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행안위가 대안으로 만든 특별법안 제153조는 '인·허가 등의 의제'에 관한 조항으로, 통합특별시장이 개발사업의 시행을 승인하면 관련된 다른 법령에 따른 인허가를 한꺼번에 받은 것으로 간주하여 행정 절차를 파격적으로 단축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
예타는 시민의 피땀 어린 세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검증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이자 '브레이크'다. 하지만 역대 정부는 예타 면제를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남용해 왔다. 이명박 정부는 22조 원 규모의 4대강 사업을 위해 브레이크를 뺐고, 문재인 정부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과 수십조 원 규모의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예타 면제로 통과시켰다. 윤석열 정부 또한 대구·경북 신공항의 예타를 면제하며 논란을 빚었다.
정부 자료에 의하면 최근 10년 동안 예타를 면제받은 사업만 수백여 건에 이르고, 1조 원 이상 사업도 35건(2025년 기준)에 달한다.
이처럼 예타를 건너뛴 사업들은 당장 '속도'는 얻었을지 모르나, 대개 그 대가로 '내실'을 잃었다. 경제성(B/C)이 부족한 사업을 정치적 논리로 밀어붙인 결과, 완공 후 운영비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돈 먹는 하마'들이 늘어가고 있다. 실제로 예타 면제로 추진된 새만금 신공항은 생태계 훼손 검토 미비로 법원으로부터 제동이 걸린 상태다. 검증을 대충하거나 생략하자는 통합특별법이 위험해 보이는 이유다.
황명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오후 국회 대정부질문을 통해 "통합 시 매년 지원되는 5조 원에 대해서는 예타를 면제해야 한다"는 취지로 질의했다. 이에 대해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행정 절차가 최단기에 마칠 수 있도록 협조하고 뒷받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행안위 대안에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도로·철도 건설, 복합환승센터 구축 등 각종 사업에 대해 국가의 재정 지원과 계획 반영 의무를 명시했다. 국가도로망 종합계획이나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수립 시 통합특별시의 사업을 '우선 반영'하도록 법제화한 것이다.
대안 법안은 충남·대전 통합특별시의 지향점을 '경제과학국방중심도시'로 정의하며, 이를 위해 규제 완화와 기업 활동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는 '규제자유구역(제2조)'임을 명시하고 있다. 예타라는 브레이크를 아예 떼버리겠다는 원안의 무모함은 피했지만, 국가 계획에 미리 자리를 깔아줌으로써 사실상 검증 절차를 무력화하려는 '우회로'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차이는 없었다. 시민의 혈세를 감시하는 안전장치를 '신속 추진'이라는 미명 아래 느슨하게 만든 셈이다.
원안 44개에서 대안은 41개로... 인허가 간소화
민주당 원안은 통합특별시장의 '시행 승인'만으로 수십 개의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제78조 및 제79조)했다. 건축법, 도로법, 산지관리법 등 총 44개의 관련 법률에 따른 허가·인가·협의 등이 통합시장과 협의만으로 '인허가를 받은 것으로 본다'고 돼 있었다.

▲ 국회행안위가 대안으로 만든 특별법안 제373조는 '산림이용진흥지구의 지정'에 관한 조항으로, 통합특별시장이 산림 자원을 활용해 민간투자를 활성화하고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직접 특정 구역을 지정할 수 있는 권한과 그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국회
행안위 대안은 이 숫자만 41개로 소폭 줄였다(제152조). 시민환경단체는 "부처 간 협의나 환경영향평가 등 까다로운 검증 절차가 시장의 판단 아래 무력화되거나 형식적인 '장식품'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한다. 시장 한 명의 결단으로 복잡한 절차를 단숨에 통과시키는 '원스톱 하이패스' 권한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대안에도 '산림이용진흥지구 지정(제373조)'을 통해 산허리를 자를 수 있는 권한을 시장의 손에 쥐어주었다. 환경단체들은 벌써부터 전망대와 케이블카, 모노레일이 산허리를 자르고 나무들을 베어내는 풍경을 걱정하고 있다. 개발의 전권이 시장 한 명에게 집중될 때, 국토의 지속가능성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사라진 광역의원 정수 '80명', 그러나 살아남은 '백지수표'
광역의원 정수를 현재보다 10명 늘려 '최대 80명'으로 못 박았던 원안의 조항은 대안에서 자취를 감췄다. 구체적인 숫자를 명시했을 때 쏟아질 '자리 늘리기' 비판을 피하려는 고육지책으로 보였다. 대신 대안은 '부칙 제3조(지역구 시·도 의원 정수 산정 및 선거구획정 기준에 관한 특례)'라는 장치를 남겼다. '공직선거법'의 일반적 기준을 따르지 않고, 통합의 취지와 지역적 대표성을 고려해 의원 정수를 '별도로 산정'할 수 있는 특례를 부여한 것이다.
이는 겉으로는 숫자를 숨겼으나, 실제 선거구 획정 단계에서 언제든 의원 수를 늘릴 수 있는 '백지수표'를 챙겨둔 것과 다름없다.
의원 1인당 1명의 정책지원 전문인력까지 배치하겠다던 원안은 '의원 정수의 2분의 1 이상으로 확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로 수정됐다.
반면 주민투표 청구 요건은 '청구권자 총수의 30분의 1 이상 5분의 1 이하' 범위 내(인구 350만 명 기준 하한선 약 11만 명, 상한선 약 70만 명)에서 조례로 정하도록 하여, 현행법(20분의 1 이상 5분의 1 이하)과 마찬가지로 물리적 장벽이 여전하다. 거대해진 집행부를 견제할 주민 직접민주주의 보완책에는 소홀했던 셈이다. 실제 민주당은 최근 대전시의회(국민의 힘 의원 다수)가 통합 여부에 대해 '주민투표'를 의결하자 '지방자치단체의 통합에 대한 사안은 중앙정부의 권한이라는 점을 들며 주민투표를 실시할 의사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 통합 과정에서 의원들이 보여준 모습은 소속 정당의 '거수기'에 불과했다. 의원 수 증원에 앞서 함량 미달 후보를 걸러낼 수 있는 공천 심의 강화와 직접민주주의 제고 방안이 선행돼야 한다. 이러한 과정 없이 의원 숫자만 늘리는 방식으로는 거대해진 통합시장의 권한을 제대로 감시할 수 없다.
주민 없는 '그들만의 통합', 처음부터 다시 물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