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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아이디어, 동작구청 신청사에서 볼 수 있다

민원 끝나면 미끄럼틀 타고 지하 상가로… 신청사 지으면서 지역 상인들과 상생

등록 2026.02.16 10:48수정 2026.02.1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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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1일 충주 무학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을 만나고 현장 민심을 청취했다. 2026.2.11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1일 충주 무학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을 만나고 현장 민심을 청취했다. 2026.2.11 청와대 제공

얼마 전,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청사 운영과 관련해 '공무원 편의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지역과 함께 숨 쉬는 공간이 돼야 한다'는 취지의 아이디어를 언급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청사가 지역경제와 단절된 섬이 아니라, 골목과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행정 공간이 도시의 혈관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발상은 낯설지 않다. 이미 그런 현장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동작구청 신청사다.

이 신청사는 준비 단계에서 내부 구내식당을 크게 만들지 않기로 했다. 공무원 복지와 편의는 중요하지만, 청사가 들어서는 순간 주변 상권이 위축되는 구조만큼은 만들지 말자는 판단에서였다. 공무원들이 점심시간마다 건물 밖으로 나와 골목 식당의 문을 열고, 시장 국밥집에 앉아 주민과 같은 메뉴를 먹으며 같은 가격을 지불하는 경험이야말로 행정을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는 가장 확실한 통로라고 그는 보았다.

신청사에 가면 매트를 깔고 앉은 시민들이 커다란 고무 호스처럼 생긴 미끄럼틀 '디 라이드'(D-Lide)를 타고 내려오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시민들이 디 라이드 안으로 하나둘 빨려 들어가자, 청사 안에 "꺄악!" "야호!" 하는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놀이공원이 아니라 구청 청사에서 말이다.

민원 마친 뒤 미끄럼틀 타고 푸드코트로 서울 동작구청 신청사 2층에서 지하 1층으로 연결된 길이 15m의 대형 미끄럼틀 '디 라이드'(D-Lide)’ 민원 업무를 마치고 동작구청 신청사 안에 설치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면 바로 지역 상인들이 운영하는 푸드코트로 이어지도록 설계돼 있다.
▲민원 마친 뒤 미끄럼틀 타고 푸드코트로 서울 동작구청 신청사 2층에서 지하 1층으로 연결된 길이 15m의 대형 미끄럼틀 '디 라이드'(D-Lide)’ 민원 업무를 마치고 동작구청 신청사 안에 설치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면 바로 지역 상인들이 운영하는 푸드코트로 이어지도록 설계돼 있다. 동작구청

지하 1층에 상가 들인 '관상 복합 청사'

연면적 4만 4672㎡, 지하 3층·지상 10층 규모의 이 청사는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뚫린 중정 구조 한가운데, 높이 15m의 초대형 미끄럼틀 디 라이드를 품고 있다. 민원으로 가득하던 공간은 어느새 주민들이 모이는 '사랑방'이자 외지인까지 찾는 핫플레이스가 됐다.

이 부지에는 과거 영도시장이 있었다. 반발하던 상인들과의 상생을 위해 동작구는 지하 1층에 상가를 들인 관상 복합 청사를 만들었다. 구청 건물의 지하1층 푸드코트로 이어지는 동선도 그 배려의 결과다. 시민은 쉬고, 상인은 웃는 구조다.


단순히 식당 규모를 줄이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민원을 보러 구청을 찾은 구민들이, 민원 처리를 마치고 자연스럽게 지하 1층 푸드코트로 내려가 식사를 하도록 동선을 설계한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어르신, 청년들이 마치 놀이공원처럼 미끄럼틀을 타고 지하로 내려가 밥을 먹는 구조다. 행정 동선이 소비 동선과 만나는 이 장치는, 의도하지 않으면 만들어지지 않는 구조였다.

