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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을 '사용'하는 시대...결국 실력 있는 정치인이 살아남는다

[주장] 감정이입 뛰어넘어 이제 중요한 건 '정치적 효능감'...치열하고 멋진 경쟁을 보고 싶다

등록 2026.02.13 06:54수정 2026.02.13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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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김진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일부 수정, 보완한 내용입니다.[편집자말]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2.10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2.10 연합뉴스

유시민 작가의 말처럼 이재명 대통령은 이전 대통령들과는 달리 지지자가 감정이입을 하거나 자기 동일시해서 지켜줘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반대로 지지자를 지켜주는 식으로 성장하고 인정받은 정치인이다.

이건 워낙 일 중심의 사고를 하는 이재명 대통령 특유의 성향도 있지만 마침 이재명이란 사람이 정치인으로 성장하기 시작하던 시절이 그런 식의 관계 맺기를 통해 정치권이 대성공의 결과를 내던 시기였다. 그러다 보니 동시에 검찰과 언론이 유력 주자들에 대한 사람들의 감정이입을 사전에 적극적으로 차단하고자 맹렬하게 노력을 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만약 이재명 대통령이 성장 초기 온갖 추문에 시달리지 않았다면 그도 일 중심으로 이렇게까지 특화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감정이입 정치의 시작과 균열...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감정이입 정치의 출발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등장과 서거였다. 그리고 바로 이 감정이입에 대해 나름의 특출난 노하우가 있던 김어준 공장장의 등장과 성장도 바로 그 시점과 겹친다.

물론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도 많은 이들이 감정이입을 했지만 소위 '선생님'으로 부르는 존경의 의미였지 노무현처럼 자기 자신과 동일시하진 않았다.

모두가 알만한 이야기를 이처럼 길게 하는 이유는 감정이입에 특화된 프레임이 그 시절을 다하고 이제 저물고 있어서다.


사실 그것은 한 시대를 대표하는 거대한 장르같은 것이었다. 비록 지금은 그게 좀 올드해 보여도 한때는 정말 대단했다. 그럼 그것의 균열은 어디서부터 시작이 되었는가?

역설적이게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였다. 시람들은 오랜 시간 모든 에너지를 쏟아 감정이입을 했던 만큼 이제는 정서적으로 좀 이완되어서 그 결실을 보고 싶어 했다. 실질적인 결과들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결실을 가져간 건 윤석열과 김건희였고 심지어 국민들은 다시 조국 대표에게 감정이입을 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이건 단순히 문재인 정권의 인사 검증 부실이나 그 외 부동산 근절 실패와 같은 개별적 차원의 단절된 문제가 아니다. 감정이입이 하늘 끝까지 올라갔다가 툭 하고 끊어진 것에 가깝다. 그런데도 계속 감정이입을 해야만 하는 상황은 지속됐다.

윤석열 -김건희 부부, 문재인 대통령과 기념촬영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부인 김건희씨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석열 -김건희 부부, 문재인 대통령과 기념촬영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부인 김건희씨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감정이입이라는 것이 결국 '정'이고, 정은 쉽게 떨어지지 않으니 유야무야 지지부진한 상태가 이어지던 차, 갑자기 대통령이 된 이재명이 미친듯한 속도로 '결실'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심지어 사람들은 이재명에게 감정이입도 충분히 안 했는데 말이다. 사람들은 정치적 효능감에 환호하는 동시에 감정이입이란 장르에 대해 급격하게 마음이 식어버리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재명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감정이입 장르는 계속 힘을 얻었을까? 그렇지만도 않다. 뉴스 공장 이후로 등장한 시사 유튜브 중 가장 성공한 게 매불쇼인데, 매불쇼는 감정이입이 없다. 재미만 있을 뿐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시사나 정치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좀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축구로 치면 박지성과 손흥민으로 이어지는 두 시기가 그 궤를 같이 한다. 이제는 그런 감정이입을 대표적인 축구선수에게 하지 않는다. 더 쉬운 예로 이제 올림픽 보면서 감정이입하고 자기 동일시하는 사람도 적다.

