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8일 서울시교육청 정근식 교육감이 새해 첫날 내놓은 신년 기자회견 슬로건은 이러했습니다.
"서울교육 백년의 꿈, 변화를 넘어 전환으로."
그 안에는 교육 틀을 갈아엎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지식 암기 중심 교육을 역량 기반 교육으로, 행정 주도의 정책을 동반자적 협력으로 바꾸겠다"는 큰 방향도 밝혔습니다. 유치원 무상교육 확대, AI 교육 강화 등까지 다채로운 실행 계획도 제시됐습니다.
하지만 백년의 큰계획보다 더 시급한 일이 있습니다.
지금 교실 안에서 숨 쉬고 있는 아이들에게 '숨쉴 틈'을 내어주는 일, 바로 이번 학기부터 달라지는 교육살이입니다.
지금부터 당장 해야 할 일
1. AI 시대, 학부모(보호자)를 교육의 동반자로
빠르게 바뀌는 AI 세상 앞에서 어버이들은 두려움을 느끼고 사교육에 밀려납니다.
기술 교육을 넘어, 'AI 시대 어버이의 길잡이 교육'을 마련해야 합니다. 단지 도구를 익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깊이 이해하는 힘, 중심을 잡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예산과 협력 체계를 마련해 이번 학기 안에 이를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2. 학교폭력 문제, 사람과 시간으로 뒷받침해야
지금도 학교폭력 문제는 담당자 몇 명에게 떠넘겨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일은 한 아이의 삶을 바꾸는 무거운 책임입니다.
서울시 모든 교육지원청이 여건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되돌아보고 다시 설 수 있도록, 충분한 사람과 시간, 행정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3. 3월, 말 나누기부터 시작합시다
요즘 학교는 서류와 규칙으로 빽빽합니다. 교사와 학생, 어버이 사이의 벽도 높아졌습니다.
이번 3월을 '말 나누기 달'로 정하고, 학급회의를 다시 정식으로 살려내야 합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말하고 풀어가는 자리, 서로의 말을 끝까지 들어보는 경험이 살아 있는 민주주의의 시작입니다.
4. '떠넘기기 행정'은 이제 그만, '살피는 체계'로
학생맞춤통합지원 같은 정책이 바깥 기관 맡기기로 흐르면, 아이와 어버이에게는 부담이 되고 때론 낙인이 됩니다.
진짜 중요한 건 오래 곁에 머물며 살피는 틀입니다.
교감과 담임을 중심으로 학교 안의 살핌 체계를 세우고, 바깥과의 연계는 '덧붙임'이 되어야 합니다.
이미 혁신학교에서 해 온 관계 중심 실천을 바로 정책으로 이을 수 있어야 합니다.
5. '관계가꿈', 교실살이로 뿌리내리게
숙려제도와 '관계가꿈'은 서울교육이 자랑하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이름만 남고 쓰이지 않으면 헛것입니다.
학교가 일만 늘어난다 느끼지 않도록, 실천 사례 나눔과 전문가 연결, 예산 살림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갈등 앞에서 한 번 더 생각하고, 관계를 다시 맺는 이 경험이야말로 평생을 떠받치는 밑바탕입니다.
6. 교사가 숨 쉬어야 교실도 숨 쉽니다
지쳐버린 교사에게 돌봄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1급 정교사 연수, 각종 교사 연수 안에 마음 챙기기, 몸 돌보기, 숨고르기를 담아야 합니다.
이런 자리는 큰돈이 드는 일이 아닙니다.
마음만 먹으면 오늘 당장도 시작할 수 있는 일입니다.
교사가 숨 쉴 수 있을 때, 교실도 함께 살아납니다.
마무리: 교육은 문서가 아니라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집니다
정근식 교육감의 '전환' 구상은 서울 교육을 멀리 보게 합니다.
그러나 이번 학기 아이들이 살아낼 하루하루가 먼저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교육을 종이 위 말로만 이야기해선 안 됩니다.
교육은 교실살이, 말 나눔, 관계 맺기에서 시작됩니다.
아이들 곁에서 오래 머무는 사람, 다시 듣는 시간, 함께 걷는 행정이 필요합니다.
아이를 살리는 일은 다음 학기로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백년의 전환은, 이번 학기의 숨결에서 시작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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