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에 대한 메타인지
조경일
북맹을 넘어서 정보 접근권의 전면 개방
현 단계 통일 담론의 가장 큰 한계는 북한에 대한 객관적 인식의 부족, 다시 말해 '무지'에 있다. 우리는 북한을 지나치게 악마화하거나, 반대로 과도하게 낭만화한다. 그러나 두 시각 모두 '있는 그대로의 북한', 즉 리얼리티(Reality, 현실)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나는 불편하지만 꼭 필요한 강력한 제안을 하고자 한다. 바로 <노동신문>, 조선중앙TV, 북한 공식 웹사이트 등 북한 관영 매체에 대한 정보 접근 제한을 시민들에게 전면적으로 개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는 국가보안법이라는 명목 하에 북한의 정보를 차단하고 있다. 이는 시민을 보호하기보다는 오히려 무지 속에 머물게 하는 방식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북한의 3대 악법인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을 통해 외부 문화를 통제하는 구조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정보의 독점은 인지의 독점을 낳고, 이는 건강한 통일 담론 형성을 방해한다.
시민들이 북한의 선전 매체를 직접 접한다고 해서 곧바로 선동에 휘말린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그들의 선전 속 투영된 현실의 모순을 직접 목격하고 분석할 때, 북한 체제의 실상을 객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다. 이것이 내가 주장하는 리얼리티를 기반으로 한 유니티(Unity, 통합)다. 사실에 기반한 시민 주도형 평화 운동은 정보의 투명성에서 시작된다.
동원된 애국심에서 '메타인지 통일교육'으로
정보의 개방과 함께 변화해야 할 것은 통일교육의 방식이다. 지금까지의 통일교육은 국가가 정해놓은 정답을 주입하는 '동원형 교육'이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부르게 한다고 해서 통일 의식이 고취되는 시대는 아쉽지만 지나갔다.
이제는 '메타인지(Meta-cognition) 통일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학습자가 북한에 대해 가진 자신의 편견이 어디서 기인했는지 스스로 질문하고,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이어야 한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했다면, 우리는 왜 통일이 필요한지를 학습자 개개인의 삶과 연결 지어 스스로 답을 찾게 해야 한다.
주입된 애국심은 변화된 정세 속에서 쉽게 무너지지만, 스스로 사유함으로써 얻은 평화의 가치는 지속된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시대에 발맞춰, 북한의 식량난, 물가 변동, 주민 의식 변화 등을 데이터로 분석하고 시뮬레이션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청년들에게는 지루한 강연보다 데이터가 보여주는 북한의 리얼리티가 훨씬 더 큰 설득력을 가질 것이다.
북향민은 수혜자가 아닌 '리얼리티 전문가'이자 '먼저 온 통일'이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존재는 북향민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북향민을 단순히 돕거나 가르쳐야 할 시혜적 대상으로만 여겨왔다. 혹은 남한 사회에 얼마나 잘 적응했는가를 기준으로 그들을 평가하며, 그들의 고유한 정체성을 지우려 했다.
하지만 북향민은 남북의 이질감을 몸소 겪어낸 '리얼리티 전문가'이다. 그들은 북한 체제의 내밀한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있으며, 남한 사회의 수용성을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한다. 우리는 북향민의 경험을 '경험 자산'으로 전환해야 한다.
북한에서 살았던 삶과 그들의 역사, 서사를 한국 사회가 존중할 때 비로소 진정한 사회 통합이 가능하다. 북향민이 한국 사회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숨겨야 할 단점이 아니라 장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북향민 활동가 양성' 노력도 필요하다. 그들이 기업, 학교, 국제사회와 소통하며 통일 역량을 발휘할 때, 그들은 비로소 '먼저 온 통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리얼리티를 마주하는 용기
북한의 적대적 대남 정책과 두 국가 선언은 분명 위기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감상적 민족주의라는 낡은 옷을 벗어던질 기회이기도 하다. '현실과 통합(Reality and Unity)', 북한 정보의 완전 개방을 통해 무지를 타파하고 팩트와 현실에 기반한 통일 담론을 정립해야 한다.
통일운동은 더 이상 진영 논리에 갇힌 그들만의 리그여서는 안 된다. 진보와 보수가 정권에 따라 휩쓸리는 소모적인 대결을 멈추고,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팩트를 확인하고 토론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통일부는 민간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통일 메타인지 퍼실리테이터'를 양성하는 등 새로운 사회적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우리는 이제 '두 국가'를 선언한 북한에 대응하여, 허상이 아닌 실체적 진실 위에서 '한반도 평화 공동체'를 제안할 수 있는 당당하고도 실질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 시작은 노동신문의 빗장을 풀고, 북향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우리 안의 편견을 의심하는 것에서부터다. 리얼리티를 직시하는 용기만이 새로운 통일의 길을 열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조경일 작가는 정치컨설턴트, 국회 비서관을 거쳐 현재 피스아고라 대표로 활동한다. 통일부 정책자문, 평화통일 강의, 칼럼과 책 집필 등의 활동을 한다.
공유하기
'적대적 두 국가'의 시대, 우리는 왜 노동신문을 읽어야 하는가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