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배송은 포장용기의 사용을 늘려 다량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생산하게 된다.
이준수
쓰레기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 가족은 이미 '편리함'이 '불편함'으로 이어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2020년 코로나19가 유행할 무렵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높아졌을 때, 우리 가족은 저장용기를 들고 가 김밥이나 아이스크림을 담아 오고는 했다. 그러나 가끔은 배달음식을 시켜 먹었다. 설렁탕이나 순한 간장맛 찜닭이 주메뉴였다. 앱으로 주문한 설렁탕은 삼십 분 만에 우리 집 현관 앞에 도착했다. 식사는 금방 끝났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플라스틱 쓰레기와 뒤처리라는 엄청난 과업이 남아있었다.
설렁탕을 시키면 설렁탕만 오는 것이 아니다. 깍두기와 공깃밥, 풋고추와 쌈장까지 크고 작은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온다. 분리수거를 하려면 음식물이 남아있지 않도록 잘 씻어야 한다. 그런데 설렁탕처럼 기름진 음식은 그릇 씻기도 힘들다. 설거지용 비누로 거품을 내어 두 번씩 플라스틱 용기를 닦고 있노라면 '배달음식이 진짜 편하긴 한 건가'하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코로나 시절의 아파트 재활용품 수거장에는 플라스틱 쓰레기와 스티로폼 상자가 그 어느 때보다 많았다. 너도나도 신선 식품이나 냉장, 냉동식품을 시켜 먹을 때이니 그럴 수밖에. 그래서인지 새벽배송이 된다는 소리를 들으면 나는 조건반사적으로 반투명 플라스틱통과 하얀 스티로폼 가루가 떠오른다.
아직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새벽배송은 편리할 것이다. 갑자기 딸기가 먹고 싶어 진다든지, 시래기 해장국이 급히 당길 수도 있지 않은가. 극강의 편리함에 푹 빠지면 생활의 필수 서비스처럼 여기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새벽배송을 이용한 만큼 나는 동네에서 장을 덜 보게 될 것이다. 반찬가게도 덜 가고, 과일가게 방문도 뜸해지지 않을까. 대형마트 새벽배송 시장이 열리면 소상공인 분들은 타격을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다.
이미 새벽배송을 쓰고 있는 사람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편리한 서비스가 합법적으로 존재하는데 거부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우리 가족도 다만 새벽배송이 안 되는 지방에 살아서 지레 거부감이 드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새벽배송 없이도 두 아이를 키워냈기에 적어도 새벽배송을 '필수 인프라'로 여기지는 않게 되었다.
쿠팡 독점을 막는 방식이 꼭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것이어야 하는가. 나는 동네에서 장보기를 좋아한다. 현관 앞에 아침 일찍 닭고기와 우유가 놓여있는 풍경은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용을 치렀다는 뜻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배송의 자유'가 아니라, 편리함을 공정하게 나누는 규칙과 책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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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구하는 가계부, 미래의창 2024>, <선생님의 보글보글, 산지니 2021> 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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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오는 닭고기와 우유... 우리는 '비용'을 치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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