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희대 대법원장
사진공동취재단
대법원은 대법원의 결론이 헌재에서 뒤집힐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희박하다고 봤다. 결국 대부분 사건에서 재판의 실질적 종결만 늦어질 뿐, 고비용·저효율 구조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뒷받침하는 논거로 독일 사례를 들었다. 즉 독일은 헌법재판소가 최고사법기관인 구조로 우리와 사법체계가 다르고, 실제 인용률도 1% 초반에 그치며 남소 문제가 심각하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대법원의 결론이 헌재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낮을수록 바람직한 것이다. 만일 대법원 판결이 헌재에서 자주 뒤집힌다면 이는 사법부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사실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아 헌재가 헌법이라는 도구를 통해 법원을 통제하게 되면 실로 엄청난 바람직한 효과가 나타난다.
법원의 모든 재판의 전 과정과 결과에 있어서 헌법에 대한 극도의 경각심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즉 만에 하나라도 위헌적인 또는 국민의 기본권을 위헌적으로 침해하는 판결을 내릴 경우, 반드시 헌법소원을 통해 헌재의 헌법적 통제를 받아 파기환송될 수 있다는 사실이 모든 법원과 판사들로 하여금 고도의 헌법적 긴장감에 사로잡히게 한다.
대법원 판결에 대한 헌재의 파기환송은 대법관들에게 경력과 평판 및 자존심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재판소원의 순기능은 매우 크고,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헌재에서의 인용률이 낮아야 한다. 그것이 정상이고 그것이 재판소원의 도입 목적이다. 독일이 그렇다. 독일의 경우 실제 인용률이 1~2%에 그치는데 이는 법관 모두 헌법 전문가가 되어 매 사건마다 고도의 집중력을 가지고 헌법적 검토에 매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일이 법치선진국인 것이다.
한편 대법원은 독일은 헌재가 최고사법기관인 구조로 우리와 사법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대법원과 헌재가 동급의 병렬적 기관으로 설치된 우리는 재판소원을 도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물론 독일은 5개의 대법원 위에 헌재가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재판소원의 도입 문제는 대법원과 헌재의 위상 문제와는 전혀 별개다. 즉 이는 법률심과 헌법심의 이원화에서 비롯된 문제다.
예컨대 헌재가 없는 미국의 경우 대법원이 법률심과 헌법심을 모두 담당하지만, 독일이나 우리처럼 법률심은 대법원에 헌법심은 헌재에 부여하고 있는 이원화된 사법체계에서는 헌법심의 최종판단은 헌재에 부여되어 있다. 따라서 재판소원을 통해 입법권과 행정권뿐 아니라 사법권도 그 위헌 여부에 대하여 헌재의 심판 대상으로 삼는 것은 법률심과 헌법심의 이원화 사법체계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일각에서는 재판소원의 도입으로 4심제가 현실화되는 것으로 대법원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으면서 헌재 아래에 위치하게 되기 때문에 사법부 내의 위상 변화도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런데 방금 지적했듯이 재판소원의 도입은 헌재와 대법원의 위상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재판에 대한 헌법적 통제와 국민 기본권의 효율적 보장이라는 헌법 실현의 문제이다. 재판소원의 도입으로 4심제가 되는 것도 아니고, 헌법상 동급인 헌재와 대법원의 위상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양 기관 상호 간 관할과 기능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결국 재판소원을 통해 법원의 전 재판 과정에서, 그리고 결과적으로 법원의 재판 대상이 되는 검찰과 수사기관의 수사와 기소 등 전 사법 내지 준사법과정에서 헌법과 국민의 기본권이 최고도로 존중되고 보장되는 결과를 낳는다.
5. 확정판결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 조항이 법치주의 훼손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대법원은 확정판결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 조항에 대하여 법치주의 훼손 가능성을 경고했다. 확정판결을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되돌리는 발상 자체가 위험하다는 것이다.
가처분은 헌법재판에 있어서 본안사건에 대한 종국결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잠정적으로 집행을 정지하거나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제도다. 이는 본안결정 이전에 회복할 수 없는 심각한 손해의 발생을 예방하거나 불가피한 공익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종국결정 전에 잠정적으로 행하는 조치이다. 따라서 가처분은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권리구제를 위해 필수적이다.
재판소원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잠정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유지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가처분 조항은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법치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만일 가처분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실제로 재판소원이 인용되어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효과적인 기본권 구제는 어렵거나 불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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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법대 (법학사)
연세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법학석사)
독일 뮌헨대학교 법대 (법학박사)
전남대학교 법대 교수
동국대학교 법대 교수
성신여대 법대 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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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소원이 '위헌'이란 대법원에 묻고 싶은 다섯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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