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민주시민교육의 세 가지 조건

등록 2026.02.07 14:43수정 2026.02.07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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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의 민주시민교육 정책을 실현 가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교육부 장관은 2026년 1월 30일, 법무부에서 통일부까지 11개 정부부처와 협업하여 범정부적으로 시민교육을 실시한다고 했다. 이에 세 가지 질문을 던지며 시민교육의 실현조건을 알아본다.

첫째, 시민과목을 지정, 개설할 필요가 있는가?

현재, 신생 '학교시민교육교원노동조합'이 초ㆍ중등 학교에서 예컨대 사회과목을 헌법ㆍ정치과목으로, 도덕과목을 도덕ㆍ시민과목으로 개칭하고 필수과목으로 지정하자는 의견을 내고 있다. 이 주장이 타당한 이유는 특정 과목이 있어야 교사들이 체계적으로 시민교육을 기획하고 평가 및 수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교육기본법과 초중등 교육법에서 시민교육의 법적 정체성을 확보해야 한다. 교육기본법에서는 '민주시민'을 지식중심에서 참여, 숙의, 실천능력 중심으로 재정의 한다. 초ㆍ중등교육법에서, 교과편성과 관련하여 위 과목을 시민교육 핵심교과군으로 재지정 하고, 학생자치 및 참여조항(제17조)에서는 학생회 및 학생참여를 권장이 아니라 시민교육의 필수학습 요소로 격상시킬 필요가 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과정 최종 결정권자다. 여기서 국가교육과정 심의기준에 '민주시민 핵심역량', '헌법ㆍ정치 역량제고 및 시민 참여교육의 독립성' 등을 법적 심의요소로 명시한다. 그러면 정권이 바뀌더라도 원상 복귀되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교과명 변경은 대통령령으로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을 고시할 수 있다. 이는 법 개정 없이도 가능하지만, 정권이나 위원회 교체와 함께 뒤집힐 수 있으므로 법적 장치를 마련해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한 시민교육을 실천중심으로 바꾸려면 '교원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에서 개정이 필요하다. 이는 사회현안 토론, 정책비교, 권력비판 등을 원활하게 하고, 민원이나 정치적 오해가 발생할 때 사전 혹은 사후라도 대응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이것은 '민주시민교육 활동을 보호되어야 할 교육활동'이라고 명문화 하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교사 정치기본권은 왜 필요한가?


정치시민의식 관련 교육의 경우, 정치제도를 개념으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의견형성, 표현, 조직, 참여, 책임지는 전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다. 교사가 이런 경험을 가진 경우와 아닌 경우는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2025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위원장이 고단한 단식투쟁을 마무리한 것은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리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교사에 대해 정치기본권 즉 '정당 지지 및 비판, 정책평가, 정당가입 및 후원, 출마 및 의정활동' 등을 전면 금지하는 현 상황에서는, 교사가 단지 '정치참여를 설명만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뿐이다. 이는 운전능력을 이론으로만 가르치는 교관과 같다.


한국의 교사가 교육활동과 의정활동을 병행하는 모습의 상상도 스위스는 현직교사가 의정활동을 병행할 수 있다. 이는 시민이 필요할 때 공적 역할을 분담한다는 Milizprinzip이 군사에서 정치로 확대, 적용된 결과다. 이를 다시 한국에 적용한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한국의 교사가 교육활동과 의정활동을 병행하는 모습의 상상도 스위스는 현직교사가 의정활동을 병행할 수 있다. 이는 시민이 필요할 때 공적 역할을 분담한다는 Milizprinzip이 군사에서 정치로 확대, 적용된 결과다. 이를 다시 한국에 적용한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ChatGPT plus + 신남호

이런 환경에서 교사들에게 요구되는 '정치적 중립성'은 불안감과 함께 교사들의 의식을 지배한다. 그래서 "이 사안은 민감하니 넘어가자", "여러 의견이 있다는 정도로만 말하자", "정책비교는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면 사회적 갈등사안, 권력비판, 구조적 원인분석이 회피 된다. 여기서 학생들은 '정치는 위험한 것이고, 말하지 않는 것이 시민의 덕'이라는 것을 잠재적으로 학습한다.

정치적 경험으로부터 교사를 배제시키면, 민의가 어떻게 전달 혹은 왜곡되는지, 어떻게 정책이 만들어지고 수정되는지 등에 대해 알 길이 없다. 그러면 헌법 조문 암기, 선거 절차 설명, 제도 이름, 시민의 의무를 나열하는데 그치게 된다. 이것이, 시민교육이 입시환경에 적응하면서 시민성의 결핍이 야기된 우리의 모습이다.

학생들의 입장에서 "왜 어떤 정책은 끝까지 통과되지 않나요?", "시민의견은 실제로 반영되나요", "정치인들이 자주 싸우는데 왜 그렇지요?" 등의 질문이 사라진 환경은 아무리 정부의 의지가 강할지라도 현장에서 시민교육을 기대할 수는 없다. 이 때 문제는, 학생들을 갈등없는 시민, 순응적 시민, 비판이 배제된 시민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시민교육의 핵심 포인트가 권력에 대한 복종이 아니라 권력에 대한 비판 아닌가?

