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발탄 탄피가 놓인 집 마당. 판나야와 동생들이 그 곁에서 놀고 있다. 이곳에서는 전쟁의 흔적과 일상이 분리되지 않는다.
ACN아시아콘텐츠뉴스
초등학교 3학년인 판나야는 학교에 다니며 공부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 집에서는 두 명의 동생을 살뜰히 챙긴다. 아버지 예양(30)은 "밝아 보이려고 노력하는 착한 딸"이라고 말했다.
판나야는 사고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불을 보면 놀라거나, 큰 소리에 몸을 움찔하는 모습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아이가 사춘기를 지나 어른이 되었을 때, 그날의 기억이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알 수 없기에 아버지는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가장 안전해야 할 집 근처에서 일어난 사고는 가족 모두에게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트라우마는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사라지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어린 시절 겪은 폭발 사고는 공포와 위축, 죄책감으로 남아 평생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판나야의 경우 시력 손실이라는 신체적 장애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심리적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아버지 예양은 "기회가 있다면 어디든 치료를 받으러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눈 치료만을 뜻하지 않는다. 딸이 이 사고를 이겨내고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면, 그 과정이 무엇이든 감당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딸뿐 아니라 가족 모두가 사고 이후 심리적으로 많이 지쳐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가족에게 심리치료는 여전히 먼 이야기다. 이는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지원 체계의 붕괴와 맞닿아 있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 원조 프로그램의 '미국 정책 부합도'를 평가하겠다며 90일간 전면 중단 조치를 발표했다. 이 행정명령의 여파는 라오스에서도 즉각 나타났다. 라오스 내 불발탄 제거 작업 종사자 약 5500명 가운데 4000명가량의 계약이 해지됐다. 국제단체 NPA는 라오스를 포함한 12개국에서 1700명을 감원했다.
이후 불발탄 제거 사업에 대한 일부 지원은 재개됐지만, 피해자 지원과 재활, 심리지원 예산은 상당 부분 축소되거나 사라졌다. 불발탄 제거와 피해자 지원이라는 두 축 중 하나가 무너진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판나야처럼 직접 피해를 입은 아이와 가족에게 심리치료는 선택지가 되지 못한다. 생존과 생계가 우선인 현실에서, 정서적 회복을 위한 치료는 고려조차 하기 어렵다.
폭발이 일어난 지 3년. 그날 이후 이 가족의 일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집 앞마당은 더 이상 안전한 공간이 아니다. 예양은 판나야뿐 아니라 동생들의 안전까지 늘 신경 써야 한다.
씨엥쿠앙의 아침은 오늘도 고요하다. 그러나 그 고요 아래에는 아직 치료받지 못한 기억들이 남아 있다. 판나야의 눈에 박혀 있는 파편의 깊이보다 마음에 박힌 파편이 더 클지도 모른다. 전쟁은 끝났지만, 회복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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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발탄 피해... 눈에 박힌 파편보다 깊은 마음의 파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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