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도 없이 육지 형무소로 끌려가 총살, 80여 년만의 귀향

공권력에 의해 집단 학살당한 후 계곡과 동굴 속에서 통곡하던 유해들

등록 2026.01.31 17:32수정 2026.02.06 11:17
0
원고료로 응원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발굴된 유해 중 3구, 경산 코발트광산에서 학살된 희생자 유해 중 2구, 제주 도내에서 발견된 유해 2구 신원이 제주4.3 희생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에 의하면, 지난해 제주 밖과 제주에서 발굴된 유해를 대상으로 유전자 감식을 통해 제주 밖에서 5구, 제주에서 2구의 유해가 가족 품에 안기게 되었다. 제주4.3 당시 공권력에 끌려갔으나 행방을 파악할 수 없는 사람은 3,763명(2025년말 기준)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 중 제주 밖 형무소에서 행방불명된 피해자는 2,073명(제주4.3사건추가진상조사보고서)이다.

오는 2월 3일 제주에서 귀향 보고회를 하는 유해는 제주4.3항쟁 시기인 1949년 대전형무소에 갇혀 있다가 대전시 동구 산내면 낭월동 골령골에서 희생된 3구와 대구형무소에 갇혀 있다가 경북 경산시 평산동 코발트광산에서 학살당한 2구, 그리고 제주공항(2007~2010)에서 발굴된 2구 등 총 7구다.

골령골 유해 3구는 2019년 발굴 되었고, 코발트광산 유해2구는 2008년 발굴 하였으나 2025년도에야 유전자 감식이 이루어졌고, 5구 모두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는에서 발굴한 유해다.

진실화해위에서 발굴한 유해는 유전자 감식이 제대로 진행이 안되다가 일부 유해에 대해 유전자 감식을 추진하였고, 제주지역 후손들이 채혈하여 보관 중이던 유전자와 일치하여 76년 만에 귀향이 이루어진다.

골령골에서 발굴된 유해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으로 불리는 대전 골령골에서 발굴된 유해로 제주4.3, 여순1019, 보도연맹, 독립투사 이관술 등이 총살당한 후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70여 년만에 발굴된 유해.
▲골령골에서 발굴된 유해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으로 불리는 대전 골령골에서 발굴된 유해로 제주4.3, 여순1019, 보도연맹, 독립투사 이관술 등이 총살당한 후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70여 년만에 발굴된 유해. 박진우

대전 골령골에서 확인된 3구는 대전형무소에 수감되었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김사림(당시 25세, 제주읍 이호리)은 한라산에서 피난 생활 중 1949년 2월경 제주항 주정공장(동양척식 주식회사 제주지사, 1943)수용소에 수감된 이후 형무소로 끌려갔다는 소문이 마지막이었다.

양달효(당시 26세, 제주읍 도련리)는 1948년 6월경 행방불명된 후 주정공장수용소에 수감됐다는 얘기를 듣고 한 차례 면회 이후 연락이 두절되었다.


강두남(당시 25세, 제주읍 연동리)은 1948년 10월경 한라산에서 피난 생활 중 가족과 소식이 끊겼는데 1949년 7월경 대전형무소에 수감 되었다는 소문을 들었다.

이들 세 명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골령골로 끌려가 집단학살 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1기 진실화해위는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17일까지 대전형무소 재소자 1,800여 명 이상이 충남지구 CIC(방첩대)와 제2사단 헌병대, 대전 지역 경찰 등에 의해 골령골에서 집단 살해됐다고 밝힌 바 있다.


골령골 학살은 주한미국 대사관 에드워즈(Bob E. Edwards) 중령이 작성한 골령골 학살 정보 보고서 <한국에서의 정치범 처형>(Execution of political prisoners in Korea)과 미국 극동군사령부 주한 연락사무소(KLO) 애벗(Leonard J Abbott) 소령이 촬영한 학살 현장 사진을 통해서도 확인 되었다.

경산시 코발트광산(춘길광산, 1937년)에서 신원 확인된 2구는 대구형무소에 수감되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임태훈(당시 20세, 애월면 소길리)은 1948년 12월 경찰에 연행된 이후 행방불명됐는데 조사 결과 목포형무소에 수감됐다가 대구형무소로 이감되었다.

송두선(당시 29세, 서귀면 동홍리)은 1949년 봄 경찰에 연행된 이후 행방불명되었는데 1949년 7월경 대구형무소에 수감된 사실이 확인됐다.

두 수형인은 한국전쟁이 나자 코발트광산으로 끌려 가 수직동굴에서 압사(壓死) 되었거나 총살 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집단 학살된 코발트 광산 유해 코발트를 채굴하던 광산으로 제주4.3, 여순1019, 보도연맹 등 관계자들이 압사 및 총살당한 후 70여년이 지나서 마대에 유해들을 넣어 쌓여 있다
▲집단 학살된 코발트 광산 유해 코발트를 채굴하던 광산으로 제주4.3, 여순1019, 보도연맹 등 관계자들이 압사 및 총살당한 후 70여년이 지나서 마대에 유해들을 넣어 쌓여 있다 박진우

제1기 진실화해위 진실규명 결정문(2009년 11월)에 의하면 1950년 한국전쟁 직후 7월과 8월 사이에 경산과 청도지역 경찰과 경북지구CIC 경산·청도 파견대, 국군 제22헌병대가 대구형무소 수형인과 경북 경산과 청도, 영동 등지에서 강제 연행한 국민보도연맹원 및 요시찰 대상자를 재판 절차 없이 코발트 광산에서 집단 사살했으며, 당시 희생자는 1,800명(유족회는 3,500여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2023년도 골령골에서 한 구의 신원이 확인되어 제주로 귀향하였고, 2024년도에는 구 광무형무소 터에서 나온 유해가 5.18항쟁 당시 희생된 유해로 판단했으나 감식 결과 5.18항쟁 유해가 아니라는 소식을 듣고 제주4.3희생자 유가족들의 유전자를 통해 4.3피해자로 확인되어 75년 만에 귀향한 바 있다.

