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예희 작가의 작품
권예희
고양이 할머니가 되기까지
권 작가는 스스로를 '고양이 할머니'라고 부른다.
"지금은 다른 건 할 줄도 모르고, 고양이만 그려요."
작품 속 고양이들은 반복되는 패턴과 세밀한 선으로 채워져 있다. 장난스러운 표정, 화면을 가득 메우는 무늬가 눈에 띈다. 전문 미술 교육을 받은 적은 없지만, 그 '모르는 채로 밀고 나간' 방식이 오히려 작업의 개성이 됐다.
"두들아트? 그런 말도 저는 나중에 알았어요. 지금도 잘 몰라요."
그저 눈앞의 그림에 집중한다. 별다른 생각 없이 손이 가는 대로, 할 수 있는 만큼.
"그릴 때는 다른 생각 안 해요. 그냥 열심히 그려요."
하루에 몇 시간씩 몰두하기보다는, 틈이 나면 붓을 들었다. 카페 일을 마치고 돌아와 조금씩 이어갔다.
"짬짬이요. 시간 나면요."
처음 전시 제안을 받았을 때도 권 작가는 손사래부터 쳤다.
"그림도 몇 개 없고 못한다고 했죠."
하지만 주변의 권유로 첫 전시에 참여했고, 이어 두 번째, 세 번째 전시까지 이어졌다.
"저는 아직도 제가 작가인지 잘 모르겠어요."
겸손한 말투 속에는 여전히 스스로를 조심스레 두는 마음이 묻어 난다.
"(서해미술관 정태궁) 관장님은 맨날 좋다고 하시는데, 솔직히 저는 그 말이 진짜인지 모르겠어요."
그러나 주변 평가는 다르다. "작품이 정말 좋다"는 말을 들으며, 권 작가도 조금씩 자신감을 쌓아가는 중이다.
나를 붙잡을 무언가를 찾길
권 작가는 자신처럼 늦게 새로운 길에 들어서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림이 아니어도 돼요. 노래든, 춤이든… 뭐든지 혼자 할 수 있는 거 하나는 꼭 있었으면 좋겠어요."
젊을 땐 바쁘게 살았다. 가족을 돌보고, 일하고, 하루하루를 버티듯 지냈다. 그러다 이 나이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됐다고 한다. '나를 붙잡아줄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와서 이렇게 하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그림을 그리게 되더라고요."
요즘은 잠시 붓을 내려놓은 상태다.
"좀 힘들어서요."
솔직한 고백이다. 하지만 그 말투에는 포기 대신, 잠깐의 쉼이 담겨 있다.

▲ 권예희 작가 작품
권예희
"계속 그리고 싶어요"
전시 제목 '고양이의 시간'에 대해 묻자, 권 작가는 한참을 고민하다 이렇게 말했다.
"제가 그런 거 정하고 하는 걸 잘 몰라요. 옆에서 정해준 거예요."
그럼에도 작가노트에는 작품을 바라보는 권 작가의 시선이 또렷하게 담겨 있다.
"장난기 가득한 순간부터 고요한 휴식까지, 고양이가 전하는 작은 감정들을 담았습니다. 관람하는 동안 일상 속에서 스쳐 지나간 고양이의 시선을 함께 느껴보길 바랍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제목은 이미 그녀의 삶이 되고 있었다. 고양이를 그리며 흘려보낸 시간, 외로움을 견딘 시간, 자신을 다시 만난 시간.
"나도 모르게 여기까지 왔어요."
78세에 시작한 그림이 인생 후반부의 방향을 바꿔 놓았다. 특별한 목표도 거창한 계획도 없었다. 그저 하루하루를 성실히 채웠다. 그리고 그 시간은 지금, 고양이의 눈빛과 촘촘한 무늬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저는 그냥 계속 그리고 싶어요."
권예희 작가의 고양이는 오늘도 조용히 그녀의 시간을 지켜보고 있다.

▲ 권예희 작가의 작품
권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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