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자 블록을 맞추기 시작하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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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이거 같이 만들자."
"조금만 있다가. 아빠가 지금 이것 좀 정리하고 도와줄게."
아빠는 고개만 끄덕일 뿐 시선은 여전히 아기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아이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없이 자리를 옮겨 혼자 블록을 맞추기 시작했다. 작은 손이 분주하게 움직였고, 블록은 조금씩 근사한 자동차 모양을 갖춰갔다. 중간중간 고개를 들어 거실을 바라보는 아이의 눈빛에는 누군가 자신을 봐주길 바라는 간절함이 서려 있었다.
마침내 자동차가 완성되었을 때, 아이가 환하게 웃으며 외쳤다.
"이거 봐, 엄마! 멋지지?"
하지만 거실을 가득 채운 어른들의 웃음소리에 아이의 가느다란 목소리는 닿지 않았다. 엄마는 할머니와 아기 용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느라 여념이 없었다. 아이는 까치발을 들고 자동차를 더 높이 들어 올렸다. 한 번 더, 조금 더 크게 엄마를 불렀다. 하지만 여전히 아무도 아이와 눈을 맞추지 않았다.
그 순간이었다. 아이가 손에 들고 있던 자동차를 바닥으로 세게 집어던졌다. "콰광!" 요란한 소리와 함께 레고 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리고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꾹꾹 눌러 참아왔던 서운함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듯한, 온몸을 다해 내뱉는 통곡이었다.
그제야 모든 시선이 네살 아이에게 향했다. 아빠와 할머니가 당황해 달려와 달래려 했지만, 한 번 터진 눈물은 쉽게 그치지 않았다. 산모는 아기를 품에 안은 채 어찌할 줄 몰라 하며 잠시 굳어 있었다. 기쁨으로 가득했던 거실은 순식간에 난처한 공기로 가득 찼다. 돌봐야 할 사람이 둘이 된 순간이었다.
잠시 뒤 아빠와 할머니가 자리를 비우고, 거실에는 산모와 아기, 네살 아이와 나만 남았다. 아이는 여전히 훌쩍이며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나는 낮은 자세로 아이 곁에 앉았다. 아무 말 없이, 흩어진 자동차 조각들을 하나하나 주워 담았다. 다행히 아주 부서진 것은 없었다. 다시 맞추면, 다시 굴릴 수 있는 모양이었다.
난생 처음 배우는 감정
현장에서 일하며 나는 이런 장면을 자주 마주한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은 축복이지만, 그 축복의 그늘에서 첫째는 난생처음 '소외'라는 감정을 배운다. 세상의 중심이었던 아이가 한순간에 관찰자로 밀려나는 경험은 네 살 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무거운 일이다.
며칠 뒤, 퇴근길 엘리베이터 안에서 네 살 또래의 아이를 보았다. 아이는 아빠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에는 로봇을 든 채 환하게 웃고 있었다.
"로봇이 정말 멋지네."
내 말에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랑 같이 만든 거라며 로봇의 팔다리를 자랑스럽게 들어 보였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까지 아이는 로봇을 절대 내려놓지 않았다.
그 아이를 보며 나는 다시 그날의 그 아이를 떠올렸다. 레고를 꽉 쥐고 있던 작은 손과, 간절히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기를 기다리던 그 눈빛을.
아기가 집에 오면 모두가 아기에게 간다. 하지만 첫째는 그 순간, 처음으로 '곁'이 아니라 '밖'에 서게 된다. 어쩌면 돌봄이란, 가장 작고 약한 아이를 살피는 일인 동시에, 그 옆에서 조용히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마음까지 정성껏 바라봐 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는 문을 열며 다짐한다. 아기에게 인사를 건네기 전, 먼저 첫째 아이의 눈을 맞추며 물어보겠다고.
"오늘 만든 자동차 정말 멋진걸? 선생님한테 보여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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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학습지 교사 및 공예 강사,
(현)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며 네이버 블로그 babycarepark에서도 육아 기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서정 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 삼봉 정도전문학대상 최우수상(수필)/ 늘푸른아동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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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집에 온 날, 서러운 울음을 터뜨린 유일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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