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겨냥한 투자, 사회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진짜 금융을 찾아서] ⑧ 영국의 투자세액공제(CITR)에서 배울 점

등록 2026.02.09 10:09수정 2026.02.0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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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 인구 1400만 명, 가상자산 투자자 1000만 명 시대다. 우리 국민 3명 중 1명이 주식과 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정부도 투자를 권장한다. 투자도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법. 이들 상당수가 빚을 얻어 투자금을 마련한다. 주식과 코인에 뛰어드는 사람이 늘어나면 경제가 살아나고 서민들 삶이 나아질까. 금융이 사회에 도움이 되려면 어떻게 작동되어야 할까. 이글은 우리 시대 참 금융의 모습을 고찰하기 위해 기획된 것으로, 이후 몇 차례에 걸쳐 연재할 예정이다.[기자말]
"기업은 사람이다."
"기업은 사람이 아니다. 사람은 심장이 있고, 아이가 있고, 일을 하며, 아파하고, 슬퍼하며, 춤을 춘다. 사람은 살고, 사랑하며, 죽는다. 우리가 나라를 운영하는 것은 기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위해서다."

기업(corporations)을 해석하는 관점의 차이가 극명하게 갈린다. "기업도 사람"이라는 말은 2011년 8월 미국 아이오와에서 열린 박람회에서 대선 공화당 경선 유세 중이었던 억만장자 밋 롬니(M, Romney)가 한 말이다. 이에 "기업은 사람이 아니"라고 반박한 이는 2012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시 미국 민주당 메사추세츠 상원의원 후보였던 엘리자베스 워런(E.Warren)이다.

롬니는 '기업의 수익은 사람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데, 기업에 세금을 많이 물리면 사람이 피해를 보게 되니 옳지 않다'는 주장이고, 워런은 '기업이 주주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면서도 법 인격을 앞세워 각종 혜택을 누리는 건 잘못'이라고 말한다. 롬니는 주주자본주의를 옹호하고, 워런은 책임 있는 자본주의를 강조한다.

기업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기업의 사명은 주주 이익을 늘리는 것'이라는 명제는 절대불변의 법칙인가? 주주에겐 많이 주고 종업원에겐 적게 주는 질서는 온당한가? 주식 거래가 활발해지면 기업의 곳간이 정말 튼실해지는가?

주식시장의 투자 대상은 기업이고, 주식 투자는 기업에 자본을 공급하는 핵심 원천이다. 기업은 주식을 발행하고 시장에 팔아 자금을 조달한다. 주식 가격이 오르면 신용 등급이 올라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 주식을 거래하는 2차 시장이 있어야 투자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주식시장의 순기능이다.

기업이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모으는 건 신주를 발행할 때 뿐이다.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돈의 대부분은 특정 회사의 주식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 시세 차익을 얻기 위함이다. 거래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모두 투자자에 귀속된다. 중고차를 매입한 돈이 완성차 제조업체가 아니라 차주(車主)에게 돌아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려는 사람이 많으면 주가가 오르고 팔려는 사람이 많으면 내린다. 주식시장은 냉탕과 온탕을 반복하며 끊임없이 투기심리를 자극한다. 투기와 투자는 종이 한 장 차이다.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가 늘어나 시중 자금이 주식시장에 과도하게 쏠리면 거품이 형성되고 경제 발전을 저해한다. 주식시장의 역기능이다.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투자 열풍이 한창이다. 부동산에 과잉 편중된 자산 구조를 흔들어 생산적인 영역에 돈이 흐르도록 하려는 것이다. 코스피 지수가 5천을 넘나들면서 주식 투자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난 1월 20일부터 22일까지 한국갤럽이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현재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48%,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은 52%로 나타났다. 주식 보유 비율은 3개월 전보다 2% 포인트 늘었다(휴대전화 가상번호 전화 인터뷰 방식, 응답률 12.3%,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아래 그림은 연령대별 주식 보유 비율을 표시한 것이다. 40대의 62%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고, 이어서 50대(54%), 30대(53%) 순이다.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30∼50대가 주식 투자를 견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회 초년생인 18∼29세의 보유율(47%)도 60대(46%)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 주식 보유 비율 조사 기간 : 2026년 1월 20~22일 (한국갤럽), 기자 재편집
▲연령대별 주식 보유 비율 조사 기간 : 2026년 1월 20~22일 (한국갤럽), 기자 재편집 문진수
성향별 주식 보유 비율 조사 기간 : 2026년 1월 20~22일 (한국갤럽), 기자 재편집
▲성향별 주식 보유 비율 조사 기간 : 2026년 1월 20~22일 (한국갤럽), 기자 재편집 문진수

