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6.02.04 11:30수정 2026.02.0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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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25일간 있었던 윈터스톰은 큰 피해 없이 지나갔다. 다만 얼음눈이 많이 내렸다. 도로는 금세 얼어붙어 빙판길이 되었고, 어김없이 아이들 학교에는 26일부터 휴교령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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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노스캐롤라이나는 눈이 자주 오는 곳이 아니다. 동부 해안을 갖고 있는 주이지만 남부로 분류되고, 체감상으로는 중남부에 가깝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이른 새벽이면 가끔 얼음눈이 내린다. 양이 많지는 않지만 도로에 닿는 순간 얼어붙어 미끄럽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얼음눈이 내리면 휴교는 당연한 것이다.

▲폭설 둘째아이 무릎만큼 쌓인 눈. 수,목요일에 눈 예보가 있다.
주환선
이번 휴교는 길었다. 휴교가 시작된 지 일주일쯤 되었을 때 폭설이 내렸다. 어른 발목을 훌쩍 넘길 정도로 눈이 쌓였다. 새벽부터 내린 눈은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학교는 다시 문을 닫았고, 휴교는 연장되었다. 아이들은 신났지만 부모는 달랐다.
아내는 교사라 학교에는 가지 않았지만 수업 자료와 행정 업무를 집에서 처리해야 했다. 나 역시 마감에 쫓기지는 않지만 준비할 일들이 산적해 있었다. 둘째는 하루 종일 밖에 나가 놀고 싶어 보챘고, 그 사이에서 집중하기란 쉽지 않았다.
노스캐롤라이나 내륙에 사는 우리는 그저 눈이 많이 왔다고 생각했다. 걱정과는 달리 도시의 기능은 대부분 유지되었다. 그러나 해안 지역 상황은 달랐다. 강풍과 높은 파도로 주택이 무너지고, 일부 지역에서는 허리케인으로 집이 바다로 떠밀려 갔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같은 주 안에서도 어떤 곳은 눈을 즐길 수 있고, 어떤 곳은 생존을 걱정해야 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미국은 이상 기온으로 폭우, 산불, 폭설이 반복되고 있다. 피해는 지역마다 다르다. 자연재난 대비 수준 역시 주마다 차이가 크고, 연방 지원이 제때 내려오지 않아 위기 대응 체계는 여전히 들쭉날쭉하다.
이번주 계속 눈 예보가 있다. 이미 녹기 시작한 길 위에 다시 눈이 쌓이면, 휴교는 2주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 아내는 이런 경우 봄방학을 앞당겨 지금 휴교를 방학으로 처리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미국 학교는 여름방학이 엄청 길고, 겨울방학은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포함해 2주 정도다. 이번 장기 휴교는 학사 일정 전체를 조정해야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집 안에서는 아이들은 쌓인 눈을 보며 들떠 있고, 어른들은 업무와 돌봄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 애쓴다.
둘째(2세)가 다니는 학교(어린이집)에서 3일 점심식사와 4일 아침식사를 제공하겠다는 메일이 왔다. 윈터스톰과 폭설로 일을 쉬게 된 학부모들, 그로 인한 재정 부담을 고려한 나눔이라고 했다. 며칠째 계속되는 휴교와 단축 근무, 예기치 못한 지출 속에서 이러한 따듯한 나눔은 작은 듯하지만 생각보다 큰 따스함이다.

▲무료 점심, 아침제공 메일 학교 메일 시스템으로 아이들 하교시 버스 번호와 휴교, 이벤트 등 정보를 매번 보낸다. 구글 번역으로 한글로 보내준다.
주환선
이렇듯 이상기후와 정치로 나라가 얼어붙어도, 그것을 녹이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거창한 정책이나 거대한 구호가 아니라, 눈 오는 날 아이들 식사를 챙기자는 한 학교의 결정, 급여가 줄어든 이웃에게 조용히 건네는 한 끼, 위험한 길을 대신 운전해 주는 동네 사람들의 손길 같은 것들이다.
겨울은 계속되지만, 이런 작은 온기가 곳곳에서 번지며 천천히 얼음을 녹인다. 그렇게 계절은 사람들 사이에서 먼저 바뀌고, 봄은 눈 예보와 함께가 아니라 서로를 향해 조금 더 손 내미는 일상 속에서 미리 도착하는지도 모른다.
추운 계절은 길지만 끝이 있다. 얼음길도 결국에는 녹는다. 지금 미국의 행정과 정치가 느리게 움직이고 있지만, 완전히 멈춰 서 있는 것은 아니다. 셧다운과 단속, 각종 논란이 이어지더라도, 그 과정에서 정상화를 외치는 미국의 시민들과 제도를 손보려는 시도와 비판이 함께 쌓여 간다.
우리는 얼어붙은 길 위를 조심스럽게 걸으며, 언젠가 이 얼음이 녹고 푸른 새싹이 돋아나길 기다리며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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