구내식당 식사를 지역 식당으로 유도


이 작은 공간 설계는 곧 지역 상권의 숨통이 되었다. 청사가 들어서면 인근 식당들은 손님이 줄어들 거라고 걱정하기 마련이지만, 동작구 신청사 주변의 분위기는 달랐다. 점심 시간이 되면 공무원과 주민이 함께 골목으로 흘러나왔다. 식당 주인들은 손님이 늘어난 이유를 굳이 묻지 않아도 체감할 수 있었다. 행정타운이 상권을 밀어내는 거대한 건물이 아니라, 사람의 발걸음을 다시 골목으로 스며들게 하는 관문이 된 것이다.

구내 식당을 크게 만들면 하루 수백 명의 발걸음이 건물 안에 머문다. 반대로 문을 조금 좁히면, 사람들은 밖으로 흘러나간다. 구청은 이것이 곧 지역경제 정책이라고 보았다. 회의실에서 작성한 지역 상권 활성화 보고서보다, 한 끼의 점심 동선이 더 강력한 정책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동작구청 신청사 서울 동작구의 새로운 행정 거점인 동작구청 신청사가 지역 골목 상권을 살리는 설계로 신축되어 주목 받고 있다.
▲동작구청 신청사 서울 동작구의 새로운 행정 거점인 동작구청 신청사가 지역 골목 상권을 살리는 설계로 신축되어 주목 받고 있다. 동작구청

시민과 상인이 함께 살아나는 구조

이 청사가 훈훈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것이 특별한 예산이나 거창한 제도 개편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편하면 안 되는 이유'를 먼저 생각한 행정의 태도에서 비롯됐다. 공무원이 편한 구조가 아니라, 시민과 상인이 함께 살아나는 구조를 먼저 떠올린 선택이었다. 청사 안에서 해결할 수 있었던 식사를 굳이 골목으로 돌려보낸 결정에는, 행정이란 누구를 먼저 배려해야 하는가에 대한 조용한 답이 담겨 있다.

행정은 종종 숫자와 지표로 평가된다. 그러나 동작구청 신청사 구내식당을 작게 만든 이 선택은, 통계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성과를 남겼다. 공무원과 주민이 같은 식탁에 앉고, 같은 가격표를 보고, 같은 한숨과 웃음을 나누는 풍경이다. 이 아이디어는, 행정이 사람의 생활 반경 안으로 한 발 더 들어올 때 비로소 살아 움직인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로 오래 기억될 만하다.

지역 상권 살리는 아이디어 널리 보급 필요

이제 이 사례는 한 지자체의 미담으로만 남겨둘 일이 아니다. 청사를 어떻게 짓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을 어떤 방향으로 흐르게 할 것인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건물 안으로 사람을 모으는 행정보다, 사람을 다시 골목으로 돌려보내는 행정이 지역을 살린다는 사실은 동작구청 신청사의 구내식당 사례가 이미 보여 주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공무원의 편의부터 계산하기보다, 시민의 발걸음이 어디로 향하게 될지를 먼저 고민하는 행정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 행정은 정책이 아니라 동선이고, 계획이 아니라 생활의 흐름이다. 한 끼의 점심 길을 바꾸는 작은 선택이 한 지역의 숨결을 살릴 수 있다.
덧붙이는 글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동작구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참고하면 좋겠습니다. 행정도 살고 지역상권도 살아야 할 겁니다.
#동작구청 #관상복합청사 #동작 #구내식당 #오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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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자 출신 글쓰기 교육 전문가이자 대한민국 1호 ‘생애기록 치유사’. 스포츠조선(조선미디어그룹) 기자를 거쳐 월간조선·주간조선·경향신문 등에 기사를 실었다. 연세대 석사 논문이 서울대 ‘대학국어’ 교재 모범예문으로 수록됐으며 대학과 전국 고교에서 글쓰기 강의를 했다. 대치동에서 논술학원을 17년 운영했고 현재 자연치유일보 발행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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