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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대 아빠의 각성... '혼내맨'의 가면을 벗기로 했다

    만 네 살 아들의 말 "무서운 눈으로 혼내지 마" , 옳은 아빠가 아니라 따뜻한 아빠 되기

    등록 2026.02.09 14:50수정 2026.02.0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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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아이를 키우는 중학교 역사교사의 육아일기입니다. 8살 이지수와 6살 이지호의 이름을 따서 '수호천사'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두 아이에게 배우는 인생을 기록합니다.[기자말]
    지난 4일 오후 3시, 서울 한복판 회의실. 발표 자료를 넘기던 손이 멈췄다. 핸드폰 화면에 뜬 이름, '지호 유치원'. 심장이 한 박자 빠르게 뛰었다. 유치원에서 걸려 오는 전화는 늘 괜찮다는 말로 시작하지만, 괜찮다는 말 뒤에는 항상 '그런데'가 따라온다.

    "잠시만요, 전화 좀 받겠습니다."


    회의실 문을 닫고 복도에 섰다. 유치원 선생님은 먼저 지호를 칭찬해 주셨다. 지호는 아는 것도 많고 말도 잘하는 똑똑한 아이라고. 나는 그 칭찬이 반갑기보다 불안했다. 칭찬 뒤에 올 말이 두려웠으니까.

    "그런데요, 아버님."

    지호가 교실에서 놀이를 할 때 가끔 친구들을 불편하게 한다고 했다. 친구들이 선생님에게 다가와 "지호가 이랬어요"라고 이르기도 하고, "지호랑 놀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한다고 했다. '놀고 싶지 않다.' 만 네 살짜리 아이가 듣기에, 이 한 마디가 얼마나 큰 세상의 거절인지 헤아리기 어려웠다.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지호는 문제 행동을 보였을 때 강하게 훈육하기보다 차근차근 말로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한 아이인 것 같다고. 집에서도 혼내기보다 눈을 맞추고 대화하면, 지호는 다 알아듣고 받아들일 거라고. 그리고 선생님이 전한 마지막 말이 가슴에 못처럼 박혔다.

    "지호는요, 친구들과 잘 놀고 싶어서 한 행동이에요. 그런데 그 행동 때문에 오히려 친구들이 멀어지게 됐거든요. 지호가 지금 많이 속상하고… 외로울 거예요."


    만 네 살이. 외롭다니. 좋아하는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서, 관심받고 싶어서 했던 행동들이 도리어 친구들을 밀어낸 거다.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 어느 순간 혼자 남겨진 아이. 그 마음이 눈앞에 그려지는 순간 숨이 막혔다. 선생님은 통화를 마무리하며 한 번 더 말씀하셨다.

    "지호는 사랑을 갈구하는 아이예요. 혼내지 마시고, 더 많이 안아주세요."


    회의실로 돌아가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오늘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단호한 훈육의 결과

    추운 겨울을 즐기는 수호천사 캠핑장에서 눈썰매를 타며 추운 겨울을 즐기는 수호천사
    ▲추운 겨울을 즐기는 수호천사 캠핑장에서 눈썰매를 타며 추운 겨울을 즐기는 수호천사 이종관

    차에 시동을 걸며 두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 소식에 속상해하고 있을 와이프. 그리고 외로운 지호. 두 얼굴이 눈에 밟혀, 서울에서 성남까지의 길이 한없이 멀게 느껴졌다. 집에 도착했다. 와이프는 말이 없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침묵이 전부를 말하고 있었다. 지호의 아픔 앞에서 하루 종일 혼자 삼킨 감정이 침묵의 무게로 온 집 안에 내려앉아 있었다.

    지호는 웃고 있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아빠를 보자마자 환하게 웃었다. 나는 눈물이 났다. 유치원에서 친구들에게 "같이 놀기 싫어"라는 말을 들었을 이 아이가, 집에 돌아와 아무렇지 않은 척 웃고 있다. 만 네 살이 벌써 괜찮은 척을 하고 있다. 그게 가장 아팠다.

    고백하자면, 나는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다. 아마 많은 부모가 그럴 것이다. 내 아이가 누군가를 불편하게 했다는 소식은, '미안함'과 '부끄러움'과 '걱정'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감정의 폭탄이다.

    그래서 나는 단호했다. 지호가 집에서 누나 지수를 불편하게 할 때, 밖에서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는 행동을 할 때 나는 단호하게 훈육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단호한 정도가 아니었다. 내가 생각해도 청소년에게, 아니 어른에게 하듯 단호했다. 만 네 살 아이에게.

    지호가 문제 행동을 했을 때, 내가 극대노하는 순간이 있었다. 그때 지호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사시나무처럼 온몸을 떨고 있었다. 작은 두 손을 꼭 쥐고,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벌벌 떨면서 이렇게 말했다.

