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민주주의는 교문 앞에서 멈춘다" 신입 교사가 울먹인 까닭

[주장] 학교 민주주의는 왜 업무 분담에서 멈추는가

등록 2026.02.09 13:25수정 2026.02.09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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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새 학년을 준비하느라 2월의 시간이 바빠진다. 교직원 중 그 업무를 가장 잘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고 업무 분담을 한다면 좋겠지만 학교도 그렇고 교육지원청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대부분은 기존 직원 중에서 업무를 나누고 가장 기피하는 업무는 남겨둔다. 신임 직원이 그 업무를 맡게 되는 구조이다. 그 업무를 잘 해낼지는 고려 대상이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어쨌든 굴러간다고 생각한다.

필자도 마찬가지로 이 업무를 못한다고 했으면 아마 다른 직원이 했을 것이다. 그러나 학교 자치, 학교 민주주의를 위해 학교운영위원회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생각에 학교운영위원회 업무를 13년째 맡아오고 있다. 학부모지원전문가로 일하기 전에도 학교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운영위원에 대한 지원에 관심이 많았으나, 학교운영위원회 간사 대상으로 연수와 컨설팅을 준비하면서 간사의 지원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지난해 한 초등학교에 학교운영위원회 간사 컨설팅을 하러 갔었다. 우리 지역에서 유일하게 교사가 간사로 있는 학교였다. 내 입장에서도 수업 시간 외에 연락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긴 했으나 내가 맞추면 되는 일이라 그냥 넘겼으나, 자료 제출 같은 것이 항상 늦었다.

아예 제출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어쩔 수 없이 컨설팅을 나가기로 했다. 컨설팅 도중, 어려운 것이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했더니 간사인 교사가 "학부모들이 학교에서 운영하는 것에 대해 참견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간사 연수를 안 받으셨으니 운영위원회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간사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건데, 그동안 얼마나 스트레스가 많았을지 짐작이 갔다.

"학교자치를 위해 교육공동체가 같이 계획하고 운영하고 평가하며 결과에 책임지기 위해 운영위원회 심의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라고 말씀드렸다. 동의하는 기색은 없었다. 그리고 울먹이면서 말을 이어갔다. 2025년 3월에 임용됐다는 그는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꿈을 갖고 출근하자마자 학교운영위원회 업무를 맡게 됐다'고 토로했다. 업무포털을 사용하는 방법도 모르는데도 3월 한 달에 거의 30개의 공문을 올렸다고 전했다.

학급 운영에 대한 계획도 세우지 못한 채, 학교운영위원회 구성에 대한 공문 올리느라 정작 교사로서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학교운영위원회는 법적 기구로서 구성 시기가 정해져 있어서 3월에 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울면서 그 업무를 했다는 것이다.


학교운영위원회 간사들에게 업무를 하면서 가장 애로사항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안건을 기한 내에 제출하지 않아요", "회의록 작성이 힘들어요", "학교와 다른 기관으로 보기 때문에 문서 등록 절차가 복잡해요", "갑자기 회의를 열어야 하는 때가 많아요" 등을 호소한다.

간사는 교직원 중 학교장의 추천으로 위원장이 위촉한다. 간사는 회의 진행의 전문가도 아니고 속기사도 아니다. 그렇다면 학교교육과정 등 운영을 하기 위한 회의를 하는데 서로 도와야 한다. 회의록은 개조식으로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회의록을 홈페이지에 개시하도록 하는 이유는 회의에 방청하지 공동체에게 회의록을 통해 회의를 공개하기 위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학교의 교육과정에 대해 교직원이 다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간사가 운영위원회 업무만 하는 것도 아니다 보니, 제안서를 파악한 후 회의록을 작성할 수도 없다. 제안자는 회의에 앞서 제안설명 할 부분을 준비하고 가게 된다. 그러나 제안설명 부분을 회의록에 작성해 준다면 간사는 회의 중 토론하는 것만 작성하면 되니 훨씬 부담이 줄 것 같다. 제안자도 심의를 받지 못하면 운영할 수 없는 것이니, 누구의 일인지 따지지 말고 서로 할 수 있는 일은 도와가며 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 아니겠는가.

"학교민주주의는 교문 앞에서 멈춘다"라는 말은 교직원 문화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몇 해 전, 교원대에서 교육부 주관 학교자치에 대한 콘퍼런스를 진행했을 때, 학교자치에 대한 주제라 관심이 갔다. 그때 토론자 중 교사가 한 말이 생각난다.

"학교운영위원회 교원위원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대부분의 교사는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른다."

이 말은 학교운영에 대해 교사들의 의견 수렴은 거의 없다는 얘기이거나 교사 업무의 특수성 속에서 개인화된 문화가 굳어진 방증인지도 모른다.

2023년 서이초 교사 사건 이후, 학교에서 학부모 민원으로 교사들이 얼마나 힘들어 하는지에 대해 사회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의정부 호원초 사건도 재조명되면서 학교 안에서 교사들은 어디에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 후 민원에 대해 교사들을 보호하겠다고 민원대응대책이 세워졌다. 민원대응 업무는 학부모와 소통할 수 있는 경험을 가진 직원이 담당을 했을까. 지금 현장에선 어떤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

'민원은 처음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만큼 많은 노하우를 가진 경력자가 하는 것이 매우 유리하다. 그런데 현장에선 저 경력자를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 민원이 많은 업무를 맡다가 6개월 만에 퇴사하는 신규 공무원에 대해 생각이 짧다거나 인내심이 부족하다는 것으로 치부하기엔 공직사회 구조가 지나치게 가혹하다.

서로를 소모하는 업무 분담이 아니라, 서로를 보호하고 배려하는 업무 분담을 하는 것은 건강하고 행복한 새 학년의 시작이 될 것이다.
#업무분담 #학교민주주의 #교육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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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부터 의정부교육지원청에서 학부모지원전문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교육의 주체로서 선한 영향력을 실천하는 학부모의 얘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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