이 그림은 성향별 주식 보유 비율을 표시한 것이다. 보수의 49%, 중도의 51%, 진보의 59%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을 보수 성향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보다 진보 성향이라고 믿는 이들의 주식 보유율이 10% 포인트 많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생산적으로 쓰이려면 단기 매매에서 장기 보유로, 시세 차익에서 배당 소득으로 투자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 이 전환에 실패하면 주식시장이 아무리 활활 타올라도 나라 경제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투기 전문 '꾼'들의 배만 불릴 가능성이 크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장기 보유자에게 세금 혜택을 주는 것이다. 올해 출시 예정인 '국민성장펀드'에 참여하는 장기 투자자에 소득공제 혜택(최대 40%)을 제공하고 배당 소득 분리과세(9%)를 적용하는 정책이 그러하다. 이 펀드는 인공지능, 반도체, 미래 에너지, 바이오 등 첨단 산업에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특정한 사업 영역에 세금 혜택을 부여해 장기 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은 많은 나라에서 적용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진단하는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지원 대상과 혜택 범위는 달라진다. 영국은 개인이나 법인이 지역발전금융기관(CDFI)에 5년 이상 투자할 경우, 투자금의 최대 25%를 세액공제하는 제도(CITR)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주류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힘든 지역 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활동하는 비영리 금융기관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에 힘입어 2023년 한 해만 6,340만 파운드(약 1,260억 원)의 자금이 지역발전금융기관에 투자됐다.

지역금융기관에 유입된 돈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사회적기업과 마을기업, 비영리단체와 협동조합 등 제도권 금융의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기업과 단체를 돕는 데 쓰인다. 지원 대상은 개인이나 조직을 망라하지만, '사람'을 직접 겨냥한다. 첨단산업을 이끄는 대기업 주식을 사는 것과 지역에 뿌리를 둔 소기업에 자금을 빌려주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좋은 투자일까.

영국 CDFI 연합체인 Responsible Finance 누리집 responsiblefinance.org.uk
▲영국 CDFI 연합체인 Responsible Finance 누리집 responsiblefinance.org.uk 문진수

사회에는 다양한 형태의 기업과 조직이 병존한다. 지분을 가장 많이 소유한 자가 실질적 주인인 주식회사도 있고, 소유 지분과 상관없이 동일한 의결권을 갖는 협동조합도 존재한다. 수익 창출이 목적인 영리회사도 있고,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비영리단체도 존재한다.

이들은 각각 나름의 목적과 의의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경제 발전을 위해 필요한 조직들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 국가들은 각각의 사회 조직이 지닌 특성에 맞춰 지원체계를 설계하고 운영한다. 우리나라는 영리 기업을 위한 제도적 장치는 풍성하지만, 공익 목적의 기구와 단체를 위한 지원 제도는 빈약하다.

자본시장은 장기 자금이 유통되는 시장이다. 채권과 주식을 오래 보유한 이가 혜택을 누려야 단기 매매가 줄어든다. 나아가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힘든 기업과 단체를 위한 모금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공공선을 추구하는 비영리단체, 협동의 힘으로 움직이는 사회연대 조직이 그 주인공들이다.

자본시장과 소멸위기지역 사이에 다리를 만들 수 있을까. 시민들이 비영리단체 또는 사회연대조직에 투자하도록 하려면 어떤 혜택을 제공해야 하나. 투자한 돈을 회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무엇인가. 이런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사회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놓여진 길을 재포장하는 것으로는 새로운 땅에 닿을 수 없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문진수 시민기자는 사회적금융연구원장입니다.
#투자세액공제 #주식투자 #주식시장 #CDFI #CI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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