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맞이 대청소 하다 발견한 이것, 횡재한 기분

아주 오래전에 구입한 카메라를 꺼내다

등록 2026.02.07 16:52수정 2026.02.07 16:52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최근 요리한 음식을 일상의 이야기와 함께 사진과 레시피로 풀어내고 있다. 가족과 맛있게 먹은 한 끼를 글과 사진으로 남기다 보니 기록이 되고, 그 과정 자체가 생각보다 큰 즐거움이 된다. 작년 가을에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작가 되기' 수업을 들었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스마트폰만으로 충분히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사진의 방향과 각도, 빛의 위치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때 익힌 방법을 떠올리며 찍은 사진들은 전보다 훨씬 생기가 돌았다. 글에 사진이 더해지니 기사의 완성도도 자연스레 높아졌다. 이야기는 사진 덕에 또렷해지고, 사진은 글 덕에 의미를 얻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였다.

하지만 글이 몇 편 쌓여가면서 종종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생겼다. 분명 잘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 남았다. 배경이 부드럽게 흐려지는 아웃포커싱, 음식의 질감을 선명하게 살려내는 디테일, 깊이 있는 색감 같은 것들. 그 미묘한 차이가 자꾸만 아쉬움으로 남았다. 욕심이 생겼다. 인터넷을 뒤지며 사진을 더 잘 찍는 방법을 찾아보고, 배경지를 사볼까 조명을 들여볼까 고민했다. 어느새 쇼핑몰을 들락날락하며 장바구니에 이것저것 담아보기도 했다.


책장 깊숙이 보관해 둔 금색 보자기 속 카메라

 오래된 보급형 DSLR 카메라
오래된 보급형 DSLR 카메라 김선아

문득 십수 년 전 구입해 두고 깊숙히 보관해 둔 DSLR이 떠올랐다. 그 당시 백만원도 넘게 주고 큰맘 먹고 샀던 카메라였다. 한동안은 어디를 가든 들고 다녔지만, 무겁다는 핑계와 스마트폰 카메라의 발전으로 점점 손에서 멀어졌다. 그렇게 카메라는 서서히 내 일상 밖으로 밀려났다.

집 안 어딘가에 둔 것 같았지만 막상 찾아보니 보이지 않았다. 서랍장을 열어보고 옷장도 뒤져봤다. 한참을 찾다 포기할 즈음, 방 한쪽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뜻하지 않게 새해맞이 대청소도 하게 되었다. 그때 책장 속에 어울리지 않은 황금색 보자기에 싸인 물건이 있었다. 그제야 기억이 났다. 소중하게 보관한다며 먼지가 앉을까 봐 보자기에 싸서 고이 모셔 두었던 것이다.

겨우 찾아낸 카메라를 꺼내보니, 이유는 모르겠지만 조리개를 돌리는 부분에 검댕이가 묻어 있고 끈적거렸다. 오랜 세월 밀폐된 공간에 있어서 그런 것 같았다. 한참을 알콜솜과 물티슈로 닦아냈다. 너무 오래 쓰지 않아서 인지 렌즈 교체도 쉽게 되지 않았고, 배터리는 방전돼 있었다. 충전기에 꽂아두고 오후에 다시 확인했다.

다행히도 작동이 잘됐다. 예전 기억을 더듬어 사진을 찍어봤다. 셔터를 누르는 그 '찰칵' 소리가 반가웠다. 스마트폰과는 다른, 묵직한 느낌의 소리였다. 오랜만에 듣는 소리였다. 다시 써보니 역시 달랐다. 조리개를 조절해 배경을 날리니 음식이 한층 돋보였다. 렌즈를 바꿔가며 찍으니 다양한 느낌의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스마트폰으로는 담기 어려운 디테일과 질감이 살아났다.


괜히 득템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 십수 년이 지난 제품이 맞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잊고 지냈던 것을 다시 찾은 느낌이었다. 마치 새것을 산 것 같은 기분이었다. 먼지를 털어내고 다시 꺼낸 이 카메라로, 이제 제대로 된 음식 사진을 찍어볼 수 있을 것 같다.

혹시 집 안 구석에 자리 잡은 채 잊힌 물건이 하나쯤 있지 않은가. 새해를 맞아 집 안을 정리할 겸, 기억을 더듬어 한 번 꺼내보는 건 어떨까. 오래되었다는 이유로 잠시 보관해 두었을 뿐, 다시 꺼내 보면 생각보다 충분히 제 역할을 해낼지도 모른다.
#스마트폰 #DSLR #사진 #오래된물건 #청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일상에서 마주치는 장면, 문화와 예술, 요리, 사는 이야기로 글을 씁니다.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성태 녹취록' 속 1313호실 검사의 엉뚱한 해명 '김성태 녹취록' 속 1313호실 검사의 엉뚱한 해명
  2. 2 항공사 승무원이 유니폼 위에 옷을 하나 더 입는 절박한 이유 항공사 승무원이 유니폼 위에 옷을 하나 더 입는 절박한 이유
  3. 3 속마음 들킨 트럼프의 다급함...이러다가 미국 무너진다 속마음 들킨 트럼프의 다급함...이러다가 미국 무너진다
  4. 4 울산 피자 가게 사장이 피자 가격을 50만 원으로 올린 이유 울산 피자 가게 사장이 피자 가격을 50만 원으로 올린 이유
  5. 5 "김성태 녹취록 공개, 국민의힘이 결정적 역할" "김성태 녹취록 공개, 국민의힘이 결정적 역할"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