셋째, 국가보안법과 시민교육은 공존 가능한가?

먼저 역사적인 사건을 놓고 수업하는 장면을 가정한다. 전라남도 화순 민간인 희생사건의 생존자 박영희와 그의 아들 김도환에 관한 이야기다(기사제목: "내 앞의 총살이 거짓이라니…국가가 두 번 울렸다, 다시 묻는다", 2026-02-06 한겨레).

요지는, 한국전쟁기 군경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를 통해 확인, 정리되었으나 기사 속의 유족은 법원에 의해 가족의 희생사실이 부정되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국가보안법은 민간인 학살사건을 야기한 직접 원인은 아니다. 대신 국가보안법은 유족들로 하여금 이 사건의 희생자라는 사실을 드러내지 못하게 만들었다. 역사를 침묵시킨 것이다.

이 기사를 갖고 역사교사, 사회교사, 윤리교사 중 누군가 토론수업 자료로 제시할 수 있다. 그 주제로 '화순 민간인 희생사건의 원인과 우리의 대응자세'를 제시한다. 그러면 학생들은 인터넷으로 자료를 검색하고, 조별 토론을 거치면서 냉전의 좌우 이념대결, 미국의 이념적 지향, 이승만 정권의 반공주의, 봉건주의 잔재 속에서 맞이하는 공산주의 및 자본주의의 대결 등을 찾아낼 것이다.

국보법과 시민교육의 충돌 지점

충돌 지점은, 토론과정에서 '국가폭력의 구조적 책임을 분석하거나, 반공 이데올로기가 학살을 정당화했음을 비판하거나, 국가보안법이 과거사 규명에 미친 부정적 효과를 언급하는 경우'다. 이에 대해 일부 민원인 혹은 외부세력은 "교사가 북한 또는 반국가 세력의 논리를 정당화 한다", "국가의 정통성을 부인하도록 교사가 유도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하며 교육당국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학생이 내린 표현이나 결론에서 "국가가 과오를 범했다, 반공논리가 폭력의 원인이었다"라고 했을 때 교사가 이를 반박하지 않고 토론의 한 의견으로 존중할 수도 있다. 이 때 "이적 표현을 방치 혹은 조장했다"라는 것도 문제삼을 수 있다.

국가보안법과 이 법이 사라진 이후의 모습 비교 국가보안법은 자기검열을 일으키지만, 이 법이 사라지거나 축소된 이후에는 비로소 학생과 교사들의 자유로운 표현 곧 민주시민교육의 가능조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한 상상도를 그려보았다.
▲국가보안법과 이 법이 사라진 이후의 모습 비교 국가보안법은 자기검열을 일으키지만, 이 법이 사라지거나 축소된 이후에는 비로소 학생과 교사들의 자유로운 표현 곧 민주시민교육의 가능조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한 상상도를 그려보았다. ChatGPT plus + 신남호

이제는 이런 민원이 제기될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는 듯 보이고, 실제 사건화 될지라도 무죄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교사들에게 자기검열의 습관화된 두려움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이것은 국가보안법의 적용논리가, '다룬 내용'보다는 '어떤 효과를 낳았는가'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길을 열어놓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국가폭력 비판'이 '체제 비판'으로 전이될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미 2025년 12월 초에 국가보안법의 폐지 법률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그러나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왜냐하면 국보법이 이미 역사적으로 그 폐해가 입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폐지에 대한 찬반을 국민에게 물으면서 폐지 반대의견이 적지 않게 올라왔기 때문이다. 이는 일부 세력이 민의에 영향을 준 결과로 추정된다.

국회가, '다수결의 원리'와 여론이 종종 진실을 왜곡한다는 점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찬반의견을 묻는 것은, 지난번 국정 업무보고 때 대통령이 정치기본권 관련 여론에 미루면서 모호한 답변을 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따라서 교육부, 법무부, 국가교육위원회가 공조하여 민주시민교육의 조건과 관련하여 국보법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낼 필요가 있다.

설령 폐지로 수순을 밟는다고 해도, 그 기간 시민교육이 멈출 수는 없으므로, '안보 및 테러 대응법'과 '교육 및 학문적 토론의 법체계'를 일단 명확히 분리해야 한다. 그래서 교사를 정치적 시민으로 대우하면서 수업은 비판적 공론장으로 재규정할 수 있다. 이는 현행 헌법에서도 아주 불가능하지는 않다. 헌법 제22조에서 학문의 자유, 헌법 제31조에서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국가보안법이 있어도 시민교육이 가능하다는 주장은 허구다. 국가보안법이 존속하는 한, 민주시민교육은 비판이 제거된 도덕교육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안보가 아니라 민주주의 자체를 약화시킨다. *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겨레 신문에도 송고했습니다.
#시민과목 #교사정치기본권 #국가보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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