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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많지만 갈 병원은 없는 부산, 왜?

[인터뷰] 이성한 건강사회복지연대 사무처장에게 듣는 부산 의료의 민낯

등록 2026.02.03 09:42수정 2026.02.0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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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9 구급차 (자료사진)
119 구급차 (자료사진) 임병도

[사례 1] 지난해(2025년) 10월 20일 아침 6시 17분, 부산 동래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고3 남학생이 쓰러졌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습니다. 6시 33분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은 6시 44분부터 11개 병원에 14차례나 전화를 걸었지만, "수용 가능하다"는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골든타임을 길에서 허비한 남학생은 아침 7시 25분께 구급차 안에서 심정지가 왔고, 15번째 전화를 걸었던 병원에 7시 35분 도착했으나 끝내 사망했습니다.

[사례 2] 두 달 뒤인 12월 15일 오전 10시쯤, 부산 사하구의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에서 감기 수액을 맞던 10세 A양이 의식 저하 증세를 보였습니다. 출동한 소방 당국이 상급 병원 12곳에 연락했지만 '소아 병상 부족' 등을 이유로 모두 거절당했습니다. 13번째 연락이 닿은 2차 병원에서 "응급처치라도 하겠다"며 받아줘 이송됐으나, 병원 도착 후 인계 과정에서 심정지가 발생했습니다. 다행히 맥박은 돌아왔지만 의식 불명 상태였고, 대학병원에 도착하기까지는 1시간 20분이 걸렸습니다.

부산 시민들은 "도대체 부산에 그 많은 병원과 의사들은 다 어디 갔느냐"라고 묻고 있습니다. 통계상으로는 서울을 제외하고 가장 의료 인프라가 좋다는 부산에서 왜 이런 후진국형 의료 사망 사고가 반복되는지, 이성한 건강사회복지연대 사무처장을 만나 부산 의료의 속사정을 들어봤습니다.

병상 넘치고 의사는 많아도... "큰 수술 하는 의사가 없다"
 시도별 필수의료 전문의 현황 (인구 천명당 의사 수) '국민중심 의료개혁 추진방안에 관한 연구'
시도별 필수의료 전문의 현황 (인구 천명당 의사 수) '국민중심 의료개혁 추진방안에 관한 연구' 보건복지부 자료 갈무리

부산은 의료 통계만 보면 '의료 선진 도시'처럼 보입니다. 2024년 기준 인구 천 명당 의료기관 종사 의사 수를 보면 서울(4.7명), 광주(3.8명)에 이어 부산은 3.6명으로 전국 상위권입니다. 시도별 필수의료 전문의 현황(인구 천 명당 의사 수)을 봐도 부산은 0.81명으로 서울(3.02명), 경기(2.42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습니다.

병상 수 역시 넘쳐납니다. 보건복지부와 부산시에 따르면 2027년 부산의 일반·요양 병상은 최대 2만444개가 과잉 공급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특히 일반 병상은 1만3243~1만8983개면 충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급은 2만7213개에 달해 최대 1만3970개 병상이 남아도는 실정입니다.

 이성한 건강사회복지연대 사무처장
이성한 건강사회복지연대 사무처장 임병도

하지만 이성한 사무처장은 이런 통계가 현실을 가리는 거대한 '착시'라고 꼬집었습니다. 이 처장은 민간 병원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수치상 전문의와 병상은 많지만, 막상 부산 시민들이 위급할 때 갈 곳은 없는 '풍요 속의 빈곤'을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인구 10만 명 당 부산이 3.6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적었습니다.

수익성이 높은 피부과나 성형외과 등 개원가로 전문의가 쏠리면서, 생명을 다루는 필수 의료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진 탓입니다. 이 처장은 부산에 대학병원이나 상급 병원도 적지 않지만, 그곳들조차 모든 과에서 제대로 수술할 수 있는 의사가 부족한 형편이라며, 이것이 119 구급차가 응급실을 찾아 거리를 헤맬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고등학생 사망 사건(사례 1)은 의료계의 기형적인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당시 병원들은 '소아 전문의 부재'를 이유로 수용을 거부했습니다. 이 처장은 고등학생의 경우 성인 전문의가 진료해도 무방하지만, 자기 분야가 아니면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의료진의 방어 기제가 작동한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의료 현장에서 "'성형이나 피부과 가면 건물 짓고, 소아과 가면 감방 간다'는 자조 섞인 농담이 돌 정도"라며 소송에 대한 공포와 기피 현상이 겹겹이 얽혀 있는 것이 부산 의료 체계의 현주소라고 씁쓸해했습니다.


"엑스포엔 수백억 펑펑, 공공의료는 나몰라라"

 엑스포 유치 실패 백서 '박형준 시장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이성한 사무처장
엑스포 유치 실패 백서 '박형준 시장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이성한 사무처장 건강사회복지연대 제공

부산시의 공공의료 정책 부재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습니다. 이 처장은 부산시 시민건강국과 예산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핑계만 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엑스포 유치에는 수백억 원을 쏟아부었으면서, 정작 시민의 생명과 직결된 공공의료는 방치했다며 박형준 시장의 시정을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특히 심각한 것은 부산의료원의 재정난입니다. 이 처장은 정부 지원금이 끊기며 매년 200억 원 가까운 적자가 발생하는데도, 부산시가 지원에 인색해 임금 체불이 반복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그는 임금 체불을 막기 위해 이미 140억 원이나 빚을 냈는데, 부산시가 배정한 2026년 지원 예산은 110억 원에 불과해 올 5월이나 6월이면 또다시 체불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 처장은 강원도의 사례를 들며 부산시의 무책임한 행정을 성토했습니다. 김진태 강원지사가 도내 의료원에 4년간 2천억 원 지원을 약속하며 공공의료 살리기에 나선 반면, 부산시는 500병상이 넘는 부산의료원에 고작 110억 원을 지원하고 생색만 내고 있어 병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부산시는 2022년 499억 원을 들여 침례병원 부지를 매입했지만, 공공화 사업은 2026년인 지금까지 제자리걸음입니다. 이 처장은 이재명 정부 들어 울산의료원 건립 등이 국정과제로 추진되는 것과 달리, 부산은 부지까지 확보해 놓고도 중앙정부 위원회 안건으로만 올라가 있을 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부산시, 뒤늦은 '거점병원' 카드... 실효성은?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부산시는 지난달 22일,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해소하기 위한 맞춤형 대응 전략을 내놨습니다. 핵심은 중증외상 환자의 신속하고 전문적인 치료를 위해 '지역외상 거점병원' 2곳을 지정한다는 것입니다.

시는 24시간 외상 응급진료가 가능한 인력과 시설을 갖춘 의료기관을 선정해 '부산형 외상 응급의료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역외상 거점병원이 초기 대응과 안정화를, 권역외상센터가 고난도 수술과 집중 치료를 맡는 방식입니다. 이를 위한 보조사업자 선정 공모는 오는 5일까지 진행됩니다.

하지만 이 처장의 우려대로 단순한 병원 지정만으로 현장의 인력 부족 문제가 해결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부산시는 2028년까지 서부산의료원, 호흡기 전문센터, 어린이 병원 등도 개원하겠다고 했지만 "병원만 지어 놓고 의사는 어떻게 채울 것이냐"는 현장의 목소리는 여전히 뼈아픕니다. 의사는 많지만 정작 나를 살려줄 의사는 없는 도시, 화려한 건물과 뒤늦은 대책 뒤에 가려진 부산 의료의 위기는 오늘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
#부산 #필수의료전문의 #응급실 #박형준 #건강사회복지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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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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