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근처 오피스 빌딩에서 열린 하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서 팸 본디 법무부 장관이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UPI/연합뉴스
미국 정치권에서 '성 착취 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문건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11일(현지 시간) 미국 의회 청문회에 출석한 팸 본디 법무부 장관이 의원들과 격렬한 설전을 벌였다.
이날 팸 본디 법무부 장관은 하원 법사위원회 청문회 엡스타인 파일 관련 질의응답 과정에서 의원들에게 고성을 지르며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했다.
베카 발린트(민주당, 버몬트) 의원이 "엡스타인 파일에 등장하는 트럼프 행정부 고위직에 임명된 3명에 대해 엡스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물어봤냐?"는 질문을 하자, 본디 장관은 전직 대통령인 빌 클린턴, 조바이든 그리고 전직 법무장관 매릭 갈랜드에게도 이런 질문을 했는지를 따지며 "부끄러운 줄 알라"고 상대방을 공격했다.
그러면서 반유대주의 문화 속에 발린트가 반유대주의를 규탄하는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사실에 대해 언급하며 기록에 남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그러자 발린트 의원은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로 할아버지를 잃은 사람에게 반유대주의를 이야기 하냐?"며 자리를 박차고 나섰다.
제이미 래스킨(민주당, 매릴랜드) 의원이 엡스타인 성범죄 생존자들에 대한 정보를 비공개로 해달라는 의사를 의회에 전달했고, 이를 연방법에 명시했다. 그러나 법무부가 이를 무시하고 생존자의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 등을 공개해 피해자들이 심각한 사생활 침해 및 생존권 위협에 놓이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본디 장관은 답변을 회피하며 "당신은 트럼프에 집착하는 트럼프 광증 증후군을 앓고 있다"며 시간을 끌었다. 이에 래스킨 의원은 청문회의 규칙을 상기시키며 답변을 촉구했다. 본디 장관은 이에 굴하지 않고 래킨스 의원의 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범죄들을 언급하며 "당신네처럼 작은 지역에서 누가 의장인지조차 몰랐다"며 래스킨 소속 지역구를 폄하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재스민 크로켓(민주당, 텍사스)는 "미국이 전 세계적으로 웃음거리가 되고 있는 이유는 법무부 지도자의 부재 때문"이며 "엡스타인 파일에 트럼프와 영부인의 이름이 가장 많이 언급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은폐하고자 하는 법무장관은 최악"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본디 장관의 태도는 청문회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조차 없어 보였다. 여러 의원들이 지적한 바대로 질의응답의 형식과 규칙을 무시한 채 질문을 하는 의원들에 대해 인신공격과 모독으로 일관했다. 뿐만 아니라 답변하기 곤란한 상황에 처하면 감정적으로 상대방을 몰아부쳤다. 또한 질문한 의원의 지역에서 일어난 범죄 사실을 읽어 내리며 회피하기도 했다.
반면 본디 장관은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가장 투명한 대통령"이라며 다우지수와 S&P 지수를 운운하며 그의 유능함을 칭찬했다. 그런 대통령을 탄핵하려고 했다는 것을 두고 이에 대해 아무도 사과하지 않는다며 의원들을 비난했다. 법무장관은 청문회를 여야의 대결 구도로 끌어들여 주객이 전도된 상황을 만들었다.
"돈 많은 가해자들은 비공개, 피해자들 정보는 공개" 비판
지난해 11월 미국 제 119대 하원에서 로 칸나 의원이 발의한 '엡스타인 투명성 법안'은 하원에서 압도적인 찬성표를 얻어 통과됐다. 반대표를 던진 건 오직 단 한 사람, 루이지애나주 공화당 소속 클레이 히긴스 하원의원이었다.
같은 날 상원에서는 법안이 만장일치로 통과, 19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송부됐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Thruth Social)을 통해 해당 법안에 서명했다고 알렸다. 미국의 입법 절차는 법안 발의, 하원 통과, 상원통과, 대통령 승인을 거쳐 법이 된다. 엡스타인 투명성 법안 또한 이러한 과정을 거쳤다.
이에 미 법무부는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문서를 공식 공개했다. 이는 수백만 페이지 분량으로 법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법무부는 제프리 엡스타인에 대한 수사 및 기소와 관련된, 법무부가 보유한 모든 기록, 문서, 통신 및 소자 자료를 검색 및 다운로드 가능한 형식으로 공개한다. 여기에는 엡스타인의 연인 길레인 멕스웰과 관련된 자료, 비행 기록 및 여행 기록, 엡스타인의 조사 및 기소와 관련해 언급된 인물이 포함된다. 단 피해자의 개인 정보나 진행 중인 연방 수사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자료 등 특정 정보를 보류할 수 있다.
그러나 < NBC 뉴스 >에 출연한 생존자들은 이에 대해 "권력 있고 돈 많은 가해자들의 정보는 가리고 피해자들의 정보만 공개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미국 민주당 의원들은 성폭력 사건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버지니아법'을 발의했다. 피해자들을 위한 정의는 유효기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 나온 이 법안은 1990년 제프리 엡스타인과 그의 측근들에게 성적 학대와 인신매매를 당하고 그를 고발한 버지니아 주프레의 이름을 땄다. 그녀는 지난해 4월 스스로 목숨을 끊어 생을 마감했다.
제프리 엡스타인 성착취 사건 생존자들은 슈퍼볼 광고를 통해 엡스타인 파일 공개에 대한 목소리를 냈다. 이 공익 광고에서 자신들의 어린 시절 사진을 들고 나온 생존자들은 "이 소녀는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며 "우리와 함께 서 달라"고 말한다. 이어 팸 본디 법무부 장관에게 '진실을 위한 때다'라고 말해 달라는 호소력 짙은 내용을 담았다.
미 법무부가 앱스타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사건의 생존자들은 고통 속에서 진정한 변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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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무장관, '성 착취' 엡스타인 파일 청문회서 의원들과 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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