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인간을 놓지 않은 사람, 최민식 사진가를 기억하며

"사진은 사상이다"... 그가 떠난 지 13년, 부산의 겨울 하늘 아래서 그의 정신을 되새겨본다

등록 2026.02.12 10:27수정 2026.02.1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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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사진은 사상이다."

아직도 조금은 어둑한 겨울 출근길, 부산의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 사진가를 떠올린다. 최민식 선생. 그의 사진이 남긴 것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시대를 관통하는 사상이었다.


2013년 2월 12일, 한국 리얼리즘 다큐멘터리 사진의 거목 최민식 선생은 우리 곁을 떠났다. 13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사진은 여전히 살아 움직인다. 그것은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지금 이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그의 사진은 늘 인간을 향해 있었다. 부산 영도 수리조선소의 '깡깡이 노동자', 거리의 아이들, 시장의 상인들. 경제성장의 이면에서 소외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그는 외면하지 않았다. 거대한 선체 아래에서 쇠를 두드리던 노동자들의 작은 몸짓 속에서, 그는 인간의 존엄과 시대의 구조를 동시에 읽어냈다.

1989년, 내가 사진기를 처음 들게 한 이름 역시 최민식, 그리고 세바스티앙 살가도였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대륙에 있었지만 같은 질문을 던졌다. 사진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그들의 사진은 아름다움을 넘어 인간의 현실을 증언하는 도구였다.

최민식 선생이 1985년 기록한 부산 영도의 깡깡이 노동자, 그리고 내가 2018년 기록한 같은 현장의 노동자들. 시간은 30년 넘게 흘렀지만, 거대한 선체 아래에서 일하는 인간의 모습은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장비는 바뀌었고 환경은 조금 나아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여전히 인간의 몸은 노동의 사투 최전방에 놓여 있다.

사진은 현실을 따라가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현실에 가려진 진실을 찾아 떠나는 긴 여정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잊힌 것을 다시 기억하게 만드는 일. 그것이 다큐멘터리 사진의 존재 이유다.


그럼에도 오늘 우리는 인간과 사회를 외면한 채, 작은 욕망의 섬 안에서 예술을 논하며 서로를 줄 세우는 풍경 속에 살고 있다. 사진이 인간으로부터 멀어질수록, 사진은 점점 더 공허해진다. 최민식의 사진이 지금도 유효한 이유는, 그가 끝까지 인간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사진 속 노동자들은 거대한 구조물 아래에서 작아 보인다. 그러나 그들의 존재는 결코 왜소하지 않다. 오히려 그들을 통해 우리는 사회의 실체를 본다. 경제도, 역사도, 결국 인간의 손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사진은 사상이다. 그것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태도다.


2026년의 오늘, 다시 부산의 겨울 하늘 아래에서 그 말을 되뇌어 본다. 선생님, 부디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최민식 #비주류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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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실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로서, 드러나지 않은 삶과 소외된 이들의 희망을 세상에 전하고자 합니다. 사실 속에서 진실을 찾아가는 그 긴 여정에 함께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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