    "지호도 알아. 지호가 잘못한 거."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멈추려고 했는데… 잘 안 멈춰졌어."

    만 네 살. 자기가 잘못한 걸 알고 있었다. 멈춰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스스로 제어가 안 된다는 것까지 알고 있었다. 다 알고 있는 아이였다. 알면서도 안 되는 자신이 답답하고, 그런 자신 때문에 아빠가 화내는 게 무섭고, 친구들이 떠나는 게 슬픈 아이. 그 작은 가슴에 얼마나 많은 감정이 부딪히고 있었을까. 아프고 또 아팠다.

    이 어린 아이를 이렇게까지 혼낼 필요가 있었을까. 나라는 인간이 이토록 하찮고 부족하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지호를 무릎에 앉히고 이야기했다.

    "지호야, 지호가 누나 불편하게 할 때 아빠가 덜 혼내면 좋겠어?"

    지호는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입을 열었다. 만 네 살의 언어로, 그러나 세상 누구보다 정확한 말로.

    "어. 아빠는 맨날 맨날 무서운 눈으로 지호를 혼내잖아. 내가 잘못하는 거 나도 알아. 그래도 아빠니까 친절하게 가르쳐 줘야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빠는 맨날 맨날 슈퍼맨이라고 하는데, 맨날 맨날 지호를 혼내면 슈퍼맨이 아니라 혼내맨이야. 그러니까 지호 무서운 눈으로 혼내지 마."

    슈퍼맨이 아니라 혼내맨. 만 네 살이 지은 이 단어 하나에, 나라는 어른이 통째로 무너졌다. 하… 나라는 인간은 도대체 뭘까. 지호에게 나는 세상의 전부일 수 있는 사람이다. 아침에 눈 뜨면 "아빠!" 하고 달려오는 그 아이에게, 나는 슈퍼맨이다. 세상에서 가장 크고, 가장 강하고, 가장 멋진 사람.

    그 슈퍼맨이 괴물 같은 눈빛의 혼내맨으로 변신하는 순간, 이 아이는 어떤 감정이었을까.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 되는 순간. 도망칠 수도, 맞설 수도 없이 그저 떨고만 있어야 하는 순간. 잘못한 건 아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순간. 그 순간을 만든 것이 나였다.

    아빠니까 친절하게 가르쳐 달라는 아이

     바르고 옳은 말을 한다고 해서 상대방이 설득되지는 않는다. 맞는 말이 가장 듣기 싫은 말인 경우가 세상에 얼마나 많은가.
    ▲ 바르고 옳은 말을 한다고 해서 상대방이 설득되지는 않는다. 맞는 말이 가장 듣기 싫은 말인 경우가 세상에 얼마나 많은가. jimmyjimenezmx on Unsplash

    동화 속 햇님과 바람 이야기가 떠올랐다. 나그네의 옷을 벗기려고 바람이 세차게 불수록 나그네는 옷깃을 더 여미었다. 그러나 햇님이 따뜻하게 비추자 나그네는 스스로 옷을 벗었다. 물론, 문제 행동을 보일 때 보호자의 단호하고 일관된 훈육은 필요하다. 그건 맞다.

    그러나 지호에게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했다. 바르고 옳은 말보다, 따뜻하고 너그러운 말이 필요했다. 무서운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햇살이 필요했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이건 비단 아이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의 모든 관계가 그렇다. 바르고 옳은 말을 한다고 해서 상대방이 설득되지는 않는다. 맞는 말이 가장 듣기 싫은 말인 경우가 세상에 얼마나 많은가. 직장에서, 부부 사이에서, 친구 사이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주 '맞는 말'이라는 이름으로 상대의 마음에 바람을 일으키고 있을까.

    그 사람에게 필요한 말을 할 때, 비로소 상대방의 마음과 몸이 움직인다. 만 네 살 아들이 가르쳐 준 것이다. 아빠니까 친절하게 가르쳐 달라고. 슈퍼맨이면 슈퍼맨답게 안아 달라고.

    오늘부터 나는 혼내맨의 가면을 벗기로 했다. 완벽한 슈퍼맨은 못 되겠지만, 적어도 무서운 눈이 아닌 따뜻한 눈으로 이 아이를 바라보기로 했다. 지호에게 필요한 것은 옳은 아빠가 아니라 따뜻한 아빠라는 것을, 이제야 배웠으니까. 만 네 살 아들이, 마흔일곱 아빠에게 오늘도 인생을 가르친다.
    #아이에게배우는인생 #아빠육아일기 #옳은말보다필요한말 #수호천사 #역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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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에서는 역사를 가르치고, 집에서는 8살 딸 지수와 6살 아들 지호에게 인생을 배우는 아빠. 첫째 출산 후 육아휴직을 하고 블로그에 육아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아이를 키우면서 사람과 세상을 다시 배우고 있습니다. 달리기를 하며 가장 자연스러운 나를 만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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