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매화 사람들의 카메라 안에서 홍매화는 어떤 모습으로 다시 피어날까!
이정미
사람들이 각자의 카메라에 담은 홍매화는 어떤 모습일까. 얼마간은 사진 속에 담긴 홍매화를 보며 미소짓고 기뻐하겠지. 조선의 선비들이 매화를 화폭에 옮기며 마음을 다듬고 꽃에게 배웠듯이, 사람들은 카메라에 담고 또 담으며 매화의 순간을 기록하고 다시 시작할 힘을 얻기도 했을 테다.
오랜 시간을 머금고 있는, 나뭇결이 단아한 사찰 문살과 참으로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홍매화이다. 380년 고령의 나무에서 이토록 고운 꽃을 피우다니. 나무는 변함없이 그 자리 그대로이며, 꽃은 봄마다 새롭게 피어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매화를 바라보며 경탄하고 위로받고 희망했을지 숙연해지기도 했다. 홍매화의 절정을 보고 싶다면 서둘러야 할 것 같다. 모든 것은 제때가 있으니까.
길따라 계곡따라 넉넉해지는 길
홍매화를 뒤로 하고 대웅전을 돌아 나와서 계곡을 따라 새롭게 조성된 데크길을 걸었다. 길 이름이 '출세길'이다. 계곡에는 하얀 얼음이 얼어 있었다. 잘게 부서진 낙엽이 가득 쌓인 산 허리에는 크고 작은 겨울 나무가 걷는 이에게 좋은 동행이 되어 주고 있었다. 겨울 나무는 맨몸이다. 줄기도 가지도 선명하다. 나무의 존재를 확연하게 감각할 수 있는 겨울 나무에도 조만간 연둣빛 새순이 돋아날테다.
"이 길은 봄에 또 와야겠어. 여름에 걸어도 좋겠어."
15개 암자를 품고 있는 영축산의 품은 너르다. 길 따라 계곡 따라 나무과 숲과 동행하며 걷는 것은 마냥 좋기만 하다. 다음 일정이 있어 길을 되돌아 나와 다시 통도사 경내로 들어왔다. 점심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공양하세요!"
지나가던 스님께서 공양간을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11시 30분부터 공양할 수 있다고 했다. 부처님 오신 날도 아닌데 공양을 받을 수 있다니 놀랍고 반가웠다. 그러고 보니 사람들이 공양간으로 우르르 몰려 오고 있었다. 우리도 줄을 서서 강된장 넣은 비빕밥과 미역국을 받아 맛있게 잘 먹었다. 시간이 어중간하여 점심을 어떻게 할까 고민이었는데, 부처님 은혜로 점심 식사도 때마침 감사하게 받을 수 있었다.

▲소원 쪽지와 무풍한솔길 새해 소망을 담은 소원 쪽지가 가득하다.
이정미
경내를 돌아 나오며 2026년 새해 맞이 소원 기원 쪽지들이 빼곡하게 달려있는 구조물을 보았다. 전국 각지에서 통도사를 찾은 사람들의 소원이 파란 하늘 아래 흔들리고 있었다. 건강, 행복, 합격, 사랑, 무탈함 등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꼭꼭 눌러 쓴 소원 쪽지를 보니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 소원 쪽지들은 정월대보름 달맞이 행사에서 태운다고 한다. 한 해의 액운을 불태워 날려 보내고 모두의 삶 곳곳에 좋은 기운들이 깃드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
점심을 먹은 후라 소화도 시킬 겸 '무풍한솔길'을 걸었다. 수백 년 수령의 키 큰 소나무들은 말을 잊게 한다. 이 길을 걷는 사람들 모두에게 평화로운 시간이길, '밝고 맑은 환기의 시간'이길 바랐다.
까치 까치 설날이다. 소중한 가족과 함께 봄 기운 맴도는 통도사의 넉넉한 품 안에서, 세월을 고스란히 품은 고목이 화사하게 피워낸 홍매화를 감상하며 화목하고 다정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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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년 된 홍매화 앞에 줄선 사람들... 출세길도 걸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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