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10월 18일 경남 여성단체들이 모여 진주시청에서 <남편에 의한 이주여성 살인 미수 사건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여성 보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윤성효
진도군수의 이번 발언은 인구소멸의 원인이 '한국 여자들이 한국 남자의 애를 안 낳기 때문'이라는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에 '어느 나라 여자든지 간에 한국 남자의 애를 낳게 하면 그만'이라는 결론으로 연결된다. 인구소멸대책으로 출산을 장려하고자 하면 한국 여성이든 남성이든 가리지 말고 결혼을 장려해서 아이를 낳게 하자고 할 법도 한데, 늘 '외국인 여성 유입'이 언급되지, 절대로 '여성을 존중하는 외국 총각을 수입하자'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꽤 오랫동안 지자체는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로 한국인 남성을 결혼시키는 데에 많은 자원을 투입했다.
재생산되는 인구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는 엄마가 아니라 아빠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고루한 남성중심적 인식에 의하면 남자는 '수입'될 수 없는 존재다. 남자는 인간으로서 인구 재생산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자는 절대 물건이나 소유물로 다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여자는 남자의 소유물로서 성적 욕구를 해소시켜주고, 대를 이을 아이를 생산해 주고, 아이와 노인 양육 돌봄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가사 노동까지 공짜로 수행하며 때때로 '애들 학원비'까지 벌어와서 남자를 기쁘게 하는 가성비 좋은 상품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이렇게 여성을 상품으로 여기는 인식과, 여성의 출산과 양육 그리고 무급 가사 노동을 당연시하는 사회풍조가 한국 여성이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성차별적 인식과 사회구조를 뜯어고치지 않고서 땜질식으로 이주여성을 데려오자는 정책은 효과도 없을뿐더러 이미 사회적 공감대를 잃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4월 전국 25개 지자체에서 국제결혼 지원 조례를 폐지한 것을 환영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국제결혼 지원조례가 농촌인구 감소 문제 해결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매매혼의 문제를 조장하고 ▲이주여성의 국내 정착을 위한 지원을 등한시하고 한국 남성과의 결혼 성과만을 중시했으며 ▲가정폭력 실태에 대한 정책적 대응 없이 이주여성을 농촌 인구 증가 시책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더 이상 한국 여성들이 가부장적 사회구조에 굴복하지 않으니, 국가와 지자체의 이름으로 이주여성에게 '가족 내 희생'을 지원하고 강요했던 것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돌봄공백을 대체하는 이주여성

▲ 2024년 8월 6일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할 필리핀 노동자들이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는 모습.
연합뉴스
또한 정부와 지자체는 이주여성들을 '돌봄 공백'에 대응하는 인력으로 쓰고자 했지만, 이 역시 선택지가 없는 이주여성들의 처지를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월간노동법률 2월호 기사에 따르면 2025년 노동부와 서울시가 실시했던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은 이용료가 292만 원에 달하는 데 반해 가사관리사들이 받는 금액은 4대 보험료와 중개업체 공제 금액을 제외하고 월 167만 원에 불과했다고 한다. 가사관리사들은 공동 숙소에서 단체생활을 하며 통금시간의 제한을 받았기에, 사생활 침해 문제도 피할 수 없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최저임금 적용제외'를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제노동기구(ILO) 차별금지협약 및 헌법상 평등권에 위배된다는 비판에 휩싸이면서 오 시장의 구상은 불발됐다.
비슷하게 법무부는 유학생(D-2)비자와 외국인 노동자 배우자(F-3) 비자 소지자가 가사사용인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시범사업을 지난해 3월부터 실시했다. 가사사용인은 근로기준법 제11조에 따라 최저임금 적용 제외 대상이므로 본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가사 사용인에 지원하는 외국인들이 적어 이 사업은
지난해 9월 결국 공식 폐지되었다.
이주여성의 노동현실

▲ 2022년 6월 18일 열린 누온 속헹씨의 추모제 모습.
조혜지
그렇다면 결혼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한국에 들어온 이주여성들은 어떨까? 한국의 복잡한 비자제도와 고용허가제때문에 유학 또는 취업을 위해 한국에 들어온 이주여성들은,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 현실을 홀로 개척해 나가다가 건강을 잃거나 불의의 사고를 당해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2020년 12월에는 캄보디아 출신 농촌 이주여성 속헹씨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영하 18도에 이르는 한파에 시달리다가 사망했다. 2024년 6월 발생한 화성 아리셀중대재해참사의 사망자 23명 중 15명은 이주여성이었다. 2025년 10월에는 계명대를 졸업하고 대구성서공단 내 공장에서 일하던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 뚜안씨가 출입국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피해 공장 3층 에어컨 실외기 뒤에 숨어있다가 추락해 사망하였다.
이처럼 결혼을 계기로 한국에 들어온 이주여성이나, 유학 또는 일자리를 위해 한국에 들어온 여성들은 어떤 비자를 가지고 있는지와는 무관하게 무급가사노동이나 열악한 저임금 노동을 강요받고 있다. 가정 내 돌봄노동이 아니더라도 사회 전반의 '위험의 이주화' 속에서 불법파견과 위험한 노동을 담당하며 건강과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중이다.
이번 진도군수 발언 논란은 이주여성을 대하는 한국 사회 전반의 뒤떨어진 인권의식을 드러내는 표면적인 사건에 불과하다. 정책 결정자들은 한국 여성들이 일방적인 희생을 거부한 자리에, 열악한 처지의 외국인 여성을 데려와 그 희생을 전가하려는 시도를 멈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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