이는 크게 보면 사회의 발전, 즉 민주화 때문이다.

김영삼 김대중을 '존경' 했던 시기를 지나, 노무현 문재인을 '사랑'했던 시기를 지나, 이제 이재명을 '사용'하는 시기, 시대가 된 것이다.

그렇게 내가 지지하는 정치세력, 정치인과 자기 동일시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이재명이 운동장을 넓게 쓰며 국민의힘 출신 인사를 영입하더라도 예전만큼 민감하지 않을 수 있다. 국민의힘 출신 인사와 자기 자신이 동일시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만큼 가치가 있는 영입이었다는 '결실'은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 평가 기준이 감정이입에서 좀 더 계약적인 쪽으로 바뀐 셈이다.

개인적으로 올바른 방향이고, 합리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좀 너무 차가운 것 같기도 한데 그렇다고 계속 정치인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걸 핵심으로 정치를 바라보거나 대입하거나 참여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건 시스템이 아니고 해당 인물, 그 인물이 속한 정치 집단에게 너무 휘둘리기 때문이다.

시스템이 작동하고, 계약이 잘 성립되고 지켜지면서 추가적으로 특정 정치인에 대해 팬심을 가지고 싶다면 각자가 알아서 갖는 게 적절하다.

같은 맥락에서 자기 동일시가 깨졌다고 해서 너무 감정적으로 배신감을 토로하거나 분노하거나 하는 것 역시 감정이입 프레임에 갇힌 거라고 생각한다. 차분하게 평가할 건 평가하고 인정할 건 인정하면서 굳이 감정의 밑바닥을 긁어서 서로를 자극하지 않는 게 감정이입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합리적 방법이다. 무엇보다 아직 현실에서 시기를 놓치지 말고 추수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내부 분열은 필패라는 식의 말이 아니다. 이견이 있으면 상대를 존중하며 충분히 의사를 표현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 논의의 결과가 단순한 말잔치가 아니라 '결실'이라고 하는 실체적 결과에 부합하도록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즉 이제는 실질적인 '실력'이 보다 더 요구되어지는 시대다. 뜨거워지지 말라는 게 아니라 뜨거운 것만으론 이젠 부족하다는 의미다.

효능감 아이템 주변에 널려있지만...이 대통령이 '독식 중'

윤석열 탄핵 투표 가결, 꺼지지 않는 응원봉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2024년 12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 촛불 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탄핵 투표가 가결된 뒤 응원봉을 흔들며 노래를 합창하고 있다.
▲윤석열 탄핵 투표 가결, 꺼지지 않는 응원봉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2024년 12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 촛불 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탄핵 투표가 가결된 뒤 응원봉을 흔들며 노래를 합창하고 있다. 이정민

어떤 정치세력이든 또 어떤 정치인이든 이제는 뜨거움에 더해 실력을 쌓고 그 실력에 입각한 결실을 보여주며 사람들에게 어필해야만 한다. 현실 정치이기에 세력 간 이합집산의 문제도 소홀히 할 수 없고, 또 비록 소수라하더라도 무조건적 지지와 응원을 해주는 열혈 지지자들도 필요하겠지만,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건 '정치적 효능감'이다. 그리고 이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오랜 시간의 맥락을 통해 지닌 대표 장르의 변화다. 현재의 K-정치인 것이다.

트렌드가 이처럼 바뀌었음을 정치권이 아직은 충분히 실감을 하지 못해서인지 모르지만 정치적 효능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수많은 아이템들이 주변에 널려 있는데도 오로지 이재명 대통령이 독식 중이다.

이제는 대통령이라서, 그가 하는 일들이 좀 굵직굵직한 일들이라서 효능감이 느껴지는 거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일부 사람들이 너무 '잘다'고 지적할 만큼 작은 문제들까지 시시콜콜 관여를 한다. 맞다. 결국 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정리했던) '계곡 상인' 문제 해결의 변형들일 뿐이다.

제2, 제3의 이재명을, 그리고 그들의 치열하고 멋진 경쟁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
#이재명 #한국정치 #정치효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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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교수입니다. EBS에서 <지식채널e>를 기획하고 연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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