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호수'에서 물수제비, 설거지 당번을 정하다

5년 만에 가족들과 떠난 뉴질랜드 여행... "진행시켜!"를 남발한 즐거운 시간들

등록 2026.02.10 13:19수정 2026.02.10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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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늘 새롭게 설레는 경험이다. 지난해 12월 5일, 인천에서 약 12시간의 비행 끝에 아내와 나는 여행지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도착했다. 호주에 사는 둘째와 막내가 마중을 나왔다.

2020년 2월 코로나 사태 이후 약 5년 만에 가족이 함께하는 자유 여행이다. 여행사의 관광 일정을 참고한 우리는 북섬과 남섬의 여러 곳을 여행했다. 북섬에서는 와이토모 동굴과 후카 폭포, 와이망구 밸리 등을 관광했다. 남섬은 크라이스트 처치에서 육로로 퀸스타운을 거치면서 테 카포 호수와 마운트쿡, 클레이클리프와 와나카, 로이스 픽과 밀퍼드 사운드 크루즈와 트래킹을 했다. 그리고 호주 브리즈번으로 입국하는 경로였다.


루핀 꽃 테카포 호수 주변에 핀 루핀 꽃
▲루핀 꽃 테카포 호수 주변에 핀 루핀 꽃 최승우

8박 9일 뉴질랜드 여행은 청정한 자연환경이 주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일정은 테 카포 호수와 마운트쿡이었다. 해발 고도 700미터에 자리 잡은 테 카포 호수는 빙하가 흘러내린 호수로, 쪽빛에 우유를 섞은 파란 칵테일 같은 호수다. 거대한 호수 뒤로 설산이 보이고 잔잔한 파도는 한없이 평화로웠다.

테 카포 호수에는 작고 아담하지만, 호수와 너무 잘 어울리는 '선한 목자의 교회'가 있다. '선한 목자의 교회'에서는 교회 창문을 통해 아름다운 호수와 설산을 담은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다. 테 카포 호수 주변은 야생화인 루핀의 군락지이다. 11월에서 12월에 거쳐 만개하는 루핀꽃은 핑크, 보라, 연분홍 등 다양한 색상으로 눈을 뗄 수 없다. 길가와 호수 주변에 군락을 이룬 루핀은 아름다운 호수와 설산이 어우러져 연신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꾸미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풍경이야말로 인간에게 감동을 주는 순수하고 지고한 아름다움이 아닐까?

선한 목자의 교회 교회 창문에 담긴 설산과 호수
▲선한 목자의 교회 교회 창문에 담긴 설산과 호수 최승우

테 카포 호수를 지나던 중 한적한 곳에 차를 세웠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그냥 지나칠 수 없게 할 만큼 호수의 풍경이 우리의 발길을 잡았다. 떠밀려 온 통나무를 베개 삼아 바라본 하늘은 호수와 판박이인 듯 파랗고 하얗다. 발밑에 철썩이는 작은 파도는 더 이상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듯 경고한다. 파도가 주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평화로운 호수에 잔물결을 일으켰다.

설거지 당번을 걸고 물수제비 뜨기를 했다. 물수제비를 많이 뜨기 위해서는 납작한 돌과 수면과 수평을 이루는 팔의 각도가 중요하다. 막내가 꼴찌. 설거지를 면하기 위한 막내의 내기는 실패로 돌아갔고, 여행 기간 내내 막내의 손은 마를 날이 없었다.

물멍 테카포 호수에서 두 아들과 함께 물멍
▲물멍 테카포 호수에서 두 아들과 함께 물멍 최승우

마운트쿡 가는 길. 곳곳에 이름 모를 폭포가 우리를 반긴다. 한 여름이지만 마운트쿡은 흰 눈을 가득 안은 채 웅장한 자태를 뽐낸다. 후커밸리 트래킹은 마운트 쿡 국립공원의 인기 코스로 3개의 출렁다리를 건너며 호수와 빙하를 즐길 수 있다.


약 10km의 평탄한 코스인 후커밸리 코스는 서너 시간이 소요된다. 흰 눈을 가득 안은 산을 앞에 두고 첫 번째 다리를 건넌다. 세찬 바람과 흔들거리는 다리, 발 아래 깊은 계곡은 긴장감을 가져온다. 아쉽게도 공사 중으로 나머지 두 개의 다리를 건널 수 없었으나, 설산을 배경으로 인생 한 컷을 건졌다. 뉴질랜드의 자연은 인간의 오감을 일깨워 주고 더불어 몸과 마음을 정화하기에 충분했다.

여행은 새롭고 신선한 경험이지만, 한편으로 여러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어디선가 날 선 감정이 실린 우리 말이 들린다. 가족 여행객으로 보이는 부부가 가벼운 입씨름을 벌였다. 여행은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발생하고 피곤함으로 감정이 예민해질 수 있고 원치 않는 다툼도 일어날 수 있다. 우리 가족도 여행 중 예기치 못한 상황에 직면하고 세대 차와 개인 차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마운트쿸 마운트쿸에서 건진 인생 사진
▲마운트쿸 마운트쿸에서 건진 인생 사진 마운트쿸

나와 아내는 "이제 오면 언제 오겠어?"의 마법에 걸려 하루 여행의 출발을 아침 8시에 시작하는 고난의 행군을 자처한다. 상대적으로 느긋한 두 아들은 "여행을 왔으면 여유롭게 휴가를 즐겨야지 쉴 틈 없이 강행군하면 안 된다"라며 불평한다. 서로 다른 여행 패턴으로 불편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었으나, 다행히 웃음 코드를 잃지 않아 얼굴 붉히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 여행의 웃음 코드는 배우 이경영의 유명한 대사 중 일부인 "진행시켜!"였다. 둘째로부터 시작한 "진행시켜!". 8박9일의 여행 동안 어렵고 힘들 때마다 모두가 "진행시켜!"를 연발했고 덕분에 무사히 뉴질랜드 여행을 마쳤다. 사실 여행 내내 운전기사와 여행 안내자를 겸한 두 아들은 하루 평균 각 3시간 정도의 운전과 여행 안내로 피곤함의 연속이었다. 어쩌면 부모의 마음을 살피는 두 아들의 노력이 있어 즐겁고 편안한 여행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곧이어 막내가 살고 있는 호주 브리즈번으로 갔다.
60대 이상 시민기자들의 사는이야기
#뉴질랜드 #여행 #테카포 #마운트쿡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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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을 정년 퇴직한 후 공공 도서관에서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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