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삭 캐리커처 작품 길거리 캐리커쳐 버스킹 활동 김순삭 작가 ⓒ순삭 캐리커처 SNS갈무리
김순삭
- 사람들은 '순삭 캐리커처'를 어떻게 받아들이나요?
"얼마 전 거북이휴게소에서 큰들 단원들을 그린 영상은 일주일 만에 조회수 60만 회를 넘기기도 했는데요. 처음에는 그림을 잘 그려야 사람들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사람들은 그림보다 제가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를 더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았어요. 지난해에는 수능을 마친 고3들에게 캐리커처를 선물하고 싶어서 포춘 쿠키를 들고 무작정 진주여고 앞에 가 그림을 그려주기도 했습니다."
- 전업 작가의 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동안 기간제 교사로 일하며 주말마다 무료 캐리커처 활동을 이어갔어요. 결국 2024년 9월, 전업 작가의 길을 택했습니다. 내년이면 서른이라 결혼과 출산을 생각하면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았거든요. 제 결정을 가장 지지해준 사람은 남자친구였어요. 최근 새로운 일에 도전하면서도 '하고 싶은 걸 해보라'며 늘 용기를 북돋아 줍니다."
- 거리 작업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거리로 나선 건 사람들과 관계를 여는 연습이었어요. 그림은 사람들의 경계심을 낮추는 힘이 있어요. 거절당할 때면 마음이 쓰리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너무 재미있어요. 처음에는 그림을 잘 그려야 사람들이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자연스럽게 다가가 서로 교감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보자'는 마음으로
- 거리에서 활동하다 보면 거절 당하는 경험도 많을 것 같은데요.
"많죠. 사실 쓰라려요. (웃음) 사람들이 '나중에 돈 달라고 하는 거 아니야?' 하고 의심하기도 하고요. 요즘 워낙 사건 사고가 많으니까 처음부터 경계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너무 재미있어요. 진짜로요. 사람들 얼굴 그려주고, 그 사람들이 웃는 순간이 너무 좋아서요. 지난해 유등축제 때는 아무한테도 말 안 하고 혼자 나왔는데, 아무도 안 오면 어쩌지 걱정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 사람들이 찾아오더라고요. 정말 신기했어요."
- 청년 네트워크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어요. 지인이 '진주시에 이런 게 있다'고 알려줬거든요. 나는 청년이네? 그럼 안 들어갈 이유가 없지 했죠. 청년 네트워크에서는 매년 '청년의 날' 행사를 직접 기획하는데, 회의하다가 제가 '그림 그릴 수 있는데요'라고 했어요. 그게 시작이었죠. 당시엔 브랜드도 없었고 '캐리커처 작가'라는 정체성도 분명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보자'는 마음 뿐이었죠. 행사 이후 '진주에 캐리커처 그리는 사람이 있다더라'는 이야기가 퍼졌고, 한 달 뒤 유등축제에서 거리 캐리커처를 시작하게 됐어요(웃음)."
- 그렇게 먼저 연락하고 제안할 수 있었던 힘은 어디서 나왔나요?
"결국 일도 사람이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 전화했어요. '저는 그림 그리는 사람이고, 활동하고 싶습니다'라고요. 제가 좋은 의도로 말하면 상대도 좋게 받아주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있었어요. 대단한 용기라기보다, '이렇게 하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그냥 말로 꺼내본 거죠. 행사 주최 측은 캐리커처라는 콘텐츠가 생기니까 좋고, 저는 무대를 얻으니까 좋고요. 자연스럽게 일이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 앞으로의 계획은요?
"그림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갑니다(웃음). 5월에 논개제가 열리잖아요. 그때는 사람들을 조선 시대 한복 차림으로 캐리커처로 그려드리고 싶어요. 장소와 시기에 맞게 작업에도 조금씩 변화를 주며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습니다. 얼마 전 남성당한약방이 남성당교육관으로 새로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조만간 찾아가 방문객들에게 순삭 캐리커처를 선물하고 싶어요. 그리고 언젠가 김장하 선생님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면 꼭 한 번 그려보고 싶습니다(웃음)."
지금도 그는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누군가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어쩌면 그가 담고 싶은 것은 얼굴 그 자체보다, 그 속에 깃든 이웃들의 생생한 이야기일지 모른다. '순삭'이라는 단어처럼 짧은 만남일지라도, 그가 건네는 온기는 누군가의 일상에 오래 남는 여운이 되어 오늘도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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