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쉴 공간이 부족해 교각에 휴식하는 민물가마우지와 한국재갈매기
이경호
쉴 공간이 부족한 탓에 가마우지와 재갈매기들은 교각 보호공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사람조차 공간이 부족한 서울에서, 새들이 쉴 자리가 넉넉할 리 없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직접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밤섬 정도가 한강에서 새들이 온전히 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일 가능성이 커 보였다.
잠수해 먹이를 찾는 오리류와 가마우지, 논병아리 역시 육지가 필요하다. 모래톱, 자갈밭, 하중도 등 다양한 지형이 있어야 안정적인 서식이 가능하다. 이런 조건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한강에서 살아가는 새들의 삶은 앞으로 더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댐으로 물을 가둔 한강이 새들에게 결코 좋은 환경이 아니라는 사실은, 30년 가까운 탐조 경험을 통해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여의도 샛강에는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었다. 수심이 얕아 다양한 종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샛강은 꽁꽁 얼어 있었고, 얼어붙은 수면 위에서 새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일부 얼음이 녹은 구간에서만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쇠오리 등이 관찰됐고, 양지에서 햇볕을 쬐는 해오라기, 왜가리, 중대백로가 그나마 조류상의 빈약함을 조금 덜어주었다. 한강의 규모를 생각하면 지나치게 초라한 결과였다. 함께 조사하던 후배들 역시, 걷는 거리 대비 조사 결과가 다른 지역보다 현저히 적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 낮에 휴식 중인 해오라기
이경호

▲ 청두오리 한 쌍
이경호
그럼에도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샛강의 한 모래톱에서 작은 샘처럼 물이 솟아나는 지점이었다. 그곳은 밀화부리, 직박구리, 노랑지빠귀가 목욕을 하거나 물을 마시기 위해 찾는 장소였다. 아주 작은 공간이지만, 여전히 새들이 이용하는 '살아 있는 자리'가 남아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었다. 다만 바로 옆을 지나는 차량 소음이 끊임없이 귀를 때리는 점은 씁쓸함을 남겼다.

▲ 솟아나는 샘물
이경호

▲ 물을 마시는 직박구리들
이경호
사람의 눈에는 한강의 찰랑이는 물이 보기 좋을지 모르지만, 그 물에 기대 살아야 하는 새들에게는 치명적인 환경일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유람선이나 최근 문제가 되었던 한강버스 같은 이용을 위해 물만 가두는 방식이 답이 아니라는 점을 시민들이 알았으면 한다. 새들의 눈에 비친 한강은, 그저 물만 채워진 거대한 수조에 가깝다. 자연보다는 오히려 이런 모습을 서울사람들은 더 선호할지도 모르겠다.

▲ 샛강애 죽어있는 해오라기
이경호
이런 여건 속에서도 40년 동안 한강 조사를 이어온 야생조류연구회의 꾸준함에는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새가 줄어드는 현장을 묵묵히 걸으며 기록해 온 이 조사들은, 단순한 연례행사가 아니라 한강 생태 변화의 궤적을 남기는 중요한 자료다. 이 축적된 조사 결과들이 언젠가 한강을 다시 생명 있는 강으로 되돌리는 논의의 초석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한강의 기적이 만들어낸 결과가, 조금 더 생태적인 공간이었다면 어땠을까. 척박한 생태 공간으로 남아 있는 지금의 한강이 언젠가는 달라질 수 있을까. 새들과 시민이 함께 살아가는 한강을,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 갑천에서 편안하게 휴식 중인 가마우지
이경호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2
날로 파괴되어지는 강산을 보며 눈물만 흘리고 계시지 않으신가요? 자연을 위한 활동이 필요하시면 연락주세요!
대전환경운동연합 회원이 되시면 함께 눈물을 흘리고 치유 받을 수 있습니다.
회원가입하기!
https://online.mrm.or.kr/FZeRvcn
공유하기
40년째 이어진 한강조사, 그러나 새는 보이지 않았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