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초 ‘Women Cross DMZ’ 회원들이 강정을 찾은 시기로부터 10년 후인 2025년 5월, 새로운 회원들이 다시 강정을 찾았다.
그레이스
강정 평화운동에 대한 국제연대는 한국계 미국인들이 조상의 고향인 한국의 역사와 현안을 이해하고자 하는 열망 위에, 그리고 군대가 국경을 넘어 심지어 우주까지 영향력을 확장할 때, 평화운동 역시 세계적이어야 한다는 국제 네트워크의 인식 위에 구축되었습니다.
국제연대는 빼앗긴 땅에 군사기지가 건설되어 공동체와 생태계가 파괴되는 공통된 위협 속에서, 생명을 지키고 군사화에 반대하는 대안을 제시하며 창의적으로 저항하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인식, 즉 공동 투쟁과 저항의 중요성을 깨닫는 인식 위에 세워졌습니다. 저처럼 전쟁을 겪은 난민들과 함께 일한 배경을 가진 이들도 여기서 만났는데, 우리는 미래의 전쟁을 막지 않으면 과거 전쟁에 대한 해결책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회복지에서 일하는 분들은 정부가 소위 국방 예산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동안 기본적인 복지 지원이 축소되는 현실을 목격했습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 10년이 지난 지금, 제주의 군사화와 해군 활동은 계속 확대되고 있지만, 평화운동 역시 성장하며 제주와 한국, 전 세계에서 생명과 평화를 위한 다양한 투쟁들과 상호 연결되고 있습니다. 대안학교 학생들, 환경 동아리, 대학 학습 여행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강정을 찾아 군사화의 문제를 배우고 자신들의 미래 비전을 나눕니다. 종교 단체들은 강정에서의 평화 기도를 필수 일정으로 삼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기지가 초래한 문제 뿐만 아니라 저항 방식까지 연구하기 위해 강정을 찾습니다.
우리는 방문하는 많은 국제 활동가들과 차를 마시는 시간을 가집니다. 공통된 투쟁에 대해 공감하며 서로 용기를 얻고, 비폭력 직접 행동, 상호 지원, 정치적 옹호, 공동체 구축, 자기 돌봄 등 서로의 사례에서 배우고 고무됩니다. 지역적 한계를 넘는 만남은 단순한 이분법으로 나눌 수 없는 정치적 복잡성을 인정하고, 우리가 맞서는 폭력적 체제의 더 깊은 뿌리를 살펴보도록 돕습니다. 함께 나누는 식사와 아름다운 자연, 노래와 춤을 통해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친구가 되는 것은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삶의 본질적 가치를 상기시켜 줍니다.
때로는 국제연대가 크게 부각되기도 합니다. 2015년 국제평화국(IPB)이 강정마을에 그 해의 숀 맥브라이드 평화상을 수여한 것이 그 예입니다. 그러나 대개 국제연대의 힘은 오랜 세월 동안 이어져 온 작은 소통들과 연결 속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른 아침 IPB 공동 대표 코라 발데즈 파브로스와 줌 회의를 하고, 그가 강정을 방문할 때 아침 식사를 같이 하며 필리핀에서 미군 기지를 성공적으로 몰아낸 활동에 참여한 코라의 이야기를 듣고, 코라가 소개해 준 필리핀의 다른 활동가들을 환영하고, 매일 열리는 강정 인간띠잇기 문화제에서 코라가 공유한 음악을 트는 모습들로 나타납니다.
강정 국제팀에서 함께 일하는 최성희 활동가의 선례를 바탕으로 국제연대 구축 방법을 배웠습니다. 국제 평화 운동가들을 초청하고 소식을 공유하며 관계를 형성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지난 4월, 우리는 레이큰히스 평화 연대(Lakenheath Alliance for Peace)가 주최한 평화 캠프에 초대받았습니다. 우리는 앤지 젤터(Angie Zelter) 옆 텐트에서 야영했으며, 1980년대 영국 내 미군 기지에서 미 핵 순항 미사일 철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그린햄 커먼 여성 평화 캠프(Greenham Common Women's Peace Camp)에 참여했던 많은 여성 활동가들과도 함께했습니다.
2025년 평화 캠프에서는 여성, 남성, 논바이너리 활동가들이 레이컨히스 미 공군 기지 입구를 봉쇄했습니다. 당시 이 기지는 2008년 이후 영국에 배치될 첫 미국 핵무기 수령을 앞두고 있었습니다(핵무기는 2025년 후반에야 전달된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운 세대의 기후 활동가들과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가들이 기존 반핵 운동 세대와 합류했으며, 유럽 전역, 그리고 한국과 일본에서 온 활동가들도 참여했습니다. 이 경험은 2014년 강정에서 시작되어 제주, 오키나와, 대만에서 돌아가며 주최해 온 '평화의 바다 캠프'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지난 2025년 9월, 저는 대만 지룽에서 열린 제9회 평화의 바다 캠프에 참여했습니다. 캠프 참가자들은 지룽의 군사 요새와 외국으로부터의 침략 역사, 원주민과 이주민들의 경험을 배우는 동시에 오랜 시간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경청하며 공동 성명을 함께 작성했습니다. 미군보다 중국군의 위협을 더 직접적으로 느끼는 대만 참가자들과 함께, 제주와 오키나와의 반기지 활동가들의 경험을 어떻게 공동 성명에 담을 수 있었을까요? 지난 몇 년간 함께 만나 관계를 형성하고 서로의 상황을 이해해 온 과정은 더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공통의 가치를 표현할 수 있는 공통된 이해의 기반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기륭에서 열린 '평화의 바다 캠프' 마지막 날, 참가자들은 연대 영상을 촬영했습니다. 이는 천개의 매들린(Thousand Madleens to Gaza) 구호 선단 일원으로 가자로 항해해 봉쇄를 깨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대량 학살과 전쟁에 대한 국제적 공모를 저지하기 위해 대만 캠프 참가 계획을 취소한 해초를 지지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강정을 수 년간 방문하고 거주한 해초는 동중국해를 '공평해(平和海)'로 만들기 위한 캠페인에서 '요나스웨일' 호를 타고 항해를 시작 한 바 있습니다. 이 경험은 해초가 지중해에서도 평화를 위해 항해할 준비와 동기를 부여했습니다. 해초의 여정은 강정 평화운동의 토양에서 자라난 평화의 씨앗이 전 세계 평화 행동으로 퍼져나가는 최근의 가시적 사례입니다.

▲ 대만 지룽에서 열린 ‘2025 평화의 바다를 위한 섬들의 연대 평화캠프'
카레
이 글을 쓰는 지금, 저는 강정 성프란치스코평화센터에서 올해 함께 일하고 있는 두 명의 국제 자원봉사자와 오키나와로 향하고 있습니다. 강정마을에서 제주 역사와 평화운동을 배우러 오는 국제 연대자들을 맞이하는 것처럼, 우리는 오키나와의 친구들이 그들의 역사와 평화운동을 배우도록 도와주는 것에 감사드립니다. 국제연대가 강정 평화운동에 힘을 주듯이, 우리의 연대 또한 그들에게 힘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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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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