 여섯 개의 항목에서 저명한 책과 작가를 소개하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공감받는' 글쓰기 방법을 보여주었다.
유시민 작가는 <사피엔스> 속 표지에서 '어느 사피엔스가 다른 사피엔스에게'라는 말 한마디로 유발 하라리의 정체성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하라리가 우리에게 익숙한 종족이나 인종, 또는 국가가 아니라 '사피엔스'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우리는 모두 다 같은 사피엔스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라리는 유대인이지만 보편성을 띠었기에 전 세계인들이 그의 글을 읽으며 공감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스모스>를 읽을 때, 작가는 어린 칼 세이건이 도서관에서 사서에게 하늘의 별들에 관한 책을 받아 들고 답을 찾을 때까지 읽고 또 읽어 내려갔다는 대목에서 함께 희열을 느꼈다고 했다. 요즘 책 모임 친구들과 <코스모스>를 읽고 있는데, 다들 어렵지만 재미있다고 했다. 과학 지식이 아니라 칼 세이건이 겪은 모험담을 듣는 것 같아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는 것이다.
<담론>에서는 신영복 선생이 수감생활을 할 때, 하나라도 더 얻어먹으려고 모든 종교 집회에 참석했던 '떡 신자' 경험을 대중에게 알리며 공감을 얻었던 대목을 지목했다. 대중에게 고상한 존재는 그저 존경의 대상일 뿐이지만, 그들의 밑바닥 경험을 들으면 깊이 공감하고 빠져든다면서 자신의 경험을 보편화 시키는 글쓰기 방법을 배우자고 말한다.
작가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정확히 표현하려면 어휘를 늘려야 한다며 가장 좋은 방법으로 독서를 꼽았다. 나는 수많은 책을 읽으며 제대로 공부했다고 생각한 순간 불에 덴 듯 화들짝 놀랐다.
문자 텍스트를 읽을 때는 글쓴이가 독자에게 전달하려고 한 지식, 정보, 생각,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있는 그대로 읽어내려고 노력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공감도 교감도 비판도 할 수가 없어요. - 75쪽
나는 작가의 감정이나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어떻게든 너에게서 잘못된 점을 찾아 주겠어'라는 마음가짐으로 책을 읽어왔다. 틀린 글자라도 하나 찾으면 골리앗을 쓰러뜨린 다윗이라도 된 듯 의기양양했던 내가 떠올라 부끄러웠다. 그동안 수많은 비평과 토론, 해설 등에서 그가 활약한 모습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여야 했다.
이 책은 앞서 말한 것처럼 딱딱한 이론서가 아니다. 게다가 가볍고 휴대하기 편리한 A6 포켓북 형태다. 150쪽에 글밥도 많지 않다.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친절하게 그 길로 이끌어 줄 뿐 아니라 글을 쓰다 갈피를 못 잡고 헤매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말을 건넨다.
그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온전히 파악하려고 이 책을 여러 번 읽었지만 아직은 자신이 없다. 책 한 권을 읽었다고 해서 쪼그라들었던 내 마음에 당장 자신감이 차오를 거라 기대할 수도 없다. 하지만 글을 써야겠다는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으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책 한 권을 일주일 내내 붙잡고 있어도 불안하지 않다.
그의 말처럼 수첩을 가지고 다니지는 않지만, 거리에서, 지하철에서 만나는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스마트폰 메모장에 빼곡히 적어둔다. 내 마음에 다가오는 무엇이든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쓴다. 무조건 쓰려고 안달복달하기보다, 책 한 권을 곱씹으며 작가가 전달하려는 지식이나 정서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이 노력이 모여 언젠가는 나도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글을 쓸 수 있으리라.
공감필법
유시민 (지은이),
창비,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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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어려운 이들을 위한 유시민의 위로와 격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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