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만금~신서산변전소 송전선로 경과지에 포함된 덕산면 주민들이 한전 관계자들의 주민설명회 개최를 막아서고 있다.
<무한정보> 황동환
한국전력공사 중부건설본부(아래 한전)가 추진 중인 '새만금~신서산변전소 345㎸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둘러싸고 '경과지'에 포함된 예산군 주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전은 당초 지난 1월 26일 광시면을 시작으로, 28일 봉산면, 29일 덕산면에서 순차적으로 주민설명회를 개최해 사업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경과지 면별 입지선정위원(공무원 1명 포함 총 5명) 구성 등 입지 선정 절차를 밟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광시면을 제외한 봉산·덕산면 주민들은 주민설명회 개최 장소였던 행정복지센터 입구에서 "설명회 개최는 곧 사업 인정을 의미한다"며 한전 관계자들의 진입 자체를 물리적으로 봉쇄하는 등 설명회를 무산시켰다.
주민들이 이토록 강경하게 집단 행동에 나선 배경에는 그간 지역이 감내해 온 막대한 희생이 자리 잡고 있다.
조광남 봉산 효교2리 이장은 "반대 이유는 명확하다. 이미 기존 송전선로로 인해 주민들이 재산·건강적 피해를 수십 년째 감내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국책사업이라는 명분으로 강제 집행하더니, 이제는 주민 주권 시대라면서 똑같은 폭력을 되풀이하려 한다"고 성토했다.
특히 그는 최근 경기도가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선로를 지중화하겠다고 발표한 점을 언급하며 "수도권은 국민이고 농촌 주민은 개돼지냐"며 "있는 철탑도 지중화해야 할 판에 또다시 철탑을 박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일갈했다.
황산덕 구암리 이장 역시 "이미 예산군 관내에는 735㎸ 등 초고압 송전탑이 51개나 꽂혀 있다. 이는 전국을 뒤흔들었던 밀양 송전탑 사건 당시보다 4개나 더 많은 수치"라며 "이미 포화 상태인 송전 시설에 또다시 선로를 추가하는 것은 주민들에게 생존을 포기하라는 선고와 다름없다"고 분개했다.
덕산면 주민들의 입장은 더 강경하다. 28개 마을 이장단과 지역의 기관·단체들이 결집해 주민대책위원회를 꾸린 덕산 주민들은 가야산과 수덕사 등 지역의 영산과 문화유산을 관통하는 노선에 대해 "민족 정기를 끊는 망국적 행위"로 규정하며 모든 생활을 포기하더라도 저지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윤우상 덕산 시량1리 이장은 격앙된 목소리로 "가야산은 고종 황제 등 왕을 배출한 풍수 명산이자 원효대사가 깨달음을 얻은 성지다. 과거 일제가 민족의 혈을 끊기 위해 명산에 쇠말뚝을 박았던 것과 한전이 철탑을 박는 것이 무엇이 다르냐"며 "국보급 고건축물이 즐비한 수덕사 인근에 거대 철탑과 고압 선로가 들어서는 것은 국가적 문화유산을 스스로 파괴하는 행위다"라고 비판했다.
광시면 주민들은 송전선로가 면 끝자락(운산리)을 살짝 거쳐 갈 것으로 예상돼 상대적으로 큰 반발 없이 주민설명회에 참석했지만, 경계심은 풀지 않고 있다.
예산군친환경농업협회 김택영 회장은 "논 한가운데 철탑이 들어설 경우 농기계 작업의 불편함은 물론, 황새공원이 위치한 지역 특성상 고압선에 의한 황새 폐사 등 생태계 파괴가 불 보듯 뻔하다"며 "실제 노선이 광시면을 지나가는 것으로 확정될 경우 100% 반대 투쟁에 나설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봉산면 설명회 무산 현장에선 지역구 군의원도 참석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김영진 군의원은 군의회 차원에서도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채택하고 주민들의 투쟁에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일부 주민들은 지역 정치권 전반의 대응이 늦었다는 점을 문제삼으며 "작년에 입지선정위원회가 꾸려지고 최적경과대역이 설정될 때까지 지역 정치인들은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했느냐, 이제야 주민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니 현장에 나와 생색을 내고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최근 공주시의회가 반대 결의문을 채택하고, 서산시가 시장을 중심으로 행정력을 총동원해 반대 성명을 내는 등 조직적으로 대응하는 것과 달리, 예산군의 대응이 한 박자 늦었다는 불신이 저변에 깔려 있다.
주민들은 반대 이유가 단순한 지역 이기주의가 아닌, 국가 에너지 공급 체계의 근본적인 모순에서 비롯된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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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력공사 중부건설이 주민설명회 자료로 준비한 345㎸ 송전선로 ‘최적경과대역’ 표시 지도. 예산군은 광시·덕산·봉산면이 경과대역에 포함됐다.
한국전력공사
중부건설본부 김미선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정부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충남을 관통할 계획인 송전선로만 10개에 달하고, 그중 예산을 지날 것으로 예상되는 것만 3개"라며 "어느 한 곳이 뚫리면 둑이 무너지듯 전 국토가 거미줄 같은 송전선에 갇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우리 마을만 피하면 된다는 생각으로는 이 거대한 파고를 막을 수 없다. 시작점인 새만금부터 끝점인 신서산까지 전 노선 주민들이 연대해 송전탑 건설 자체를 백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도권의 산업 발전과 경제 성장의 화려한 성적표 뒤에는, 평생 일궈온 문전옥답에 드리워진 철탑의 그림자와 고압선 송전 소리에 밤잠을 설쳐야 하는 농촌 주민들의 피눈물이 고여 있다. 주민들은 현재 보상이 아닌 사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덕산주민 A씨는 "만일 한전과 정부의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송전탑 재료를 납품하게 될 철강 제조기업, 부지 조성과 송전탑 설치를 담당하게 될 토건업체들에게 이만한 먹잇감이 어디 있겠나"라며 "반도체 클러스터 단지를 용인이 아닌 전력 생산지 근처로 두거나, 그게 어렵다면 경과지 전역을 지중화하는 등 주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한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최적경과대역으로 설정한 충남 7개 시군(서천·보령·부여·청양·홍성·예산·서산)과 전북 3개 시군(군산·익산·김제) 등 10개 지자체에서 총 99명의 입지선정위원을 선발해 오는 6월까지 최종 경유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한전 일정대로면 예산군에서는 광시·봉산·덕산면 주민 대표와 공무원 등 5명이 위원으로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경과지 주민들이 대책위원회를 구심점으로 끝장 투쟁을 예고하고 있어 사업 추진 과정에서 극심한 진통이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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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반도체 산단 공급용 송전망 추진, 예산 주민들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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