제주4.3희생자들은 민간인임에도 1948년과 1949년 불법적인 군법회의를 통해 대전형무소에 298명, 대구형무소에 217명, 서대문형무소 90여 명(주로 여성 수형인), 마포형무소 470여 명, 인천형무소 344명 등 2,700여 명이 수감되어 있다가 한국전쟁 당시 희생되었다.

제주4.3과 한국전쟁이 발발한 80여 년이 흘렀음에도 많은 유해들이 땅속에 묻혀 있거나 동굴속에 갇혀 햇살을 보지 못하고 있으며, 발굴된 유해도 유전자 감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여 가족의 품에 안기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유해 발굴과 유전자 감식에 대한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데 소극적인데다 코발트 광산과 산내 골령골, 단양 곡계굴 미군 폭격, 고양 금정굴, 산청 외공리, 경남 진주 진성고개 등 전국에서 발굴된 유해 3,935구가 세종 추모의 집(전동면) 임시 안치(2023년말 기준)되어 있는데 정부는 유해들을 화장하여 대전시 동구 골령골에 조성될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추모공원'에 봉안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가 2025년 1월에 골령골 유족과 제주4.3유족들의 항의를 받은 바 있다.

세종 추모의집에 임시 안치된 유해 제주4.3, 여순1019, 보도연맹 등 한국전쟁 전후 집단 학살된 민간인들의 유해가 발굴되어 세종 추모의집에 임시 안치중
▲세종 추모의집에 임시 안치된 유해 제주4.3, 여순1019, 보도연맹 등 한국전쟁 전후 집단 학살된 민간인들의 유해가 발굴되어 세종 추모의집에 임시 안치중 박진우

당시 행정안전부는 "한국전쟁 관련 유해 4천구는 유족회 등 각계 의견을 수렴해 안치 방식을 결정할 예정(2025.01.22.)"이라는 보도 설명자료를 통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유해 안치 방식 등에 대한 유족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유해발굴기관, 자치단체 등 관계기관 및 자문위원회와 지속 협의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제주도에서는 4.3유가족 대상으로 지난 2007년부터 채혈을 통해 유전자 정보를 확보하고 있고, 2018년부터는 '단일염기 다형성(SNP)' 검사와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STR-NGS)' 등도 개발되어 희생자의 친·외가 8촌의 채혈로도 신원 확인이 가능하게 되어 유가족들에게 홍보하고 있으나 정부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들의 유가족을 대상으로 채혈과 유전자감식에 대해 홍보하고 있지 않다.

전미경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장은 "골령골을 비롯해 코발트 광산 등의 유해 발굴과 유전자 감식에 대해 정부는 소극적이다. 행정안전부가 세종 추모의 집 유해의 화장을 철회 했지만 유전자 감식을 위한 예산은 편성하지 않고 있다. 억울하게 희생된 피해자들의 가족을 찾을 수 있도록 예산을 편성하고, 제주처럼 유가족의 채혈을 홍보하여 많은 분들의 신원이 확인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며 현 정부에 도움을 청했다.

제주에서 발굴된 유해 426구 중 신원 확인은 154구로 272구가 미확인 된 유해다. 유가족 없이 모두 죽임을 당했거나, 4.3당시 정신적 충격, 그리고 지난 80여 년 동안 빨갱이와 폭도 등으로 낙인된 고통과 피해로 인해 유전자 감식을 위한 채혈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4.3을 비롯해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들을 죽이라고 명령한 자, 민간인을 재판도 없이 형무소로 이동을 명령한 자, 형무소 재소자를 총살하라고 명령한 자들에 대해 국가는 이름과 직책을 밝혀야 한다.

야만의 역사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가해자를 밝혀야 하고, 가해자들의 사과를 통해 피해자들의 용서로 화해가 이루어질 때 미래를 향한 상생의 길이 열린다는 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주의소리에도 실립니다.
#골령골 #제주43 #행방불명 #코발트광산 #유전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헌법에 보장된 정의의 실현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실천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노력이 지속될 때 가능하리라 믿는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토대이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 했다.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땅 파고 나온 늑대에 시민들이 남긴 말...분명 달라지고 있다 땅 파고 나온 늑대에 시민들이 남긴 말...분명 달라지고 있다
  2. 2 이번 주말 놓치면 끝... 다 진 줄 알았던 벚꽃, 여긴 이제 절정 	이번 주말 놓치면 끝...  다 진 줄 알았던 벚꽃, 여긴 이제 절정
  3. 3 [단독] 김성태 '수발' 박상웅, 연어 술파티 그날...소주 반입 정황 출입기록 확인 [단독] 김성태 '수발' 박상웅, 연어 술파티 그날...소주 반입 정황 출입기록 확인
  4. 4 [단독] 김성태 "시킨 놈이 문제"... 대북송금 수사 '윗선' 겨냥 [단독] 김성태 "시킨 놈이 문제"... 대북송금 수사 '윗선' 겨냥
  5. 5 이재명 "이 개·돼지 열받는다", 10년 후 진짜 싸움 시작됐다 이재명 "이 개·돼지 열받는다", 10년 후 진짜 싸움 시작됐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