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김건희 부부, 문재인 대통령과 기념촬영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부인 김건희씨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감정이입이라는 것이 결국 '정'이고, 정은 쉽게 떨어지지 않으니 유야무야 지지부진한 상태가 이어지던 차, 갑자기 대통령이 된 이재명이 미친듯한 속도로 '결실'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심지어 사람들은 이재명에게 감정이입도 충분히 안 했는데 말이다. 사람들은 정치적 효능감에 환호하는 동시에 감정이입이란 장르에 대해 급격하게 마음이 식어버리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재명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감정이입 장르는 계속 힘을 얻었을까? 그렇지만도 않다. 뉴스 공장 이후로 등장한 시사 유튜브 중 가장 성공한 게 매불쇼인데, 매불쇼는 감정이입이 없다. 재미만 있을 뿐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시사나 정치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좀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축구로 치면 박지성과 손흥민으로 이어지는 두 시기가 그 궤를 같이 한다. 이제는 그런 감정이입을 대표적인 축구선수에게 하지 않는다. 더 쉬운 예로 이제 올림픽 보면서 감정이입하고 자기 동일시하는 사람도 적다.
이는 크게 보면 사회의 발전, 즉 민주화 때문이다.
김영삼 김대중을 '존경' 했던 시기를 지나, 노무현 문재인을 '사랑'했던 시기를 지나, 이제 이재명을 '사용'하는 시기, 시대가 된 것이다.
그렇게 내가 지지하는 정치세력, 정치인과 자기 동일시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이재명이 운동장을 넓게 쓰며 국민의힘 출신 인사를 영입하더라도 예전만큼 민감하지 않을 수 있다. 국민의힘 출신 인사와 자기 자신이 동일시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만큼 가치가 있는 영입이었다는 '결실'은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 평가 기준이 감정이입에서 좀 더 계약적인 쪽으로 바뀐 셈이다.
개인적으로 올바른 방향이고, 합리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좀 너무 차가운 것 같기도 한데 그렇다고 계속 정치인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걸 핵심으로 정치를 바라보거나 대입하거나 참여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건 시스템이 아니고 해당 인물, 그 인물이 속한 정치 집단에게 너무 휘둘리기 때문이다.
시스템이 작동하고, 계약이 잘 성립되고 지켜지면서 추가적으로 특정 정치인에 대해 팬심을 가지고 싶다면 각자가 알아서 갖는 게 적절하다.
같은 맥락에서 자기 동일시가 깨졌다고 해서 너무 감정적으로 배신감을 토로하거나 분노하거나 하는 것 역시 감정이입 프레임에 갇힌 거라고 생각한다. 차분하게 평가할 건 평가하고 인정할 건 인정하면서 굳이 감정의 밑바닥을 긁어서 서로를 자극하지 않는 게 감정이입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합리적 방법이다. 무엇보다 아직 현실에서 시기를 놓치지 말고 추수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내부 분열은 필패라는 식의 말이 아니다. 이견이 있으면 상대를 존중하며 충분히 의사를 표현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 논의의 결과가 단순한 말잔치가 아니라 '결실'이라고 하는 실체적 결과에 부합하도록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즉 이제는 실질적인 '실력'이 보다 더 요구되어지는 시대다. 뜨거워지지 말라는 게 아니라 뜨거운 것만으론 이젠 부족하다는 의미다.
효능감 아이템 주변에 널려있지만...이 대통령이 '독식 중'

▲윤석열 탄핵 투표 가결, 꺼지지 않는 응원봉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2024년 12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 촛불 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탄핵 투표가 가결된 뒤 응원봉을 흔들며 노래를 합창하고 있다.
이정민
어떤 정치세력이든 또 어떤 정치인이든 이제는 뜨거움에 더해 실력을 쌓고 그 실력에 입각한 결실을 보여주며 사람들에게 어필해야만 한다. 현실 정치이기에 세력 간 이합집산의 문제도 소홀히 할 수 없고, 또 비록 소수라하더라도 무조건적 지지와 응원을 해주는 열혈 지지자들도 필요하겠지만,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건 '정치적 효능감'이다. 그리고 이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오랜 시간의 맥락을 통해 지닌 대표 장르의 변화다. 현재의 K-정치인 것이다.
트렌드가 이처럼 바뀌었음을 정치권이 아직은 충분히 실감을 하지 못해서인지 모르지만 정치적 효능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수많은 아이템들이 주변에 널려 있는데도 오로지 이재명 대통령이 독식 중이다.
이제는 대통령이라서, 그가 하는 일들이 좀 굵직굵직한 일들이라서 효능감이 느껴지는 거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일부 사람들이 너무 '잘다'고 지적할 만큼 작은 문제들까지 시시콜콜 관여를 한다. 맞다. 결국 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정리했던) '계곡 상인' 문제 해결의 변형들일 뿐이다.
제2, 제3의 이재명을, 그리고 그들의 치열하고 멋진 경쟁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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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교수입니다. EBS에서 <지식채널e>를 기획하고 연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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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을 '사용'하는 시대...결국 실력 있는 정치인이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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